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좋은 하루 11화

by Ryan

눈을 떠보니, 어머니의 얼굴이 흐릿하게 보였다.

“고생했어... 괜찮아?”

분명 걱정이 가득한 표정일 것이다.

"응..."

병실로 온 후 잠시 잠들었던 모양이다.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양팔엔 여러 개의 주사선이 주렁주렁 달려있었고,

오른쪽 옆구리엔 플라스틱 관이 삽입되어 있었다.

이건 다 무슨 약일까.


평소랑 몸 상태가 확실히 달랐다.

멍하면서도 어지러웠고 기운이 없었다.

말없이 심호흡을 하던 중, 걱정하고 있을 여자친구가 떠올랐다.

“엄마, 이 번호로 전화 좀 해줘...”

어머니는 여자친구에게 전화해 수술이 잘 끝났다고 그녀를 안심시켰다.

수화기 너머 반가운 목소리에 기분이 좋아진 것도 잠시, 온몸 구석구석 쓰라려 오기 시작했다.

마취가 풀리기 시작했나 보다.


몇 시간 뒤, 교수님께서 병실로 오셨다.

“고생하셨습니다. 다행히 수술은 잘 되었습니다.”

정말 다행이다.

“다른 장기로 전이되지는 않았지만, 암 크기가 컸고요. 위 주변 림프절 전이가 되어 림프절을 절제했습니다.”

"네..."

"떼어낸 장기는 조직검사 들어갔고... 아마 2기 후반에서 3기 정도 예상됩니다."

수술결과에 대해서 설명을 마치시고는 갑자기 나에게 일어서보라고 하셨다.


평소처럼 일어나려는데 무거운 바위가 짓누르는 것 마냥 몸이 들리지가 않았다.

어머니의 부축을 받아 겨우 일어났지만 무언가에 의지하지 않고선 서 있을 수 조차 없었다.

링거대를 양손으로 붙잡고 구부정한 자세로 교수님을 올려다보았다.

“아파도 걸어야 빨리 회복됩니다. 오늘은 쉬더라도 내일부터는 꼭 걸으셔야 합니다.”

무슨 말인가. 이 상태로 걸어야 한다니. 서 있을 수 조차 없는데?


오늘부터 걸어야 낫는다.

하루아침에 움직이고, 먹고 마시는 일상이 모두 사치가 되어버렸다.

살짝만 움직여도 몸 안에 유리조각들이 근육을 찢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음식은 삼킬 수조차 없었다.

잘라낸 위는 적은 물조차 거부했고 목을 타고 내려가는 순간부터 속이 불편했다.


수시로 이어지는 피검사와 매일 아침마다 찍는 엑스레이도 고단했다.

혼자서는 걸을 수도, 누울 수도 없어 이동할 때마다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엑스레이 촬영을 위해 일자로 눕는 순간, 수술 부위에 자갈이 박힌 듯한 통증이 온몸을 덮쳤다.

아버지께서 배에 복수가 차 리클라이너에 기대어 잠을 청하셨던 것처럼, 나 역시 똑바로 누워서 잘 수 없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흘러내렸지만 수술 부위 때문에 샤워도 할 수 없어 몸에서는 냄새가 났다.


나는 다시 태어났다. 비록 온전한 몸으로는 아니지만.

하지만 이겨낼 거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나의 선택지는 그것뿐이다.

서 있는 것조차 어려웠지만 몇 발짝만이라도 움직이고 다시 누웠다가 일어났다.

침대에 누워서는 숨을 고르며 심호흡을 반복했다.


그렇게 일상을 되찾기 위한 자신과의 사투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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