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부탁드립니다

좋은 하루 14화

by Ryan

젤…록스..요법 후기. 엔터.

인터넷에서 내가 받게 될 항암치료에 대해 이것저것 찾아봤다.

젤록스 요법은 위암 수술 후 보조항암요법으로 사용되는 치료법으로,

젤로다(경구 항암제)와 옥살리플라틴(주사)을 병용 투여하는 방식이다.

약에 대한 부작용으로는 손, 발끝 저림과 구토, 설사 등이 있다.


우선 옥살리플라틴을 주사를 통해 투약한다.

그리고 젤로다를 2주 간 복용한다.

마지막으로, 1주 동안 휴약기를 갖고 다시 반복한다.

그렇게 3주가 한 사이클이며, 총 8번의 사이클을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한 블로그에선 주사를 맞게 되면 손이 시리게 된다고 하니 장갑을 꼭 챙기라고 권했다.

또, 주사 투여시간은 약 두 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다.

종합해 보니 대다수의 환자들이 구토 증세가 있는 것 같았다.

털장갑, 핫팩, 이온음료, 그리고 아이패드를 가방에 넣었다.


다음 날 새벽 다섯 시 반.

알람을 맞춰둔 시간보다 30분 일찍 눈이 떠졌다.

옷을 단단히 입고 현관에 앉아 신발 끈을 꽉 조였다.

“오늘부터 시작이네. 잘 끝내보자!”

어머니는 환하게 웃으며 내 어깨를 두드리셨다.


주차장을 나와보니 밖은 아직 어두웠다.

도로는 출근하는 차들로 붐볐고 출근길에 타던 버스도 지나갔다.

갑자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눈 예보는 없었는데.

잘할 수 있을까…

아니 잘 해내야만 한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곧장 피검사실로 향했다.

항암치료 전에 매번 피검사를 받아야 하는 이유는, 당일 항암을 받을 수 있을지 사전에 수치를 확인해야 한다고 한다.

평일 아침인데도 암병동 피검사실은 환자들로 붐볐다.

오랜만에 받는 피검사.

여전히 주사가 팔을 찌를 때면 눈을 꽉 감고 고개를 돌리게 된다.

“수고하셨습니다. 5분 뒤에 떼시면 돼요.”

왼팔을 알코올 솜으로 문지르며 피검사실을 나왔다.

이건 아무리 해도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것 같다.


아침을 간단히 해결하고 종양내과로 향했다.

교수님께서는 따뜻한 웃음으로 날 맞아주셨다.

“오늘이 처음이시죠?”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내 얼굴에 쓰여있었나 보다.

교수님은 모니터 쪽으로 눈을 돌리고 이어나가셨다.

“피검사 결과는 이상 없고... 이제 약을 처방해 드릴 거예요.”

“네. 주사 맞고, 2주간 약 복용하면 되는 거죠?”

“네. 그리고 항암제 외에 다른 약들도 처방해 드릴 건데요. 이 약들은 부작용이 있을 때마다 복용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항암치료를 하시게 되면 면역력이 떨어져 구내염이 생길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서 꼭 처방받으신 가글 하셔야 합니다.”

구내염이 생기면 식사를 못 하게 될 수도 있어 가글은 꼭 하라고 강조하셨다.

“혹시 또 궁금하신 거 있으신가요?”

“없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네, 그럼 잘 받으시고, 3주 뒤에 뵐게요.”


시 작!

원무과에서 약 처방전을 받았다.

그리고 윗 층으로 올라가 항암주사실에 대기를 걸어두고 원외약국으로 향했다.

처방받은 약은 양이 꽤 많았다.

항암제, 설사약, 변비약, 구토제, 가글액, 철분제…

약을 한가득 받아 가방 안에 넣었다.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는 길에 메시지가 왔다.

“진료순서이오니 항암주사실로 와주십시오.”


항암주사실은 침대와 의자 둘 중 한 곳을 선택할 수 있고, 보통 침대 대기열이 가장 많다.

때에 따라 2-3시간 정도 기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대기시간도 그리 길지 않았을뿐더러 침대도 1인실로 배정받았다.

첫 시작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병실로 들어가니 알코올 냄새가 은은하게 났다.

가방을 옆에 내려두고 곧바로 침대에 올라앉았다.

떨리는 마음으로 앉아있는데, 그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어머니께서 내 손을 잡아주셨다.

“잘 해낼 거야.”


얼마 뒤 간호사님이 들어오셨다.

“안녕하세요!”

매번 느끼는 거지만, 간호사님들의 표정은 항상 밝은 것 같다.

항암제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주시곤, 어느 팔에 주사를 맞을지 물어보셔서 오른팔을 내밀었다.

따끔, 이라고 하며 주사를 찔러 넣었고, 난 다시 눈을 꼭 감고 고개를 돌렸다.


항암제가 혈관을 타고 스며들기 시작했다.

차가웠다. 이래서 손발 시림이 생기는 걸까?

하지만 주사를 맞는 내내 별 다른 불편은 없었다.

주사 맞는 부위가 약간 뻐근한 정도?

이상이 없는 것 같아 아이패드를 켜고 유튜브를 보기 시작했다.

“별 거 아닌데? 할 만하네!”

씩씩하게 웃는 내 모습을 보며 어머니께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셨다.


별 탈 없이 투약을 마치고 짐을 챙겨 병실을 나섰다.

문을 열기 위해 문고리를 잡았는데 손 끝이 드라이아이스를 만진 듯 이상하게 시렸다.

‘아까 설명 들었던 부작용인가?’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감각이었다.

피부가 아닌 근육 안에서부터 느껴지는, 마치 슈팅스타 아이스크림처럼 차가움이 팍팍 터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저 신기할 뿐, 대수롭지 않게 느껴졌다.


집에 도착해서는 곧바로 점심을 먹었다.

“괜찮아?”

어머니께서는 계속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날 살피셨다.

“아무렇지도 않은데? 역시 아직 젊어서 그런가 봐!”

난 웃으며 반찬을 집어 들었고, 평소보다 더 많이 먹었다.


가글을 마치고 푹신한 소파에 앉았다.

새벽부터 움직여서 그런지 노곤노곤 했다.

소화가 다 된 것 같아 침대에 누워 유튜브를 틀었다.

'별거 아니네. 이게 진짜 끝인가?’

눈이 감기더니 어느새 잠이 들었다.

그러나 평온은 오래가지 않았다.


잠에서 깨어난 순간, 극심한 어지러움과 구역감이 밀려왔다.

나는 그대로 화장실로 달려가 모든 걸 토하기 시작했다.

구토는 새벽까지 이어졌고, 그날 저녁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2일 차부터는 경구 항암제까지 복용하게 되면서 증상이 더 심해졌다.

결국 4일 차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해, 보다 못한 어머니는 동네에 있는 내과로 나를 데려가셨다.


내과 선생님을 오랜만에 뵈었다.

암진단을 받고 나서는 처음인 것 같은데 여전히 정성껏 도와주셨다.

“항암치료가 많이 힘들 겁니다. 그래도 잘 버티셔야 할 텐데...”

수액을 맞기 위해 주사를 팔에 꽂을 때 항암주사가 생각나 구역감이 올라왔다.


다행히 수액을 맞고 나니 구토가 조금씩 가라앉았다.

그리고 다음 날, 거짓말처럼 증상이 사라졌다.


내게 항암치료는 이런 식이였다.

3주 중 1주는 지옥처럼 구토, 나머지 2주는 괜찮은 컨디션.

끝없는 순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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