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하루 1화
"띠----띠--띠띠--띠"
아침 5시 50분, 알람이 울렸다. 창밖은 아직 어두웠다.
한숨을 내쉬고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5시 57분-
“시계가 잘못된 거 아니야?” 투덜대며 몸을 일으켜 서둘러 씻었다.
평소 입던 옷을 대충 걸치고 양말을 신고 겨우 문을 나섰다.
“잘 다녀와.”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침엔 좀 주무시지. 굳이 일어나셔서…’
“다녀올—”
문이 닫히면서 대답이 막혀버렸다.
엘리베이터는 내려가면서 10층, 8층, 5층에서 멈췄다.
마음은 조급했다. 다음 층에는 아무도 안 타길…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와 정류장까지 서둘러 걸었다.
눈 내린 길은 아직 미끄러웠다.
겨우 버스에 몸을 실어 한숨을 돌리고
미리 메일을 확인하고, 뉴스를 챙겨봤다.
비몽사몽 한 상태에서 기사에 눈을 붙들리던 중, 여자친구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잘 잤어? 얼른 씻고 준비해야겠다.’
7시 10분, 그녀는 평소보다 10분 늦게 일어났다.
부러웠다. 그녀에게는 아니겠지만, 나에게는 서울이 멀다.
난 언제쯤 서울에 집을 살 수 있을까.
집을 나선 지 1시간 20분 만에 드디어 회사에 도착했다.
출근은 8시 30분까지지만, 대중교통의 혼잡함이 싫어 일부러 일찍 나온다.
나와 비슷한 얼굴을 한 무리의 사람들과 함께 빌딩 안으로 들어섰다.
월요일은 역시 회색빛으로 가득하다.
아침 식사를 급히 때우고 자리에 앉았다.
팀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컴퓨터를 켜고, 커피를 들고 부랴부랴 회의실로 갔다.
브리핑이 한창인데, 낯선 번호가 계속 울렸다.
거절문자를 보내고 브리핑을 이어갔다.
회의가 끝나고 전화를 걸자, 이번엔 상대가 거절했다.
‘그쪽도 아침 회의 중이겠지...’
보고서를 쓰려는데 또 다른 번호로 전화가 왔다.
단순 문의, 지원 요청, 회의 요청…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
보고서는 아직 시작도 못했는데 또 전화가 울렸다.
전화기를 꺼버리고 싶었지만,
“네, 전화받았습니다.” 세상 친절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겨우겨우 전화를 마치고, 시계를 보니 곧 점심시간이었다.
구내식당 점심메뉴를 찾아봤는데, 아… 오늘은 점심메뉴가 별로다.
회사 동료와 억지로 약속을 잡아 밖에서 사 먹기로 했다.
여의도 공원을 지나 식당으로 향하며 대화를 했다.
우리의 대화 주제는 늘 그렇듯 이성과 주식이다.
“10 중에 6만 맞아도 돼. 나머지는 맞춰가는 거지.”
내가 말하자, 동기는 한숨을 쉬었다.
“결혼도 생각해야 하는데… 연애하면서 처음부터 맞추긴 두려워. 모르겠어.”
네 말이 맞다. 모르겠다.
식사를 마치고 카페에서 커피를 사 와 자리에 앉았다.
오후 회의는 2시부터 4시다.
보고서를 쓸 수 있는 시간은 한 시간 남짓.
잡념을 억누르고 보고서를 썼다.‘회의를 절반만 해도 퇴근 후에 일 안 해도 될 텐데.’
갑자기 누가 나를 불렀다.
“곧 회의 있지 않아?”
벌써? 노트북을 들고 황급히 회의실로 향했다.
폰으로 시계를 확인하는데 또 전화가 왔다.
아침에 전화 왔던 낯선 번호였다.
거절문자와 함께 다시 회의에 집중했다.
과연 내가 오늘 이 사람과 통화를 할 수 있을까?
회의는 30분 늘어져 4시 30분에 끝났다.
Follow-up까지 마치고 나니 퇴근 30분 전이다.
곧 집에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잠이 확 깼지만, 이내 걱정과 짜증이 밀려오며 기분이 다운됐다.
그렇다. 보고서를 써야 했다.
퇴근 시간을 넘겨 보고서를 어느 정도 쓴 후,
남은 건 내일의 나에게 맡기기로 하고 집으로 향했다.
집 근처에 도착하니 8시 20분이었다.
오늘 저녁은 집에 오는 길에 시킨 치킨이다.
이런 날엔 시원한 맥주 한 캔 마시고 싶지만, 위염약을 먹고 있으니 참아본다.
집에 도착 후 샤워를 마치자 치킨이 도착했다. 다리를 베어 물고, 유튜브를 켰다.
평화롭다. 이 순간만큼은 아무도 나를 괴롭히지 않는다.
치킨을 다 먹으니 벌써 9시 30분이다.
부랴부랴 치운 후, 여자친구와 영상통화를 했다.
“저녁 뭐 먹었어?”
“… 치킨”
“속 쓰리다며, 치킨 말고 건강하게 좀 먹어.”
여자친구가 나무랐지만, 알았다고 민망하게 둘러댄 후 서로 회사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을 나눴다.
회사에서의 일들을 이야기하다 보니, 문득 아직 끝내지 못한 보고서가 떠올랐다.
떠들다 보니 벌써 10시 30분이 되었다.
“자러 갈게. 잘 자.”
인사를 하고 침대에 누워 내가 보유한 미국 주식을 확인했다.
아니, 갑자기 왜?
그렇게 오르락내리락하는 주식 창을 한참 바라보다 폰을 내려놓았다.
최대한 안 자고 싶었지만, 내일을 위해 지금 자야 했다.
잠에 들기 위해 폰을 내려놓고 눈을 감았다가, 얼마 안 가 다시 주식 창을 봤다.
그렇게 반복하다 어느새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