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주도 생활습관
-------------------------------------------------------------------------------------------------------------------------난 지금까지 살면서 엄마의 간섭(?)을 받아보지 못했다. 중학교가 최종 학력인 엄마는 엄마 스스로가 잘 모른다고 생각하셨는지 자식들 학교 공부에 있어, 20살 넘어 성인이 되어 뭔가를 판단하고 결정해야 할 때도 엄마 자신의 의견을 낸 적이 거의 없었다. 학습지나 학원을 선택할 때도, 고등학교를 선택할 때도, 심지어 고3 때 지망할 대학교와 전공과목을 선택할 때도 엄마는 특별히 엄마의 생각을 고집하거나 얘기한 기억이 없다. 내가 얘기를 하면 가만히 들어만 주셨고, 알겠다고 잘하라고만 말씀하신 게 다였다. 알겠다는 말과 함께 고개를 끄덕이는 것만으로 엄마가 나의 선택을 받아주신 걸로 이해했다. 대학교 2학년 때, 전공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아 휴학을 선택하였고, 결국 자퇴함으로써 3년 동안 방황하며 아까운 시간을 허비한 후, 다시 수능 공부를 해서 두 번째 다른 전공의 대학을 선택했을 때에도 엄마는 별다른 말씀이 없으셨다. 단지, 내가 엄마를 필요로 할 때, 이야기하기 원할 때, 진지하게 얘기를 들어주셨을 뿐, 그 외에는 그동안 쭉 하셨던 엄마의 역할만을 변함없이 해 주신 게 전부였다.
매번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마다, 뭘 선택해야 할지 몰라 고민했다. 성숙하지 못했고 철없었던 그 당시 내 선택으로 인해, 돈과 시간을 허비하기도 했고,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궂은 경험을 한 적도 있다. 누가 이렇게 하라고 길을 좀 알려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항상 들었고, 그래서 아무런 조언이나 결정을 내려 주지 않는 엄마한테 답답함과 서운함을 느낀 적도 많았다. 다른 집은 부모가 하라는 대로 학원을 다니고 대학과 전공을 선택한다는데, 그래서 그게 스트레스라는데 나는 그런 스트레스 한번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이 학원이 과연 나에게 도움이 될지, 이런 전공을 선택해도 되는지, 남들보다 4년이나 늦게 대학에 가도 별 문제가 없을지, 늦게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은 과연 가능할지, 끊임없는 선택의 순간이 있었고 그때마다 걱정되고 두려운 마음은 늘 같이 붙어 다녔다.
이유야 어쨌든 일찍부터 이런 엄마의 개입(?)이 없었던 덕분에 난 어느 누구의 말을 의지해서 따르는 것이 아닌, 주어진 선택지에서 내 판단으로 최선이라고 보이는 걸 선택하는 경험을 늘 해볼 수 있었다. 물론, 내 선택이 좋은 선택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는 경험을 여러 번 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일찍부터 겪은 그런 시행착오들은 내 또래들에 비해 나를 많이 뒤 떨어뜨리거나 일어서기 힘들도록 크게 주저 않게 하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엄마를 비롯해 아무도 조언해주지 않는 내 주위 환경이 원망스러웠지만, 길을 돌아가기도 하고 다시 시작하는 경험을 하면서 내가 스스로 내린 결론이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자 결정적이고 필요한 순간 내가 내 삶의 방향을 결정한 경험들에 대해 자신감을 생겼다. 결혼 전에 집을 나와 자취도 해보고 투자도 해보고 차도 사보고 편입도 하고 자격증 준비도 하는 등 이런저런 하고 싶은 것을 해보고 실행하는데 난 나의 판단을 믿고 선택했으며, 선택 후에는 나머지 선택지는 쳐다보지 않으려 했고, 내가 선택한 거에 집중해서 결과에 책임지기 위해 애썼다. 내가 결정한 선택이 정답이 되도록, 즉, 선택한 결과가 최선이었음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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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1학년인 우리 아이는 아직 기본적인 식사도 혼자 하려고 하지 않는 아이이다. '밥은 혼자 먹어야지' 늘 얘기하다가도 또래보다 키가 작고 몸무게도 덜 나가는 사실이 떠오르면 아이에게 하나라도 영양가 있는 반찬을 더 먹이기 위해 식사 때마다 난 옆에서 반찬들을 챙겨주며 아이가 다 먹도록 도와준다. 가방 정리, 알림장 확인, 아침 등교부터 생활습관 하나하나까지 옆에서 챙겨줄 것 투성이인 아직 어리기만 한 우리 아이가 앞으로 당장은 학교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학업과 교우 관계를 원만하게 하기 위해, 학교 졸업 후 사회에서 사람들과의 관계 맺는 동안 스트레스 속에서도 행복하기 위해 엄마인 나는 어떻게 아이를 교육하고 도와주어야 할까.
초등 1학년 아이 입학에 맞춰, 엄마의 손길이 많이 필요할 거 같아서, 처음에 아이 생활 습관을 잡아 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그리고 이 시기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테니 아이를 옆에서 챙겨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생각해서 6개월 육아 휴직을 신청했다. 그러다 보니 회사에 다닐 때와는 달리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처음 휴직했을 때에 계획은 같이 도서관 다니며 책을 많이 읽어주고 그동안 못했던 여러 가지 체험들을 하러 다니고 아이와 함께 이런저런 얘기들을 많이 해서 아이와 마음을 생각을 나누어야지 마음먹었는데 막상 옆에 같이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오히려 잘 기다려주지 못하고 아이 생각을 잘 들어주지 못하고 아이의 습관을 잡아준다는 핑계로 잔소리와 간섭이 늘어나고 있음을 문득 깨닫는다. 외동이다 보니 나의 관심은 온통 아이에게만 집중되고 있는 셈이다. 내가 커온 환경과 비교할 때, 사소한 말과 행동 하나하나까지도 엄마 아빠의 관심과 간섭을 아이는 받고 있는 중이다. 며칠 전 식탁에서 밥을 먹는데, 아이가
‘엄마 아빠는 나만 쳐다보면서 밥을 먹네?’
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제야 아… 항상 엄마 아빠의 관심을 받고 있는 아이는 이런 상황이 부담스러울 수도 싫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이런 부모의 과도한 관심으로 인해 아이가 자기도 모르게 스스로 어떤 문제에 대해 고민하거나 생각하는 과정 없이 부모의 의견을 당연하게 수용해 버리고 따르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생긴다.
우리 엄마는 본인이 스스로가 부족하다는 생각에 엄마의 의견을 내세우지 않아 나로서는 의도치 않게 나와 관련된 일들을 대부분 결정할 수 있는 상황에서 자랐고, 그런 경험이 지금까지 내 삶을 사는데 자립심과 책임감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요즘의 엄마들은 학벌도 좋고 여러 정보 습득도 빨라서, 나조차도 스스로가 제일 잘 알고, 이걸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은 욕구에 사로잡혀 있다. 난 어른이니까, 아이들보다 지식도 세상 경험도 훨씬 많으니까 내 판단을 정답으로 확신하고 아이의 의견은 고려하지 않은 채 아이에게 내 생각을 주입하고 강요한다. 내 시대, 내 기준에 최선이었던 게 아이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모르고 하는 행동이다.
조선미 박사님이 쓴 ‘영혼이 강한 아이로 키워라’라는 책에 보면 우리 삶은 무수한 시도와 약간의 실패 다음의 성공, 그리고 새로운 시도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의 시도가 엄마가 보기엔 비록 무모해 보일지라도 일단 그 용감한 시도에 관심 갖고 자잘한 실패에 대범해지고, 작은 성공을 이루었을 때 무한한 칭찬을 해주라고 조언한다. 그래야 아이는 자기 스스로의 삶을 반복적인 시도와 노력으로 채워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부모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힘들지? 그래도 넌 잘 이겨낼 거야. 엄마는 널 믿어.'라는 말과 함께 한 발짝 뒤에서 격려해 주는 게 필요함을 잘 안다. 공부는 기본이고 아이가 인생을 자기 의지대로 살기 위해서는 때로는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시행착오를 경험하며 쌓아나가는 게 필수라는 걸 내 경험을 통해서라도 잘 알면서도 막상 아이를 이렇게 대하기는 어렵다. 시행착오로 아이가 잠깐 넘어져 있는 모습을 보는 게 마음 아파 견딜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내 아이는 할 수만 있다면 실수가 없기를 바라는 잘못된 부모 마음과 나는 내가 아이에게 정답을 제시해 줄 수 있다는 자만심이 합쳐져 소중한 우리 아이에게 실수와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고 내 생각을 강요할까 봐 두렵다. 적당한 시기부터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아이를 옆에서 지켜보며 아이의 선택과 결정을 지지해 주는 현명한 부모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