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세 번째 이야기. 월급
“왜 ROTC를 하려고 하는가?” ROTC 면접에서 빠지지 않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지원자들은 면접관 앞에서 저마다의 포부를 드러낸다.
“네! 저는 나라와 민족을 지키는 숭고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젊은 시절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귀한 경험을 얻기 위해…”
“주변의 권유로 ROTC를 알게 되었고, 더 멋진 남자가 될 수 있는 길이라 생각되어…”
ROTC를 지원하는 이유는 지원자 수만큼이나 다양하다. 학교도 전공도 나이도 제각각인 이들이 다 같은 지원동기를 갖는 게 더 이상한 일이다. 여러 이유가 ROTC를 선택케 하는 요소가 될 수 있겠지만 그중 주된 이유를 꼽자면 월급과 경험 그리고 끈끈한 동기애가 아닐까 한다. 개인적으로는 장교 월급이 주는 매력이 상당 부분 어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병사 월급이 계속 올라감에 따라서 그 매력이 계속 감소하는 것이 문제지만…)
월급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해 보자면, 사실 면접관 앞에서 “병사와 비교해서 월급을 많이 주기 때문에 지원했습니다.”하고 말하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있더라도 뽑히기 힘들지 않을까...) 하지만, 인간은 경제적 동물이라 하지 않았던가, 만일 급여가 없거나 병사와 동일하다고 하면 장교의 길을 재고할 이들도 적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ROTC 홍보 책자에서도 급여 부분을 많이 강조하는 이유일 수 있겠다.
본격적으로 돈 이야기를 한번 해볼까 한다. 국내 정서상 아직은 돈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속되다' 여겨지지만 현실적인 문제이니까. 실제 박봉이다 쥐꼬리다 하는 월급은 소위로 임관하면 받을 수 있다. 임관 이전에도 방학 중 훈련일 수를 계산해서 지원금이 나오기는 하지면 엄연히 월급이라 할 순 없다. 군인 월급은 법으로 정해져 있다. 공무원 임금에 연동해서 책정된다. 공무원 월급이 동결되면 군인도 자동적으로 동결된다. 일반적으로 중/소위 초급장교는 7급 공무원 정도의 급여를 받게 된다. 공무원을 꿈꿔서 몇 년씩 고시원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군인의 길을 걷는 것이 더 빠를 수 있다. 참고로 하사로 임관하면 9급 정도의 급여를 받는다. 공무원 급여기준이면 요새는 박봉은 아니지 않느냐 하고 물을 수 있겠지만 '호봉제'라는 특성상 근무연차가 적은 이들의 월급봉투는 얇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사치만 부리지 않으면 먹고사는 데는 큰 문제는 없는 정도의 액수다.
2019년도 기준, 소위 1호봉의 급여는 165만 원이다. 물론 기본급 기준이다. 군을 포함한 사회 대부분에서의 급여체계는 '기본급 + 수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군인 월급도 기본급에 수당이 더해진다. 그럼 군에서 기본급 이외에 지급되는 수당은 뭐가 있을까?
○ 교통보조비
교통보조비는 대령 이하 간부들에게 지급되는 수당이다. 대령 이상은 왜 안 주느냐 생각할 수 있는데 군대에서 대령 이상이면 상당히 고위직이다. 직책에 따라서는 관용차도 지급된다. 차뿐만 아니라 운전병도 배속된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교통수단을 직접 지원하기 때문에 별도 보조비는 지급되지 않는다. (차도 받고 교통보조비도 받는 건 좀...) 10만 원 전후로 책정되어 있고 계급 별로 조금 차이가 난다. 산골 오지로 부대를 배정받는 경우엔 턱없이 부족한 돈이지만 도심 부대에 있는 경우에는 한 달 대중교통비 하고도 조금 남는 돈이다.(자주 나갈 수 없으니까 돈이 남을 수밖에 없다.)
○ 가계지원비
교통보조비와 함께 군인에게만 지급되는 수당이다. 기본급에 일정 비율(약 16%)을 계산하여 지급한다. 수당이 기본급에 연동되어 있어서 기본급이 오르면 자연히 수당이 오르는 효과를 낳는다.
○ 직급보조비
직급보조비는 원래 업무수행에 필요한 돈을 지급하기 위한 수당이다. 사실 이 돈을 업무수행에 직접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뭐 얼마나 된다고 이거를 업무에 쓴단 말인가) 업무에 써야 하는 돈은 별도 예산이 책정되어 있기 때문에 개인 호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어 쓴다는 것도 적절하지는 않다. 이 수당도 계급마다 차이가 있고 초급장교(소위/중위)는 10만 원 초반대 수당을 받게 된다. (중위만 달아도 두배가 늘어난다.)
○ 정액급식비
내가 군대에서 가장 놀랐던 점이다. 월급명세서에 정액급식비가 찍혀 나온다. 이전까지 군에서 먹여주고 재워주고는 당연히 해주는 것으로 알았는데 간부들은 식사를 돈을 내고 먹어야 한다. 보통 일괄적으로 간부식당 이용료를 부대에서 징수해서 이것으로 식사를 만들어 제공한다. 취사병이 있기 때문에 거의 부식비로 쓰인다. (그렇다고 진수성찬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지는 마라.) 이 수당도 10만 원 초반으로 그리 많지 않지만 실제 간부식당 한 달 이용비는 이것이 70 ~ 80% 정도로 조금 돈이 남는다. (야근할 때 PX에서 군것질 하나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 명절휴가비
일 년에 두 번 있는 명절인 설과 추석에 지급된다.(명절 휴가비 때문에 명절이 분기마다 있기를 바랬다.) 각각의 명절에 기본급의 60% 정도가 지급되기 때문에 그 달에는 조금 지갑에 숨통이 트인다.
지금까지 말한 수당은 별다른 조건 없이 기본적으로 지급되는 돈이다. 조건 없이 제공되는 수당이 있다면 일정한 조건을 달성했을 때 지급되는 수당도 여럿 있다.
○ 정근수당
1년에 두 번 1월과 7월에 지급되는데 일 년 동안 업무를 성실히 수행했음을 치하(?) 하기 위해 지급된다. 복무 기간에 따라 차등이 있고 1년에 5%씩 더해진다. 50%가 최대로 10년 이상 근무하면 이에 해당한다. 2년 미만의 초급장교는 기본급의 5%를 지급받기 때문에 큰돈은 아니지만 10년 차가 되면 기본급의 50%가 나오기 때문에 꽤 쏠쏠한 수당이 된다. (정근수당 받는 달까지 생각하면 일 년에 명절이 네 번이 되는 셈이다.)
○ 가족수당
가족수당은 말 그대로 가족이 있는 경우에만 지급된다. 학군장교 중에서도 일찍 결혼을 했거나 아이가 있는 경우 가족수당 지급 대상이 된다. 배우자와 아이가 있는 경우에도 5만 원이 조금 넘는 금액으로 가족 부양에는 아주 작은 도움만 될 수 있다.
○ 주택수당
장기복무자에게만 지급되는 수당이다. 3년 미만을 근무하는 단기 복무자가 부대 인근에 주택 구매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시피 하고, 별도로 독신자 숙소를 제공하기 때문에 따로 주택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 합당해 보인다. 금액은 월 10만 원 미만으로 주택구입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기는 어렵다.
○ 시간 외 근무 수당
시간 외 근무 수당은 다른 말로 하면 야근수당이라고 할 수 있다. 주말이나 휴일에 나가서 일하는 경우도 시간 외 근무에 해당된다. 수당 중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일과시간 이후에 근무하는 경우 전산으로 신청하고 한 달 동안의 초과근무 시간을 계산해서 지급된다. 전산으로 시작시간을 입력하지 않았다면 돌이킬 수 없다. 일하느라 바빠서 초과근무를 입력하는 것을 잊는 경우도 많아서 잘 신경 써야 한다. 시간 외 근무이시는 하지만 당직근무처럼 본연의 임무 수행은 해당하지 않는다.
초과근무 시간은 시간별 지급 금액이 정해져 있는데 계급별로 차이가 있다.(군대는 무조건 계급이다.) 초급장교의 경우 시간당 7,000원에 조금 못 미치는 금액이다. 이론적으로는 한 달간 매일 8시간씩 초과근무를 한다고 하면 백만 원 넘는 돈을 만져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최대 시간이 정해져 있다. 57시간 이상 하는 경우는 더 이상 수당이 지급되지 않는다. 대개 한 달간 평균 70시간 정도 초과근무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한 경우는 별로 없다. 보통 30만 원이 넘는 초과근무 수당은 조건부이긴 하지만 거의 매월 지급받는 수당과 같다. 꽤 짭짤하다. 개중에는 그런 돈 안 받고 야근 안 하면 된다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는데 현실은 야근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다. 보통 한 달에 60시간은 기본이고 여차하다 보면 100시간을 넘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미리미리 들이자.
○ 성과상여금
군인이 성과금을 받는다는 건 나도 군대에 가서 처음 알았다. ROTC를 준비하면서 이런 급여 체계에 대해서는 누구도 말해주지 않는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일인에 금전적인 것을 논하는 게 격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일 수도 있고 그들도 이런 교육을 받은 적이 없어서 당연히 해야 한다는 생각을 못할 수도 있다. 어쨌거나 1년간의 성과를 따져서 지휘관의 평가에 따라 그 금액이 나뉜다.
각 부대별로 성과를 나눠서 성과금을 차등 지급한다. 최고등급에 해당되면 200% 이상의 성과금을 받을 수도 있고 최저등급은 지급 제외된다. 문제는 군대 성과는 평시에 계량화해서 비교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전시에는 전투 성과가 자연히 따라오니 문제가 없는데 평시에는 모든 부대가 다 같은 일을 하기에 성과도 거기서 거기다. 그래서 어느 한 부대를 최저등급으로 매긴다면 당연히 그 부대에서는 불만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부대 전체 화합이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에 무장탈영 같은 큰 사고를 치지 않는 이상 최저등급을 받는 일은 없다. 평균적으로 기본급의 120~30% 정도를 받는다고 보면 되겠다.
○ 연가보상비
일반 병사들이 휴가를 가는 것처럼 장교들도 연간 휴가가 나온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연 15일의 유급휴가가 지급되고 근속 년수에 따라 2년에 1일씩 휴가가 늘어난다. 휴가가 늘어난다고 마냥 좋아하기는 이른 게 휴가를 가기가 어렵다. 여름휴가로 3일, 특별히 개인적 사유로 하루나 이틀 정도 쉬는 정도가 보통이다. 자기가 가진 휴가를 모두 사용하는 건 전역을 앞둔 말년 중위가 아닌 이상 좀처럼 쉽지 않다. 눈치도 많이 보일뿐더러 자리를 오래 비우면 휘하 병력 관리에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어서 2/3 정도의 휴가는 늘 남게 된다. 그래서 평균적으로 1년에 5일 안팎으로 휴가를 쓰게 되고 남은 기간은 연가보상비라는 이름으로 돈으로 정산해서 받게 된다.
연가 보상비는 이렇게 남는 유급휴가를 금전으로 보상해 주는 것으로 1일에 대항하는 일당에 남은 일수를 곱해서 연말에 지급된다. 지금 가능 일수는 무조건 '10일'처럼 정해져 잇는 것이 아니라, 그해 예산 추이를 보고 육군본부에서 10월쯤 올해 연가보상비 기준 일수를 일선 부대에 하달한다. 연가보상비 기준일자가 발표되면 이에 맞춰서 하루 이틀 정도 휴가를 더 사용하기도 한다. 사용하지 못한 휴가는 내년으로 이월되지 않고 자동 소멸된다. 예를 들어 13일의 휴가가 남은 상태에서 10일분의 연가 보상을 받았다면 3일의 휴가만 남게 되는데 12월 31일까지 다 쓰지 못하면 3일의 연가는 그냥 소멸된다.
소위 기준으로 기본급과 수당을 다 합하면 세금 등을 제외하고 나면 200만 원 전후의 월급을 받게 된다. (군인도 세금을 낸다.) 연봉 기준으로 약 3천만 원 정도이니 결코 적은 금액은 아니다. 착실하게 모은다면 사회 진출의 큰 발판이 되어줄 수 있는 종잣돈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