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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완 Apr 08. 2021

피너츠 (Peanuts)





'피너츠'의 작가 ‘찰스 슐츠’는 유년 시절 아이들의 이야기를 만화로 그렸습니다.


모험심 많은 강아지 ‘스누피’는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입니다.

자신만만하고 상상력이 넘치는 스누피는 장난기 넘치는 

활발한 성격이지만 폐소 공포증이 있어서 개 집에서 잠을 자지 못합니다.

피너츠의 주인공 '찰리 브라운'은 소심하고 우울한 아이입니다.

실패를 반복하고 출전한 경기에서 한 번도 이긴 적이 없지만 

우울한 표정 뒤에는 항상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담요를 가지고 다니며 항상 손가락을 빨고 있는 라이너스,

그런 라이너스를 짝사랑하는 찰리 브라운의 동생 샐리 브라운,

항상 피아노를 치고 있는 슈뢰더와 심술궂지만 친구들의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루시,

등장인물들 모두 조금씩 어리숙해 보이지만 그마저도 사랑스럽게 그려냈습니다.


땅콩을 뜻하는 단어 피너츠는 '별 볼 일 없는 것들'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찰스 슐츠는 별 볼 일 없는 친구들의 모습을 모아 특별한 이야기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는 만화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을 사랑했습니다.

그의 마음처럼 등장인물 그 누구도 미워할 수 없는 존재로 그려냈습니다.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아이들은 누구나 사랑받기에 충분한 존재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000년 어느 겨울날, 암 선고를 받고 자신의 삶이 얼마 안 남았음을

직감한 찰스 슐츠는 마지막 연재를 통해 짧은 인사말을 남겼습니다.

그가 세상을 떠난 다음 날, 신문에는 그의 마지막 인사가 실렸습니다.


“언제나 고마웠어. 찰리 브라운, 스누피, 루시…….

내가 어떻게 너희들을 잊을 수 있을까?”


평생 단 하나의 만화를 그리면서 자신의 작품을 아꼈던 그는

사랑하는 자신의 캐릭터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기고 떠났습니다.


찰스 슐츠는 50여 년 동안 만화를 그리면서 

연재를 밀리거나 다른 사람의 손에 맡긴 적이 없었습니다.

그의 작품에는 진실함과 성실함이 담겨 있습니다.

피너츠는 진실함과 성실함이 만날 때,

얼마나 커다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가를 가르쳐줍니다.

느리고 조용하게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의 만화는

반 세기를 관통하는 세월 속에서 불멸의 명작으로 남았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 만화를 더욱 사랑하게 됩니다.

독특한 캐릭터들의 알 수 없는 행동들이 조금씩 공감하게 되면서

볼 때마다 새로운 감동을 선물로 받는 기분입니다.






20년 넘게 글 쓰는 일을 해 왔지만

다른 사람의 글을 정리하고 편집하거나 

혹은 대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내 이름을 남긴 적이 없었습니다.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는 것 같아 그만 두려 할 때마다

손 끝을 붙잡는 이유들이 생기면서 아직까지도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렇게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그림자 같은 글쓰기를 이어 오면서

무던하게 쌓여온 글쓰기는 내 삶의 일부분이 되었습니다.


찰스 슐츠처럼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오랜 시간 사람들 마음속에 희망과 사랑을 담고 싶어 졌습니다.

다른 길을 욕심내지 않아도 나 자신을 비추지 않아도

손 끝으로 흐르는 마음이 번져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소중한 분이 책 한 권을 보내 주셨습니다.

책도 너무나 감사한데 고이 싸서 보내주신 속지에

귀여운 스누피 스티커까지 마음에 쏙 들어왔습니다.

아무 의미 없이 붙여서 보내 주셨겠지만

마치 내 마음을 알고 있는 것처럼

오래된 친구의 사진을 같이 넣어 주신 기분이었습니다.


그렇게 어린 시절 느꼈던 작은 감동을 마음에 담았습니다.

스티커가 붙은 속지를 버리지 않고 남겨두었습니다.

언제고 우연찮게 꺼내어 보고는 또다시 웃음 지을 수 있지 않을까

작은 기대감을 함께 담아 두었습니다.


30년 즘 지나 이 스티커를 찾게 되면 어떤 마음이 들까요?

고마운 마음은 조금도 변하지 않을 거라 확신합니다.

그때에도 누군가를 향한 글쓰기가 멈추지 않는다면 더욱 기쁠 것 같습니다.

나 역시 찰스 슐츠의 마음처럼 별 볼 일 없는 나의 이야기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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