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70%

좋은 하루 8화

by Ryan

“환자분, 이쪽으로 앉으세요.“

교수님은 어머니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보통은 암에 걸린 부모를 자식이 모시고 오지만, 우리는 반대였다. 교수님 옆 자리는 내 자리였다.

“사진을 보니… 초기는 아닙니다. 아마 2~3기 정도. 크기가 꽤 커서 전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요.

우선 CT 찍으시고, 결과 나오면 다시 보시죠.”


‘크다. 전이 가능성이 있다.’

그날 저녁부터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다른 장기로 전이되었을 경우 4기로 판정되며, 생존율은 10% 이하였다.

4기면 통상적으로 항암치료를 먼저 하고, 암 크기를 줄인 후 수술을 한다.


그 과정에서 세상을 떠난 사람들도 많았다.

또, 기수와 상관없이 수술 후 재발되거나 전이된 케이스도 많았다.

반대로 완치된 케이스도 많았다.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 나을 수 있다는 희망.

‘그래서 나는 몇 기인 거지?’

잠은 오지 않았다.


다음날, CT 결과를 듣기 위해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진료실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전날 밤 찾아봤던 인터넷 속 정보들이 온갖 불안을 만들었다.

‘4기면 어떡하지?'

‘무의미한 치료가 이어지면… 연명치료는 거부해야 하나?’

‘수술만 잘 받으면 살 수 있다던데…'


아아…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된 건가.
술 마시지 말걸. 운동 좀 더 열심히 할걸.


생각에 잠겨 있던 순간,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

“…”

“진료실로 들어오세요”

심장이 귀 옆에서 뛰는 것처럼 두근거렸다.


후회를 해도 이미 늦었다. 그러니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진료실에 들어가 앉자, 교수님이 사진을 띄웠다.

“CT 상으로 봤을 때 전이는 안된 것 같아요.”

순간, 온몸의 힘이 풀렸다.

“그럼… 몇 기인가요?”

“2~3기 정도로 추정되고요, 정확한 기수는 수술 후 떼어낸 장기를 조직검사 해봐야 합니다."

"... CT 상으로 전이가 안 보여도, 전이 여부는 수술을 해봐야 알 수 있어요. 우선 수술 날짜부터 잡으시죠.”

“생존율은… 어떻게 될까요?”

“2~3 기면, 60-70% 정도...”


‘60-70%’


머릿속에서 그 숫자가 계속 맴돌았다.

수술은 약 한 달 뒤. 1월 초로 잡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평소에 좋아하던 초밥을 먹으러 갔다.

“수술받으면 이런 건 못 먹게 될지도 모르니까, 지금 많이 먹어두자.”

어머니가 웃으며 젓가락을 내 앞으로 밀어줬다.


수술 전까지 먹고 싶은 건 다 먹되, 술만은 먹지 않기로 다짐했다.

여자친구에게도 이 소식을 전했고,

곧 다가올 내 생일을 기념하여 맛있는 걸 먹으러 가기로 약속했다.

미국에 있는 누나에게도 전화했다.

누나는 정말 다행이라며, 수술 날짜에 맞춰 한국에 오겠다고 했다.


나 하나의 병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묶어두고 있었다.

그리고 4년 전과 마찬가지로 모두가 같은 희망을 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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