공항으로 향하는 열차 안에서

간사이 여행 두 번째 이야기

by 류완



오사카 여행을 마치고 간사이공항으로 향하는 열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늘 그렇듯이 여행의 끝은 언제나 아쉬움으로 가득 찹니다. 공항으로 가는 열차 안에는 이런 느낌으로 몸을 실은 승객들이 제법 되는 것 같습니다. 간간이 들리는 한국말에도 그러한 감정들이 물씬 풍겨 나옵니다.





젊은 부부가 어린아이 둘을 태우고 탔습니다. 아이들은 피곤한지 유모차 깊숙이 몸을 집어넣고 작은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익숙한 한국말 대화를 통해 이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은 관광객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부부의 검게 그을린 얼굴과 피곤이 묻어나 보이는 표정 속에서 아이 둘을 데리고 여행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몇 정거장이나 갔을까? 부부와 아이들의 모습을 살피던 나이 지긋이 드신 할머니 한 분이 말을 걸었습니다.


“한국에서 오셨습니까?”


부부는 당황한 건지 반가웠는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한국말로 대답했습니다.


“네, 서울에서 살아요. 한국분이신가요?”

“아니요. 저는 일본인이지만 한국에서 산 적이 있었습니다.”


불과 서너 걸음 떨어져 있는 저에게 이들의 대화는 일본에서 들을 수 있었던 가장 분명한 대화였습니다.


“어머 정말요? 어디에 사셨는데요?”

일본인 할머니는 분명히 어디라고 말씀하셨지만, 열차 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다만 한국인 부부가 매우 반가워하며 종종 일본어를 섞어가며 대화를 이어 가는 모습 속에서 가벼운 인사 이상의 유대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본의 지하철에서는 승객들이 잡담이나 소음에 민감하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상대에게 불쾌감을 주는 행위에 대해 우리나라보다 주의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한국말로 나누는 대화가 조금 신경이 쓰이기도 했습니다. 주변 다른 승객들의 표정을 살피자 여행에 동행한 사촌 동생이 오사카는 도쿄에 비해 그런 면에서 관대하다며 조금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두 도시가 조금씩 다른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일본은 매력적인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겐 조금 불편한 나라이기도합니다. 나 자신도 그런 양면성 때문에 의도치 않게 일본의 문화나 소식들을 외면해 왔습니다. 최근 들어 지인들이 일본을 오가게 되면서 이런저런 소식들을 가까이 접할 수 있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일본은 우리나라를 많이 의식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2000년대 불기 시작했던 한류의 영향도 있겠지만, 굳이 문화적 교류를 제외하더라도 일본에서 한국 소식은 제법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유학생 사촌의 말을 빌리자면 비교적 크게 의식하지 않는 국내 뉴스가 일본에서는 주요 뉴스로 나올 때도 있다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최근에는 호의적인 소식보다는 불편한 관계에 대한 언급이 많다고 하지만 일본은 알면 알수록 정말 가깝고 먼 나라가 어떤 의미인지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공항으로 향하는 열차에서 만난 이들의 대화는 할머니가 하차하면서 마무리되었습니다. 두 분의 아쉬워하는 표정이 여전히 기억에 남습니다. 황급히 쪽지에 적은 연락처를 내어주며 한국에 오시면 꼭 연락을 달라는 아주머니의 당부는 믿어지지 않는 친절이었습니다. 한국인 아주머니의 요청대로 할머니는 한국 방문을 하셨을까요? 우리는 의례 그런 요청이 인사치레라 생각합니다. 상대를 배려해 그냥 던져본 호의라는 거지요. 실제로 찾아온다면 오히려 실례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대화가 너무나 진지했기에 한편으론 기대가 되기도 했습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국적과 세대를 넘어서는 우정이 진지하게 이어지기를 마음속으로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간사이공항에서 일행과 헤어지고 난 뒤 비행기 탑승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검색대 직원의 무뚝뚝하고 고압적인 태도에 섭섭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벽에 기대어 비행 준비중인 여객기를 보고 있는데 지나가는 공항 직원과 눈이 마주치자 미소를 지으며 눈인사를 건넸습니다. 참 아름다운 미소라고 느꼈습니다.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다르지만 다르지 않다.’


인천을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일본 여행의 느낌을 이렇게 마무리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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