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이 남편에게 얘기합니다-10
워킹맘으로서 제일 힘들 때는 물론 아이가 아플 때, 원하는 만큼 아이와 함께해주지 못하는 것일 거야. 하지만 아픈 건 가끔 일어나는 일이지. 평상시 한 번씩 아이의 요구를 내가 일을 하기 때문에 들어줄 수 없을 때도 정말 마음이 아파.
밤에 자려고 같이 누웠을 때 아이는 늘 물어보곤 해.
‘엄마, 낼 회사 안 가면 안돼?’
아침에 깨서 침대 옆에 엄마가 없는 게 싫은가 봐. 이젠 익숙해질 만도 한데 말이야. 어떻게 하면 이 작은 아이에게 엄마가 회사에 가야 하는 걸 기분 좋게 받아들이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었어. 그러다 책 한 권을 발견했지.
‘엄마는 회사에서 내 생각해?’라는 그림책이야. 아침에 바쁘게 출근해서 하루 종일 일하면서도 아이를 생각하는 워킹맘의 모습과 유치원에서 생활하는 아이의 모습을 대비시켜 보여주는 그림책이지. 본의 아니게 아이한테 화를 내고 출근해서는 그 때문에 오전 시간 내내 마음이 불편한 모습, 점심으로 나온 메뉴가 아이가 좋아하는 반찬이라 반사적으로 떠오르게 되는 아이 생각, 점심 먹고 산책 후 여유롭게 유모차로 어린아이를 산책시키는 엄마들을 보고는 그 모습이 부럽기도 하면서도 예전의 아이 모습을 생각하며 미소도 짓게 돼. 오후에는 업무 실수로 상사에게 혼도 나고, 정시에 퇴근하기 위해서 정신없이 바쁘게 일하다 문득 화장실에서 거울로 자기 자신을 바라보며 어쩐지 울고 싶어 진다는 장면에서 절정을 이루지. 워킹맘의 현실적인 모습을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어서 공감이 많이 되는 책이야.
책의 마지막 장면은 퇴근 후, 엄마는 아이와 누워서 아이의 유치원 생활에 대해서 묻다가 ‘엄마는 회사에서 뭐했어?’라고 아이가 질문을 해. ‘엄마? 엄마는 회사에서 우리 00이 생각했지!’라고 대답하는 엄마. 아이는 이 말이 하루 종일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라는 설명과 함께 책은 끝이 나지. 난 이 그림책을 우리 00에게 몇 번이나 읽어주었는지 몰라. 비록 엄마는 회사에 가지만 회사에서는 늘 우리 00이를 생각한다는 말을 꼭 덧붙이면서 말이야. 며칠 동안 읽어주고 났더니 어느 날은 아이가 먼저 물어보더라고. ‘엄마 오늘도 회사에서 내 생각했어?’ ‘당연하지!, 엄마는 회사에 있어도 우리 00이만 생각해!’ ‘나도 유치원에서 엄마 생각을 하긴 했어.’라고 쿨하게 대답하는 우리 아들, 벌써 다 컸지?.
그래서 난 주말만이라도 늘 아이가 일어날 때까지 옆에 누워 있으려고 해. 내가 먼저 깨어도 옆에 놓아둔 책을 보던가 하면서 계속 아이 옆에 있어. 그러다 아이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면 책을 덮고 자는 척을 하지. 그럼 잠에서 깬 아이는 눈감고 있는 날 와락 껴안아 주면서 얘기해. ‘엄마 안녕히 주무셨어요~’ 막 잠에서 깨어난 아이가 하는 인사를 들으면 아이가 한없이 사랑스럽고 행복해. 이불속에 누워 살을 비비며 잠에서 완전히 깰 때까지 이런저런 얘기를 아이와 함께하는 그 시간이 난 너무 좋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순간이지.
아이는 나랑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함을 느끼나 봐. 늘 날 찾고, 나랑 자려고 하고 하원 시간이 30분쯤이 늦더라도 어린이집으로 아빠 대신 엄마가 데리러 오라고 얘기하는 걸 볼 때마다 내가 뭐라고 날 이렇게 무한히 좋아해 주는 아이가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론 얼마나 엄마가 그리우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이렇게 엄마만 찾을까 라는 생각에 아이가 안쓰러워지기도 해.
며칠 전에는 자려고 누웠을 때 이런 말을 했어.
‘엄마, 나도 다른 친구들처럼 어린이집 끝나고 집에 가서 태권도복 갈아입고 태권도장 가고 싶어.’
작년부터 다니기 시작한 태권도는 친구들과 같이 어울려 즐겁게 수업 듣고 다리 찢기까지 할 정도이니 많이 적응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이런 말을 하니 당황스러웠지.
‘왜… 00아?’
‘그냥…’
아직은 이유나 생각을 물었을 때, 잘 표현 못하는 어리기만 한 아이인데… 태권도 관장님이 어린이집으로 아이를 데리러 가고 태권도 수업 후 다시 어린이집으로 데려다주는데 그 과정이 싫은 걸까. 6개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이런 말을 하니 좀 놀랬어. 싫어도 그런 상황을 지금까지 버텨왔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짠하고, 지금이라도 이렇게 말해줘서 고마운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아이가 원하는 걸 들어줄 수가 없다는 것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야.
‘엄마가 태권도 시작 전에 날 데리러 와서 집에서 옷을 갈아입고 다시 태권도를 갔다가 끝날 때 날 데리러 오면 되잖아. 나 그렇게 할래.’
‘00아, 엄마랑 아빠는 일을 하니까 중간에 우리 00이를 데리러 갈 수가 없어. 태권도 끝나도 다시 어린이집 가서 놀고 있으면 엄마가 데리러 가지? 그 시간이 엄마가 제일 일찍 데리러 갈 수 있는 시간이야. 대신 내년에 초등학교 가면 그때는 한동안 엄마가 집에 있을 거니까 그때 그렇게 하자.’
‘지금… 지금 당장 그렇게 하고 싶단 말이야….’
‘지금은 엄마가 회사를 다니니까 그렇게 할 수가 없어. 00이가 좀 이해해줘…’
‘…’
체험학습을 야외에서 하는 날은 일찍 하원할 수 있다고 어린이집에서 알람이 오고, 어버이날 한껏 꾸며놓은 어린이집 문 앞에서 아이와 기념사진 찍고 가라는 안내를 하는 등 중간중간 엄마의 부재가 느껴지는 이벤트들이 발생할 때, 물론 일찍 하원을 안 해도 되고, 사진이야 안 찍어도 상관없지만 일찍 온 다른 엄마들로 인해 복작복작 거리는 상황에서, 우리 아이를 포함해서 일하는 엄마를 둔 아이들 몇몇만 외롭게 그 시간을 견뎌내야 한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마음이 짠해져. 물론 그런 상황을 아이가 아무렇지도 않게 신경 쓰지 않고 넘긴다면 너무나 기특하고 감사한 일이지.
‘엄마, 오늘은 숲 체험이라 오늘은 일찍 하원할 수 있대. 나도 일찍 데리러 올 거야?.’
‘아니… 엄마는 오늘 일찍 데리러 가기 힘들어. 어제하고 똑같이 갈 께…’
‘응, 알았어.’
이 조그만 아이의 마음을 살피고 대답 한마디에 일희일비하는 날 보며, 아이 키우는 일이 참 신비롭다는 걸 새삼 느껴. 아무렇지도 않게 너무나 당연하게 엄마의 존재를 필요로 하는 아이를 보며 맘아파하고 신경쓰이는 이런 순간순간들이 어찌어찌 넘어가고 하루하루 지내다 보면 어느 날 문득 훌쩍 커버린 아들과 마주하겠지. 그때까지 온 마음을 다해 우리 아이를 열심히 키워낼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