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엄마로 살고 싶어
나는 올해 마흔아홉이다. 내년이면 50이라는 숫자가 다가온다. 100명 남짓한 중소기업에서 23년째 일하고 있고, 군용 장비를 개발하는 부서에 몸담고 있다. 12년 전에 결혼했고, 초등학교 4학년 아들 하나를 키우고 있다.
맞다. 나는 워킹맘이다.
그리고 그 말 안에는 늘 바쁜 하루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아침에 일어나 아이 아침을 챙기고, 출근 준비를 하며 하루가 시작된다. 요즘은 방학 중이라 아이 점심 도시락까지 챙기다 보면 아침 시간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지나간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서는 아이와 남편의 저녁을 준비하고, 최소한의 집안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잘 시간이다. 씻고 잠자리에 들기 바쁘다. 일이 많아 야근이라도 하는 날엔 퇴근 후 씻고 나면 하루가 그대로 끝나버린다. 아마 대부분의 워킹맘이 이런 하루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특히 아이가 어릴수록 하루 종일 아이를 따라다니며 돌보고, 놀아주고, 재워야 하니 회사 일과 집안일, 육아만으로도 하루가 부족한 건 너무나 당연하다.
그래도 이제 우리 아이는 제법 커서 밥만 챙겨주면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으니 여유가 좀 생겼다. 평일이든 주말이든 몇 시간 정도는 혼자서도 잘 지낸다. 덕분에 그동안 미뤄 두었던, 하고 싶었던 일들을 조금씩 다시 시작하고 있다.
우선 3년 전부터 월 1회 경복궁 해설을 다시 시작했다. 이제는 제법 익숙해져서 해설 시간만 확보하면 되고, 따로 많은 준비 시간을 들일 필요는 없다. 다만 소속 단체에서 진행하는 심화 강의나 관심 있는 특강이 열리면 가끔 참석한다. 왕복 이동 시간 4시간에 해설 2시간, 여기에 가끔 뒤풀이까지 참석하게 되는 것까지 한 달에 주말 하루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올해부터는 영어 해설을 위한 스터디도 시작했다. 월 2회 진행되는 스터디를 오프라인 강의로 듣거나 녹음 파일로 공부해야 하고, 곧 영어 해설 매뉴얼을 만들고 죽도록 암기도 해야 한다. 다행히 스터디 시간은 이른 아침이라 물론 새벽부터 움직여야겠지만 주말 오전 반나절 정도의 시간이면 된다.
그리고 함께 시작한 일이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것이다. 예전에 간간이 글을 쓰다 말다 했던 일이 늘 마음에 남아 있었는데, 이번 영어 해설 스터디를 계기로 그 과정을 기록해 보자는 마음으로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을 쓰려면 그 몇 배에 달하는 양의 글을 읽어야 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다른 작가님들의 브런치 글과 종이책을 꾸준히 읽으려고 노력 중이다.
몇 주 해보니 영어 해설 준비와 영어 공부, 글쓰기, 독서를 꾸준히 하기에 시간이 너무나 부족함을 느낀다.
시간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
집중도 잘 되고 방해받을 일도 없으며, 남편의 양해를 구할 필요도 없는, 마음먹은 시간에 나만 일어나면 되는, 그럼 무엇이든 할 수 있고, 그냥 하기만 하면 되는 하루 중의 시간.
그래서 내가 택한 답은 새벽이었다.
하지만 매일 일찍 일어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문제는 술이다. 회사에서 회식이 있거나 조촐한 술자리로 인해, 아니면 남편과 함께 반주로 먹는 술을 한잔 하게 되면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다음 날 새벽 시간은 자동으로 사라진다. 일찍 일어나려면 일찍 자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환경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예전 ‘뉴 논스톱’의 PD였던 김민식 작가는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라는 책에서 꾸준함과 루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매일 새벽 기상을 위해 아예 저녁 약속을 잡지 않는다고 한다. 지인들과의 약속은 모두 점심으로 돌리고, 술도 마시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녀들이 “아빠는 친구가 없다”라고 놀릴 정도라고 하니 목표를 이루기 위해 방해 요소를 과감히 포기하는 모습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하버드 새벽 4시 반', '나의 하루는 새벽 4시 30분부터 시작된다'와 같은 책들이 전하는 메시지,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김미경 강사가 워킹맘 시절 매일 새벽 4시 반부터 7시까지 자기 계발 시간을 확보했다는 이야기는 하나의 공통된 메시지를 준다. 즉, 성공한 사람들, 뭔가 하고 싶은 것을 이뤄내는 사람들은 타고난 천재성이나 지식, 능력 때문이 아니라, 꾸준함과 노력으로 본인의 목표를 이뤘다는 것이고, 이를 위해 대부분 새벽 기상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천재성과, 뛰어난 능력과는 거리가 먼 내 입장에서, 그래도 노력과 꾸준함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 오히려 더 반갑다. 회사 회식이나 남편과의 술 한잔을 완전히 끊을 수는 없겠지만, 목표를 위해 횟수를 줄이고 우선순위를 정해 꾸준히 해 나가는 것만이 내가 원하는 결과와 기대하는 모습에 가까워지는 방법일 뿐이다.
심리학자 에릭 클링거는 “인간의 뇌는 목적 없는 삶을 견딜 수 없다(The human brain cannot sustain purposeless living)”고 말했다. 일어나기 싫고, 하기 귀찮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내가 이 모든 걸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첫째, 지금의 편안하지만 한편으로 무료한 삶에 안주하지 않기 위해서다.
둘째, 나이보다 젊게 살고 싶다. 과거의 50과 100세 시대인 지금의 50은 분명 다르다고 생각한다.
셋째, 올해 연봉 인상률이 2%에 그쳤다. 앞으로 차장급 이상은 이보다 높은 연봉 인상을 하지 않겠다는 회사 방침이다. 언제 퇴직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지금의 내 나이. 지금은 즐거움과 재미를 찾아 대가 없이 하고 있기는 하지만, 퇴직 후 용돈정도 벌 수 있는 일을 하는 데는 분명 도움이 될 거라 믿는다.
넷째, 아들에게 멋진 엄마로 보이고 싶다. 퇴근 후 저녁을 먹고 소파에 누워 휴대폰이나 TV로 드라마나 영화를 보기 시작하면, 저녁 시간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밤늦게까지 이어진다는 걸 경험으로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런 모습보다, 여전히 공부하고 열정적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또, 이제 5학년이 되면 역사를 배우게 될 텐데, 아들 친구들을 같이 데리고 경복궁에서 해설도 해 주고, 영어가 이렇게 쓰일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며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도 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퇴직 후에 수학·영어·역사를 함께 다루는 작은 공부방을 해 보고 싶다는 막연한 꿈도 있다. 3과목 소화할 수 있는 원장은 흔치 않을 테니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 음... 다만 쉰을 훌쩍 넘긴 원장에게 배우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건 그때 가서 고민해 볼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