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기본도 역시 독서

우리 아이가 책을 좋아하기를

by 선율

나는 학창 시절 책을 읽었던 기억이 거의 없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우리 집에 불이 났었다. 모든 살림살이를 싹 다 태웠으니 그 뒤로 초등학교 내내 책을 교과서 외에는 거의 접할 일이 없었던 것이다. 고학년 때쯤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 엄마가 큰맘 먹고 50권짜리 위인전을 한 질 들여놓아 주셨지만 나는 중학교 때까도 그 책을 다 읽어보지 않을 만큼 독서는 나와 거리가 먼 행위였다. 내가 싫어하는 과목은 국어를 포함하여 국사, 세계사, 한국지리 등 교과서 외에 책을 통해 배경지식이나 문장 이해력이 필요한 과목들이었고, 모의고사를 보면 늘 언어영역이 같은 점수대의 학생에 비해 부족하다는 결과를 받았다. 그때는 지금처럼 수학 문제가 서술형의 비중이 많지 않았기에, 그나마 계산 위주의 수학 덕분에 점수가 잘 나온 게 아니었나 싶다. 그렇지 않았다면 난 분명 수학 과목에서조차도 성적이 안 좋았을 것이라.


입사하고 20대 후반 즈음부터 가끔씩 심심해서 책을 읽곤 했다. 분야는 대부분 자기 계발서였고, 가끔씩 베스트셀러라서 여기저기 눈에 잘 띄었던 소설류 정도였다. 처음 접하기에 가볍고 쉬운 책들이었다. 그리고 30대가 되어 친구들이 하나 둘 결혼을 하게 되면서 같이 놀 친구가 없어지기 시작했다. 혼자 놀 거리를 찾아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다가 우연히 집에서 가까운 경복궁 해설 자원봉사 모집 글에 아무 생각 없이 재밌을 거 같아서 지원하게 되었고, 이를 위한 교육을 받으면서 숙제로 역사책을 읽었는데, 그때서야 역사책이 이렇게 재밌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30대 후반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일을 하면서는 워킹맘 생활이 너무 힘들어 육아서를 미친 듯 찾아 읽었고, 단순히 육아서 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결국 1년 동안 매주 1권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모임에 가입하게 되었고, 그때 본격적으로 인문학 책과 고전들을 읽어 볼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그때를 계기로 책의 재미와 소중함을 알게 된 뒤부터는 지금까지 조금씩 꾸준히 책을 읽는 중이다.


아이가 초등생이 될 즈음부터는 자녀 교육서를 찾아 읽었다. 하나뿐인 우리 아이가 공부를 하면서 나도 아이도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기본적이고 원론적인 목적을 가지고 엄마로서 아이 교육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답을 찾고 싶었고, 그래서 초등 1학년인 첫 단추부터 잘 끼우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서점에 있는 수많은 자녀 교육법에 관한 책을 찾아보았을 때, 크게 아래 주제를 벗어나지 않았다. 자기 주도 학습법/영어, 수학 논술 등 실전 공부 방법 팁/그리고 독서이다. 그중 독서 관련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아이가 재미를 알고 스스로 찾아서 책을 읽을 수만 있다면 아이 성적과 아이 행복, 그리고 엄마 행복까지 모두를 다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점점 확고해져 갔다. 내가 학창 시절 책을 읽지 않은 게 지금 와서 너무 후회스러운데 우리 아이는 나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했다.


수없이 많은 책에서 다양한 사례를 들며 독서의 중요성에서부터 독서를 스스로 하게 만드는 구체적인 방법까지를 얘기하고 있다. 나이 대별로 독서 습관 잡는 법, 학년 별로 추천 도서 목록, 책모임에 이르기까지 정말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비해, 실제 주위에서 이렇게 책을 꾸준히 읽도록 도와주어서 중고등학교 때도 여전히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아이를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아이의 독서력이 초등 5학 때에서 멈춘다고 한다. 그때까지는 엄마의 의지로 강요로 만들어낸 엄마 실력이고, 그 이후엔 아이가 스스로 책을 읽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 아이 독서가 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왜 자녀 교육서 중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강조하고 있는 독서를, 누구나 좋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중 고등학교 때까지 꾸준히 하기가 어려울까. 아무래도 가장 큰 원인은 독서가 엄마들이 원하는, 눈에 보이는 결과라는 것을 빨리 나오게 해주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독서보단 학원을, 숙제를 우선순위에 두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학원의 효과가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때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라고 한다. 아이들이 처음 학원을 다니기 시작하는 이 시기에는 못하던 영어 단어를 외우며 영어책을 읽을 줄 알게 되고, 못하던 수학 연산을 곧잘 척척 해내니, ‘아! 학원을 다니니 영어 수학 실력이 생기네, 아! 이래서 유명한 학원이라고 하는구나’를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독서는 시험 성적으로 또는 어떤 눈에 보이는 실력으로 그 효과가 바로 드러나지 않는다. 엄마들은 독서의 중요성을 알고는 있기에 처음에는 독서와 학원을 병행시킨다. 저학년 때는 공부량이 얼마 되지 않아 충분히 같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등 고학년만 되어도 늘어난 학원시간과 숙제만으로도 하루가 빠듯하다. 아이들의 쉬는 시간도 보장해 주어야 하기 때문에 결국 엄마 입장에서는 비효율적으로 보이고 결과도 보이지 않는 독서를 우선순위에서 놓게 된다. 그동안 책의 재미를 못 느낀 채, 공부의 하나로서 의무감으로 책을 읽었던 아이는 우선순위에 밀린 책을 놓게 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주위 중고등학생 치고 독서를 즐겨하는 아이를 찾아보기 힘든 게 현실인 것이다.


난 아이를 1등으로 키우기 위한 방법을 알고 싶은 게 아니었다. 아이가 커서 사회 안에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살아갈 때, 건강한 가치관을 가지고 주위 사람에게 관심을 갖으며 행복했으면 좋겠다. 내가 책을 읽으면서 지식을 배우고 몰랐던 걸 깨닫고 위로받고 긍정적인 힘을 얻은 것처럼, 아이도 살아가면서 책을 통해 재미를 느끼고 성장해 나갔으면 좋겠다. 어떤 문제에 부딪혔을 때, 책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얻길 바란다. 내 생각을 차분히 말하고, 남의 말을 잘 듣고 공감해주는 등 나도 여전히 부족한 이런 능력들을 아이가 책을 통해 자연스럽게 터득했으면 좋겠다.


어떻게 해야 아이가 책에 재미를 느끼고 스스로 책을 찾는 아이가 될까. 솔직히 너무 어렵다. 혼자서는 절대로 책을 찾지 않는 아이, 유튜브로 보는 애니메이션이 훨씬 더 재미있는 아이, 뛰어노는 것이 즐거운 아이가 바로 우리 아이이다. 이런 아이에게 조용히 앉아서 책 읽는 재미를 과연 내가 알게 해 줄 수 있을까. 답이 정해져 있고 그 답대로 했을 때 금방 아이가 책을 좋아하게 된다면 아마도 대한민국 모든 아이들이 쉽게 책을 좋아할 것이다.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건 그만큼 아이가 책을 좋아하게 만드는 게 쉽지 않아서라는 걸 일단 인정해야겠다. 조급해하지 않고 욕심부리지 말자고 제일 먼저 내 마음을 다스려본다.


학습지와 연계된 수많은 독서 프로그램과 독서 학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들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각자의 상품을 해보라고 홍보한다. 하지만 궁극적인 목표인, 아이가 책을 스스로 읽게 하려면 재미를 느끼도록 만들어주는 게 먼저라는 걸 잘 알기에 의무감이나 숙제처럼 느껴지는 학원이나, 독서 프로그램에 따라 아이에게 책을 읽히게 하고 싶지는 않다. 독서가 의무감이 아니라 재미와 흥미를 가지고 접근해야 학업에 바쁜 중고등학교에 가서도 책을 찾을 걸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 공부 부담이 적은 저학년, 이때에 공부와 성적에 대한 욕심은 조금 내려놓고, 독서를 우선순위로 하여, 그 재미를 알게 해 주고 싶다. 독서가 바탕이 되면, 순수한 독서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장점뿐만 아니라 결국에는 학업에도 도움이 될 테니, 학교 수업 관련 공부는 학교 수업 외에는 좀 늦게 시작하고 집중해도 충분히 아이가 따라갈 수 있다고 믿는다. 국어야 기본이고, 사고력 수학이니, 서술형 문제로 아이의 성적이 분별되는 수학 과목까지도 독서가 기본이 되어 있다면 유리할 수밖에 없다. 공부머리 독서법의 저자 최승필 선생님은 연산 능력은 학습능력이 갖추어지면 따로 할 필요가 없다고까지 얘기했으니 더더욱 독서의 중요성을 확인한 셈이다.


그러기 위해서 난, 엄마인 내가 책을 재미있게 보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 주고, 아이가 책을 스스로 찾아 읽을 때까지 강요하지 않고 꾸준히 책을 읽어주려고 한다. 아이가 글자를 알고 책을 읽을 수 있어도 초등 3-4학년까지는, 아니 6학년 까지도 아이가 원하면 책을 읽어주는 게 아이에게 정서적이든 공부면에든 다 좋다고 하니 말이다. 독서 교육은 길게, 최소한 3년은 해봐야 한다고 하니 몇 주, 몇 달 해보고 우리 아이는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포기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겠다. 그런데 3년을 해도 만약 아이가 책을 찾지 않는다면 어쩌지? 뭐, 아들들이 다 그렇지 뭐, 언젠가는 나처럼 성인이 되어서 뒤늦게 후회하며 책을 찾겠지 라며 쿨하게 날 위로할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친구들아 질문은 전부 나에게로 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