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하루 9화
그렇게 수술을 기다리던 어느 날,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수술 날짜가 미뤄졌다는 것이다.
병원 측에서는 일정 상 어쩔 수 없다고 양해를 구했다.
몇 분후, 거실에서 어머니의 울먹이는 통화 소리가 들렸다.
보호자에게도 변경된 일정이 전해진 모양이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어떻게…”
흐느끼는 목소리 속에는 불안과 두려움이 섞여있었다.
“정말 방법이 없을까요? 부탁드려요…”
간곡한 요청에도 담당자는 연신 사과하며 일정변경은 어렵다고만 했다.
“별일 없을 거야, 걱정하지 마 엄마. 괜찮아”
나는 어머니를 달래고 방으로 돌아와 책상 앞에 앉아 눈을 감았다.
‘… 정말 별일 없겠지?’
며칠 뒤 아침, 어머니께서 급하게 나를 깨우셨다.
“병원에서 전화 왔는데, 12월 24일에 수술 가능하냐고 물어봤어.
일정이 취소돼서 비었다는데, 그때 수술받는 거 괜찮지?”
수화기를 든 채 상기된 목소리로 묻는 어머니에게
얼떨떨한 표정으로 나는 곧바로 알겠다고 했다.
기적이었다. 수술 날짜는 당겨졌고, 당장 4일 뒤에 수술을 받게 되었다.
하루하루가 길게만 느껴졌던 기다림이, 단숨에 종착역으로 향하는 듯했다.
모든 일이 잘 풀릴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수술 전 날, 사전 검사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병원에 입원했다.
병실로 가기 전, 위 내시경을 통해 수술 부위에 형광마킹을 하기 위해 내시경실을 들렸다.
익숙해질 때도 되었는데 내시경은 이상하게도 적응이 안 된다.
긴장한 상태로 “마취 들어갈게요”라는 말과 함께 눈을 떠보니 내시경은 끝나있었고, 곧장 일어나 병실로 갔다. 병실에 들어서자, 병원 특유의 알코올 냄새가 은은하게 났고
좁은 침대 위엔 곱게 개어진 환자복이 놓여 있었다.
옷을 갈아입는 순간, ‘이제 정말 환자가 되었구나’라고 실감했다.
오후 5시 무렵, 수술을 집도할 교수님이 병실을 방문하셨다.
부드럽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컨디션을 묻고,
수술의 방식과 소요시간, 수술 범위, 그리고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 들을 차례로 설명 주셨다.
개복 후 다른 장기에 전이가 발견되면 수술이 중단될 수 있다는 말에 가슴이 철령 내려앉았지만
난 놓치지 않으려는 듯 차분히 모든 말을 메모해 나갔다.
수술 동의서에 서명 후, 교수님은 ‘내일 봅시다’라며 병실을 나섰다.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내일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음을 실감했다.
그날 밤.
두려움, 설렘, 또 알 수 없는 복잡 미묘한 감정으로 좀처럼 잠은 오지 않았다.
‘살 수 있다’는 기대, ‘잘못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여러 감정이 태풍처럼 휘몰아쳤고 그 중심엔 생존에 대한 강한 열망이 있었다.
고개를 돌리니 병상 옆에 엎드려계신 어머니의 흰머리가 보였다.
아버지도 이런 기분이셨을까.
이틀 뒤 면, 아버지 기일이었다.
아버지의 건강한 모습과 야윈 모습 모두 떠올랐다.
여러 생각을 하다 눈을 감고 기도했다.
‘나 마저 엄마 두고 가면 안 되니까, 아빠가 저 좀 살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