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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완 May 06. 2021

3할의 법칙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통산 야투율은 50%를 넘지 못합니다.

득점 왕을 휩쓸던 선수였음에도 두 번의 슈팅 중에 한 번은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야구에서 타자가 안타를 쳐낼 확률은 더 낮습니다.

열 번의 타석에서 세 번만 안타를 쳐도 특급 타자입니다.


야구의 시즌이 시작될 때마다 아내에게 듣는 말이 있습니다.

볼 때마다 짜증만 내는 것 같은데 기어코 보려는 노력이 가상하다고 합니다.

그럴 만도 하겠습니다.

선수들이 열 번 타석에 들어서면 최소 7번은 실패를 하고 돌아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때마다 비슷한 이야기로 짜증을 풀었던 것 같습니다.

'아니 그걸 못 쳐?'

'거기서 왜 휘두르고 그래?'


밥만 먹고 야구만 하는 선수들은 날아오는 공을 뻥뻥 쳐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응원하는 팀의 선수만 바라보니 답답한 마음이 듭니다.

따지고 보면 공을 던지는 상대 투수도 밥만 먹고 공만 던졌던 선수입니다.

프로와 프로가 만난 세계에서는 손으로 공을 던지는 투수가

방망이로 공을 쳐내야 하는 타자보다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경쟁은 생각보다 잔인합니다.

승리만 남고 패배는 알아주지 않습니다.

아름다운 패배란 없습니다.

준우승을 해도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흘리는 것이 승부의 세계입니다.







야구 경기만이 아닙니다.

우리 삶에도 성공보다 실패를 향하는 일이 많습니다.

하나의 성공을 이룰 때까지 쌓여간 실패와 실수는 넘쳐납니다.

최선을 다 했음에도 실패를 하고 나면 좌절의 무게는 제법 무겁게 느껴집니다.

다시 일어날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포기할 수도 없습니다.

포기하고 싶어도 나는 또 다른 경기에 다시 나서야 합니다.

인생은 멈추지 않는 시합입니다.

마이너리그, 2군, 3군 경기로 계속 내려가더라도 시합은 계속됩니다.

물론 스스로 은퇴를 선택하는 안타까운 일들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반대로 승승장구하는 이들은 연전연승을 거두기도 합니다.

생각보다 높은 승률로 인생을 멋지게 사는 이들도 있습니다.

주변의 도움을 받았거나, 놀라운 재능을 지녔거나, 

보이지 않게 엄청난 노력을 쏟았을 수도 있습니다.

인생은 승리에 익숙한 이에게 비교적 높은 승률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리 공평한 세상이 아니라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회는 사람의 가치에 순위를 부여하려 합니다.

이렇게 사회 구성원에게 순위를 부여해 두면 

합리적이고 효율성 있는 운용이 가능해집니다.

그래서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는 각자의 순위를 지니고 있습니다.

학력, 능력, 외모, 재력, 직업이나 연봉 수준까지

사회에 던져진 우리는 자신의 순위에 따른 임무를 부여받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게 참 삶을 고되게 합니다.

꼭 참여하고 싶지도 않은 사람까지 경쟁을 강요하는 듯합니다.

경쟁이 두려운 이들은 실패를 반복하게 되고

기회를 얻기 어려워질수록 실패의 확률은 올라갑니다.


내 인생도 전반적으로 야구선수들의 타율과 비슷한 성취도를 올린 것 같습니다.

물론 특급 타자는 아닙니다. 마이너리그의 후보 선수 즘 될 것 같네요.

여덟 번 정도 잘 안 되는 일이 있었고, 두 번 정도는 뜻대로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무한 경쟁의 현실 앞에서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의 마음으로 살아가기로 합니다.

사회가 원하는 기준에서 벗어나 내가 원하는 기준으로 인생을 설계해 봅니다.

실패에 좀 더 익숙해지고 부담감을 내려놓기로 다짐합니다.

인생은 3할,

열 번의 도전에서 세 번을 성공하면 멋진 인생이며

두 번만 성공해도 괜찮은 인생이고

한 번만 성공해도 살만한 인생이라고 믿습니다.








인간 관계도 그렇습니다.

내가 만난 열명 중에서 세 명만 나를 소중히 여겨도 풍성한 인생입니다.

두 명만 남아도 즐거운 인생이며

단 한 명만 있어도 외롭지 않은 세상입니다.

모두에게 소중할 수는 없습니다.

무심히 여기는 일곱 명이 있더라도 단 세명에게

깊은 마음을 남긴다면 이보다 행복한 인생은 없을 것 같습니다.


성공보다 실패가 더 많은 삶을 받아들이고

천천히, 그리고 너그럽게 내 길을 걷기로 합니다.

외로울거라 생각했는데 주변을 돌아보면 

내 모습을 이해해 주는 친구들이 제법 있습니다.

어이없는 헛스윙에도 괜찮다고 소리쳐 주는 

친구들이 있으니 이 또한 나쁘지 않습니다.


한 번도 쳐내지 못하면 어떡하냐고요?

그래도 답은 있더라고요.

시합이 계속되는 동안 포기하지 않는다면 

몸에 맞는 공으로라도 나아갈 수 있는 게 인생이더라고요.

어떻게든 한 베이스 나가고 나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습니다.

나를 향한 누군가의 환호성을 들을 수 있거든요.

나 역시 그를 향해 환호합니다.


'당신은 나를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들어줘요.'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As good as it gets)' 중에서


순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3할에 이르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그저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자신의 역할을 해 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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