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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율 May 31. 2023

'월든'을 읽고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정윤희 옮김-다연


너무도 유명한 고전, 월든.


속세를 벗어나 월든이라는 호수가 근처에서 자급자족하면서 쓴 책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이 1850년대에 발표되었다는 건 몰랐다. 100년도 훨씬 전에 쓰였음에도 돈과 물질과 겉치레를 우선시하고 있는 그 당시 세태를 비판하는 건 기본이고, 세대를 넘어 지금의 우리에게도 이렇게 딱 맞는 따끔한 충고를 줄 수 있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2년 동안 월든 숲에서 본인이 먹을 것을 스스로 경작하며 숲과 동물과 벌레와 근처 이웃들과 함께 살았던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일상의 삶에서 독서와 고독을 추구하는 동시에 이웃과 늘 교류함을 보여준다.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사계절 자연의 변화를 몸으로 느끼며 체험하고, 같이 사는 벌레들과 주위 동물들에 대해 시간을 들여 유심히 관찰하며, 주위 거주민들과 방문객들과의  관계속에서 자신이 느끼고 생각하는바를 책에서 풀어냈다.


현실의 빡빡한 삶을 살고 있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여유롭고 평화로운 저자의 일상을 부러워하지 않을 수 없다. 한적한 시골길에서 한가롭게 주위 자연경관들을 관찰하며 그 속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삶은 맞벌이하며 아이를 키우느라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시간을 보내는 나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한번쯤은 회사일과 육아와 집안일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혼자만의 자유를 맘껏 누려보고 싶다는 바램은  나를 포함,  책을 읽은 누구든 드는 생각일 것이다. 외적으로 물질적으로 단순한 삶에서야 비로소 제대로 된 생각과 지식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하는 저자의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지진다. 


‘인간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무지함을 기억해야 하는데, 수시로 지식을 사용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그런 무지함을 떠올릴 수 있겠는가?’


하지만 저자가 삶에서 직접 경험해 보고 주장하는 음식과 물질의 종속에서까지 벗어나기는 솔직히 어려울 것 같다. 맛있는 음식과 깨끗한 잠자리를 포기하면서 그렇게 원시적인 삶을 살아내기에는 너무 깨끗하고 현대적인 시설에 이미 난 너무 깊숙이 물들어져 있음을 알고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는 것에 관한 여러 곳에서 얘기하고 있는 저자는,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주체할 수 없는 식욕으로 늘 과식하는 나에게, 음식을 대하는 태도를 되돌아보고 반성하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주고 있다.


 ‘대부분의 곤충이 완전히 성장한 후에는 유충일 때보다 먹이를 현저히 적게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스스로를 다스리지 못하는 자는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으며 먹어도 맛을 느낄 수 없다. 내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의 진정한 맛을 아는 사람은 결코 폭식하지 않으며, 음식의 맛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폭식하지 않을 수 없다.'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이 우리를 더럽히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지나치게 탐하는 것이 우리를 더럽게 만들다. 가장 큰 문제는 음식의 질이나 양이 아니라 감각적인 맛에 탐닉하는 것이다.’


저자는 ‘손님이 많이 찾아오는 날이면 마치 음식을 먹는 습관을 까맣게 잊은 것처럼 그 누구도 식사에 대해서 일언반구조차 꺼내지 않는다’고 얘기하는데 이렇게 날 것 그대로의 자연에서 살면서 단순함을 추구하면 과연 먹는 행위가 이처럼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을까


돈에 대해서도 저자는 말한다.  


‘이처럼 인생에서 가장 좋은 시절을 돈을 버느라 허비하면서 불확실한 노년의 자유를 부르짖는 사람들을 보면, 훗날 고국에 돌아와 시인의 삶을 살겠다며 인도로 돈을 벌기 위해 떠났던 어느 영국인이 떠오른다. 인도로 돈을 벌기 위해서 떠날 게 아니라 당장 다락방에 올라가서 시를 썼어야 했다.’


‘생계를 꾸리는 것을 너의 업으로 삼지 말고 그저 재미 삼아 일하라. 땅을 즐기되 절대 소유하지 마라. 모험심과 믿음이 부족하여 사람들은 현재 위치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 채 계속 물건을 사고팔며 헛된 삶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과하게 돈에 집착하며 사는 삶을 물론 바라지는 않지만 현재 우리의 삶에서 과연 돈에 연연하지 않고 노후를 걱정하지 않으면서 하고 싶은 일이라고 해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사색에 잠기는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다. 이런 비현실적인 부분은 그냥 넘긴다.   


매일 아침 알람 소리를 들어야만 일어나는 나에게 저자는 이런 말도 했다.


‘우리는 깊이 잠들어 있다가도 기계적인 도움 없이 무한한 기대감으로 새벽에 잠에서 깨어나고 깨어 있는 상태를 계속 유지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결국 저자는 말한다. 지금 여기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고. 저자는 삶을 단순화시켜 그만큼 확보할 수 있는 여유를 독서와 사색으로 채우면서 순간순간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존중하고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삶에서 그런 순간순간이 귀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하지만 이 모든 시간과 장소 그리고 다양한 경우의 수는 바로 지금 여기에 있다. 신 역시도 지금 이 순간 궁극에 닿아 있으며, 시간의 흐름 속에서 지금보다 더 신성한 때는 없다.’  


‘미래를 걱정하지 말고 시냇가에서 또 난롯가에서 편히 쉬어라. 여기보다 드넓은 평야는 없고, 여기서 즐길 수 있는 놀이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은 없다.’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 드러나는 저자의 말를 통해 궁극적으로 이 책에서 제시하는 결론은 다소 추상적이고 도덕 교과서와 비슷해진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에서 벗어나 다른 곳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존 파머가 생각해 낸 방법은 검소한 삶을 살면서 정신을 그의 몸속 깊숙이 끌어내려 육체를 구원하고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겠노라고 다짐하는 것이었다.’


‘내가 꿈꾸는 바를 향해 자신감을 가지고 나아가고, 머릿속으로 상상해 왔던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평소에는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성공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을 읽기 전, 알고 있는 줄거리 만으로 책의 내용을 짐작했을 때는 현실 가능성 없는 다소 진부한 얘기일 거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면이 없지는 않지만 챕터 하나하나마다, 저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구체적이고 상세한 묘사에서 깨닫게 되는 저자의 메시지를,  군더더기 없이 명료하고 직설적인 문체를 통해 읽어내니 소로가 경험한 삶에 흥미가 생긴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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