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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연군 Sep 27. 2020

[7분 인문학] 호사카 유지의 근거 없는 일본 뒤집기

일본은 어떤 나라인가?

2019년 7월 일본은 한국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제한을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을 백색 국가에서 제외하면서 안전보장을 위해 전략물자 수출 통제가 필요다고 했다. 아베 내각은 부정했지만 우리나라 대법원의 강제징용자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행위임은 자명했다.

<일본 수출규제 뉴스 / 출처: JTBC>


일본이 이런 불합리한 처사에 반발해 민간에서는 NO JAPAN운동이 시작됐다. 국내 외국산 맥주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던 일본산 맥주가 자취를 감췄고, 일본차 구매도 급격히 감소했다. 이에 이기지 못하고 닛산 자동차는 국내에서 철수했다. 유니클로, 데상트 등 의류 브랜드도 직격탄을 입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해 광복절 즈음에 개봉한 봉오동 전투는 박스오피스 최상단을 점령했고 '토착왜구'란 신조어는 포털 검색 상위권을 차지했다. 제2의 광복을 외치는 가운데 한국으로 귀화한 일본인 '호사카 유지' 교수가 [일본 뒤집기]라는 책을 발표했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고정 패널로 출현하여 한국을 대하는 일본의 속내와 혐한(嫌韓) 감정의 이유 등에 대해 설명한 분으로 그가 일본에 대해 책을 냈다고 해 큰 기대를 갖고 바로 구매했다.


<호사카 유지 교수의 [일본 뒤집기] / 출처: YES24>
 손자병법을 숭상하는 일본

호사카 교수는 일본이 제국주의에 빠져 주변국들에게 씻을 수 없는 피해를 안긴 이유를 일본인의 정신에서 찾는다. 일본인 전체를 관통하는 사상은 손자병법이며, 그 역사는 막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오래되었다고 말한다. 

무를 숭상하기 때문에 평화를 알지 못하는 일본인은 언제든지 타국을 침략하는 전쟁광으로 돌변할 수 있고 그런 성향을 내보인 것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라고 한다. 반면 서양은 기독교 사상으로 용서와 사랑을 알고, 한국은 유교 정신이 있어 평화를 사랑한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손자병법이 일본의 주요 정신을 이루고 있다는 주장의 근거가 없다. 참고서적에 대한 아무런 언급도 없고 이 주장이 학계나 일본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진다는 주석도 없다. 대학교수가 쓴 책이라고 도저히 보기 어려울 정도로 엉터리다. 미국인이 일본인에 대해서 쓴 [국화와 칼]이란 베스트셀러만 보더라도 글의 수준이 하늘과 땅만큼 벌어진다. 

[국화와 칼]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을 상대하던 미국이 적에 대해 더 알기 위해 지어진 책이다. 저자인 '루스 베네딕트'는 일본에 단 한 번도 가지 않고 문헌 연구만으로 이 책을 냈는데, 지금껏 일본에 대해 쓴 책중 가장 우수하다 평가받는다. 재미있는 것은 베네틱트가 연구한 일본의 정신세계에서 '손자병법'은 단 한 줄도 언급되지 않는다. 


기독교와 유교에 대한 평가도 웃기다. 기독교와 유교의 역사를 보면 평화와 연결 짓기엔 거리가 있다. 기독교는 중세 수 차례 십자군 원정을 통해 이교도로 칭한 수많은 아랍인을 죽였다. 이 과정에서 그에 버금가는 기독교인도 함께 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같은 한민족으로 이뤄진 북한은 6.25 한국전쟁을 일으켜 수백만의 생명을 앗아갔다. 전쟁 발발 시점은 광복이 있은지 채 10년이 되지 않았다. 북한도 조선시대 이래 계속 유교정신을 공유했지만 참혹한 민간인 학살을 자행하기까지 했다. 

이런 역사를 외면한 채 호사카 교수는 무슨 근거로 기독교와 유교 때문에 서양과 한국이 평화를 숭상하고 따른다고 주장하는 걸까?  



근거가 없는 글은 일기일 뿐, 

학위논문이나 학술서를 쓰면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이 참고문헌과 주석이다. 이 두 가지는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와 어떤 근거로 인해 나의 주장이 올바른지 강변하는 도구다. 이것을 배제한 글은 일기나 수필 또는 소설이지 전문적인 글이 결코 될 수 없다. 

호사카 교수의 책에는 단 한 줄의 각주도 없고, 참고문헌에 대해서도 다루지 않는다. 그냥 자기 생각이다. 생각 자체도 유치하다. 한국인은 훌륭하고, 부족한 일본일을 가르쳐 계몽해야 한다는 게 주요 논리다. 마치 초등학생이 3.1절에 반일감정으로 쓴 글짓기를 연상시킨다. 


이런 수준의 형편없는 글을 쓰는 사람이 무슨 일본의 정치체제를 논하고, 문제점을 짚어낸단 말인가?


 일본, 그리고 일본인에 대해 알고 싶다면 [국화와 칼]을 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호사카 교수의 [일본 뒤집기]는 일본에 대한 우월감과 '국뽕'을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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