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다섯 번째 이야기. 단점 쓰는 방법
"자신의 단점을 기술하시오."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다. 단점을 뭘 써야 할까? 정말 솔직하게 내 단점을 써야 하나? 아니면 적당히 남들과 비슷한 단점을 쓰는 게 좋을까? 괜히 단점을 잘못 썼다가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받거나 안 좋은 인상만을 남기지 않을지 모든 게 고민이자 걱정이다.
단점이 없는 사람은 없다.
자기소개서를 쓰다 보면 간과하는 점이 바로 누구나 단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평상시엔 남의 떡이 더 커 보인 다는 말처럼 나의 단점보다 상대방의 단점이 훨씬 더 크게 보인다. 하지만 자기소개서를 쓰다 보면 그 반대의 경험을 하게 된다. 상대방의 단점은 정말 작거나 무시할 만한 수준이지만 나의 단점을 치명적으로 여겨진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원숭이도 나무에 떨어질 때도 있다.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는 방법을 이야기할 때 가장 적절한 예는 바로 야구선수의 타율이 아닐까 싶다. 야구에서 타자들이 타석에 들어서서 아웃이 아닌 안타를 만들어낼 확률을 타율이라고 부른다. 타율 2할 5푼, 3할의 타율, 꿈의 4할 타자 등 야구에서 확률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
양신이라고 불리는 양준혁 선수는 전성기 때 방망이를 거꾸로 들어도 3할을 친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NPB(일본 프로야구)와 MLB(미국 메이저리그)를 평정한 타격기계 이치로 선수도 NPB에서 3할 5푼, MLB에서는 3할 1푼의 통산 타율 기록을 남겼다. 평균적으로 2할 5푼에서 2할 8푼 정도의 성적이면 준수한 타격 능력으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3할의 타율을 엄청난 능력으로 비친다.
조금만 달리 생각해 보면 타격 천재들이 타석에 들어서도 안타를 만들어낼 확률은 고작 30% 밖에 되지 않는다. 그보다 떨어지는 타자는 25%의 확률로 안타를 생산한다. 우리가 객관식에서 4개 보기를 가지고 찍는 경우의 수와 별반 다를 게 없다. 4지선다 문제를 찍어서 맞춘 이들에게 이렇게 환호를 보내지는 않는다. 하지만 같은 확률을 말하는 야구 선수들에게는 끝없는 찬사를 보낸다. 왜 그럴까?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는 능력
야구에서 타자의 타율은 70%의 실패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30%의 성공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다른 말로 하면 단 30%의 장점만으로도 70%의 단점을 충분히 덮고도 남는다는 말이다. 아니 오히려 그 단점들이 30%의 장점을 더 돋보이게 한다.
이와 유사하게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한 배우가 있다. 바로 로맨틱 코미디의 원톱배우 [휴 그랜트]이다. 휴 그랜트는 영국 억양의 섹시한 목소리와 멋진 비주얼로 데뷔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할리우드 탑 배우로 발돋움했다. 베니스 영화제 수상은 물론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배우로서 탄탄대로의 길만 남을 듯했다.
하지만 휴 그랜트가 불미스러운 일로 신문 1면을 장식한 일이 발생했다. 바로 흑인 창녀와 차에서 부적절한 행위를 하려다가 경찰에 적발된 것이다. 할리우드 사상 최고의 망신이 아닐 수 없었다. 더욱이 당시 휴 그랜트의 애인은 당대 손꼽히는 유명 모델이었던 사실이 충격을 더했다.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었던 이가 상상도 못 할 호색한이었음이 밝혀져 모두가 그의 연기 인생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노팅 힐> 영화로 다시 일어서 그는 브리짓 존슨의 일기, 투 윅스 노티스, 러브 액츄얼리,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등 바람둥이 섹시가이 이미지로 할리우드에서 큰 성공을 이뤄낸다. 모두가 손가락질했던 그의 단점을 캐릭터로 승화시킨 것이다.
단점은 자신 있게 쓰자
누구나 단점은 있다. 이 명제를 기억한다면 자기소개서 단점 공란을 채우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단점을 쓰는 데에서만 그쳐서는 안 된다. 앞서 살펴본 사례와 같이 단점과 장점을 함께 연결 짓는 것이 중요하다.
단점을 장점과 연결하는 순간 단점은 더 이상 단점이 아니라 장점의 한 요소로 부각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