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복습의 중요성
-------------------------------------------------------------------------------------------------------------------------시험 기간 중에는 일찍 잠드는 대신 아침에 일찍 일어나려고 노력했다. 시험이라는 긴장감이 평상시보다 한 시간 이상 일찍 일어나게 만들었던 것이다. 보통 7시가 좀 넘으면 학교에 도착했는데 9시부터 시험이 시작되니, 시험 시작 전까지 1시간 반 이상은 공부할 시간이 생겼다. 보통 시험은 두 과목씩 보는데 한 과목은 소위 벼락치기로 되지 않는 주요 과목들 즉, 국영수과 중 하나를, 나머지 한 과목은 암기과목 중 하나를 본다. 그래서 난 학교에 도착하면 처음 30분 정도는 암기과목을 정리하고 나머지 한 시간 좀 넘는 시간 동안은 주요 과목을 정리하면서 그날의 시험을 준비했다.
하지만 수학 과목을 보는 날은 이런 나만의 규칙이 무너지는 날이었다. 내가 반 친구들 중 학교에 거의 제일 먼저 도착하는 편인데, 내 뒤로 하나 둘 친구들이 학교에 오면 그때부터는 혼자서 시험공부하는 것은 끝이라고 봐야 했다. 친구들이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전날 공부하면서 풀리지 않았던 문제나 답안지를 보고 이해가 안 되는 문제들을 들고 내 자리를 찾아왔기 때문이다. 한 친구가 자리로 돌아가면 그다음 친구, 그다음엔 또 다른 친구가 내 자리로 찾아왔다. 친구가 들고 온 문제를 같이 고민하고 풀고 내 생각을 설명하다 보면 아침 시간은 후딱 지나가 버렸고 곧 1교시 시험을 볼 시간이 다 되어서야 친구들의 발길이 끊어졌다.
내가 우리 반에서 제일 수학을 잘해서 친구들이 날 찾아오는 것은 물론 절대 아니었다. 같은 반에 나보다 훨씬 더 공부 잘하고 더 빨리 문제를 잘 푸는 친구들은 당연히 있었다. 하지만 그 친구들은 대부분 어려운 문제들을 풀어보느라 바빴고, 수학 실력이 조금 부족한 친구들이 문제를 물어보면 이해하기 어렵게 중간 과정들을 많이 생략한 채로 설명을 했으며, 무엇보다 자기 공부할 시간을 뺏긴다는 생각에 다른 친구들이 물어보는 걸 꺼려했다.
그에 비해 난, 일단 뛰어나게 수학을 잘하진 못했다. 또, 중학교 때까지 학원을 다니지 않았기에 난 늘 교과서 문제 수준 위주로만 풀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친구들이 교과서 수준의 문제를 질문할 때 비교적 대답하기가 수월했다. 공부 잘하는 친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쉽게 설명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친구들로부터 질문받는 걸 전혀 꺼려하지 않았다. 오히려 두 팔 벌려 질문하는 친구들을 환영했다. 수학은 시험 직전 한두 시간 공부를 더 한다고 해서 점수가 크게 달라질 게 없다는 걸 잘 알았기 때문이다. 그 시간에 혼자 공부한다고 몰랐던 문제를 드라마틱하게 알게 되어서 점수가 크게 바뀔 가능성은 거의 희박했다. 차라리 내 입장에서는 그 시간에 친구들이 들고 온 문제를 통해 내가 접해 보지 못했던 여러 가지 유형의 문제나 교과서 문제 중 헷갈리는 문제를 다시 한번 보는 게 더 나은 방법이었다. 친구에게 문제풀이를 설명해 주는 동안 공식을 제대로 암기하고 있는지, 풀이과정이 맞는지를 확인해 보는 게 더 나에게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또 가끔 어렵고 교과서 외적인 문제를 친구가 들고 오면 그래서 아침 시간에 풀 수가 없다면, 그런 문제는 그날의 시험과는 분명히 상관없을 테니 일단 체크했다가 시험이 끝난 후, 그 문제를 찬찬히 풀어보는 기회를 갖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친구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시간이 나에게는 아는 것을 귀찮게 물어보는 시간이 아니라, 기본에 충실한 반복 연습을 할 수 있고, 다양한 문제를 만나 볼 수 있고, 그 당시는 비록 풀이 과정까지는 필요 없었지만 친구들에게 설명해주기 위해 필요한 부분만 써내려 가며 답을 내다보니 풀이 과정까지도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거기에다 친구들로부터 자세히 설명해 줘서 고맙다는 말까지 들었으니, 그 시간을 통해 난 수학 실력도 늘리고, 기분도 좋아지고, 뿌듯함마저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분위기가 굳어져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교를 거쳐 고등학교 시절까지도 난 시험 시간표가 발표되는 날부터 시작해서 시험날 아침까지 친구들의 질문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중학교 때부터는 주요 과목 시험은 매달 있었으니, 결과적으로 그 질문들이 매달 복습을 철저히 하고 지나갈 수 있게 만들어 준 셈이다. 이전 단계를 확실히 알아야 다음 개념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수학 과목 특성에 맞게 나도 모르는 사이 공부를 해왔던 것이다. 덕분에 큰 스트레스 없이, 특별히 시간을 많이 들여 공부하지 않아도 수학은 점수가 잘 나왔고 수학 공부에 들이는 시간을 줄인 만큼 그 시간을 다른 공부에 할애할 수 있었기에 다른 과목도 평균 이상의 점수를 올릴 수 있었다. 전반적인 내 성적이 상위권을 유지하는 데 친구들의 질문이 큰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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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학습이 유행이다. 기본 한 학기는 물론, 한 학년 위의 학습을 당연한 듯이 공부한다. 초6학년 아이가 중학교 문제집을 풀고, 중학생이 고등학교 수학 문제를 푼다는 말을 듣는 건 흔한 일이 되어버렸다.
해당 학년이 되기 전에 조금이라도 미리 공부를 해 놓으면 그 학년이 되었을 때 미리 해놓은 공부 덕택에 쉽게 그 공부를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마음에 아이를 생각해서 공부시키는 것임을 너무나 잘 안다. 내 아이가 공부를 좀 더 수월하게 잘하길 바라지 않는 부모가 세상에 어디 있을까.
하지만 해당 나이가 되어서 익혀야 하는 공부를 한 두 살 어린 나이에 공부하려면 그만큼 더 많은 공부 시간이 필요하다는 거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공부량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학년에 맞는 공부만 해도 양이 엄청난데, 앞선 공부를 하느라 더 많은 시간을 들여 공부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안쓰럽다. 그나마 저학년 때는 엄마의 신념으로 밀고 나가지만 초등 고학년만 되어도 결국 분위기에 편승하고, 학원을 보내면 선행을 안 하는 학원은 없으니 따라가게 된다. 어쩔 수가 없다. 워킹맘은 더하다. 시간 때우기 용으로라도 저학년 때부터 학원에 안 보낼 수가 없는데, 이왕 보내는 학원, 유명하고 공부 잘 시켜주는(결국 선행학습을 하는) 학원을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선행학습이라 하면 크게 영어와 수학, 그리고 논술 정도가 떠오른다. 다른 과목은 내가 말할 자격이 안되고, 수학만 얘기해보자. 수학만큼은 경험상 복습이 생명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수업 시간, 그날그날 배운 것만 잘 익히고 넘어가면 진도를 따라가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복습 한 가지만 하는 것을 목표로 해서 아이에게 수학 학습 부담을 줄여주고 싶다. 정 부족하다면 틈틈이 며칠 앞선 수업 진도의 문제를 몇 개 풀어보거나 1~2주 앞의 수학 개념을 익히기 위해 미리 교과서를 읽어보는 정도, 부담을 느끼지 않는 그 정도 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30년 전의 내 학창 시절과 지금은 문제가 많이 다르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안다. 초등학교 저학년용의 사고력 수학 문제집을 본 적이 있다. 문제를 보면 정말 입이 딱 벌어진다. 이런 서술 문제와 풀이과정을 아직 한글조차 익숙하지 못한 초등 1, 2학년들이 대부분 이해하면서 재미있게 푸는지 물어보고 싶을 뿐이다. 수학 문제가 어려워서라기 보다 문제 이해를 못 해서 풀지 못하는 그런 서술형의 응용문제들. 열심히 연습시키면 될까.
이해하기도 힘든 서술형 문제를 잘 풀기 위해 다양한 수학 문제를 일찍 접하게 해서 익숙하게 만들어 주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별히 유형이라는 게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얼마든지 다양한 문장을 활용해서 서술형 문제를 만들어 낼 수 있는데, 이를 익숙하게 만들어 준다고 수학 공부를 시킨다면 엄청나게 많은 공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이해가 안 되는 어려운 문장으로 이루어진 문제를 푸느라 아이는 스트레스받을 것이고, 그럼 수학에 흥미를 갖고 공부하기를 기대한다는 건 포기해야 한다. 이런 방법으로 아이에게 수학 공부를 시키고 싶지 않다. 어떤 문제가 와도 기본적으로 그 문장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게 먼저다. 그다음에 수학 문제를 접목한 응용문제를 풀어야 한다. 문장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다면, 그래서 문제를 쉽게 이해하면 수학 난이도는 크게 어렵지 않으니 충분히 흥미를 가지고 문제를 풀 수 있다. 수학 공부에 앞서 문제 이해력을 쌓기 위한 독서를 하면서 수학 공부는 선행 없는 복습만으로 공부 부담을 줄여주고 싶다는 내 생각은 요즘의 사고력 문제, 서술형 문제를 봐도 여전히 변함없다.
(아이 독서에 대해서는 다음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