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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연군 Oct 18. 2020

취업 성패를 좌우하는 마인드

그 열 번째 이야기. 결과에 대한 이야기

취업시장에서 자기소개서를 쓰거나 면접을 볼 때면 내 생각을 이야기할 기회가 많이 주어진다. 어쩌면 의무에 가까운 기회일 수도 있지만 기회는 기회니까. 야구와 축구를 비교해 보면 이게 왜 기회인가를 알 수 있다. 

축구는 11명이 한 팀이 되어 90분 내내 뛰어다니고 야구는 9명이서 9회까지 경기를 진행한다. 축구는 공이 수시로 옮겨 다니지만 야구는 하루 종일 필드에 나가 있어도 내쪽으로 공이 날아오지 않으면 공을 잡을 기회조차 오지 않는다.

그래서 겉으로만 보면 축구가 더 공을 만져볼 기회가 많을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 경기를 해 보면 축구는 실력이 좋지 않으면 오히려 공을 좇아 다니기 바쁘다. 하지만 야구의 경우 공격을 할 때 잘하든 못하든 혼자서 타석에 들어선다. 그 순간만큼은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온전히 나만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시간이다. 풀타임으로 경기를 하면 최소한 세 번은 그라운드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기회가 생긴다.


취업은 타석에 서는 심정으로

취업시장에서 공격수는 취준생이다. 회사나 면접관이 던지는 강속구나 변화구를 잘 공략해서 1루까지 살아만 나가면 성공이다. 첫 타석은 서류전형이다. 야구에서도 처음 상대하는 투수의 공을 치는 게 가장 어려운 것처럼 취업에서도 첫 타석을 살아나갈 확률이 가장 낮다. 나만 어려운 게 아니고 모든 취준생이 똑같다. 


두 번째 타석은 면접이다. 서로 어느 정도 상대를 파악했기 때문에 서로가 예상치 못한 의표를 찌르기 위한 수싸움이 치열하다. 타석에 들어선 취준생은 상대가 어떤 공을 던져도 맞받아칠 준비를 하고 있고, 회사는 취준생이 생각하지 못한 의외의 공을 던지려 한다.


세번째 타석 이후는 앞선 타석보다 더 쉽다. 투수가 던지는 공도 빤하다. 공도 계속 던지다 보면 지치기 마련. 시합이 계속 진행될수록 점점 주도권은 타자에게 넘어온다. 중요한 건 조급해하지 않고 자신이 잘 칠 수 있는 공을 기다리는 일이다. 그리고 기다린 공이 왔을 때 실수하지 않고 침착하게 배트를 내밀기만 하면 된다.


1루를 가는 수많은 방법

타자가 1루를 가는 방법은 많다. 멋있게 홈런을 치고 조깅하듯 1루 베이스를 밟을 수도 있고, 번트를 대고 전력으로 달려서 1루에서 살아남을 수도 있다. 때로는 수비에서 에러를 저질러서 운 좋게 살 수도 있고, 몸에 맞는 공이나 볼 네 개를 골라내서 걸어 나갈 수도 있다. 심지어는 삼진을 당해도 마지막 공을 포수가 잡지 못하고 뒤로 흘리면 낫아웃 상태가 되어 1루까지 공보다 먼저 다다르면 진출권을 인정해 준다.


취업의 타석에 서면 멋진 장면만 머릿속에 그려진다. 그림 같은 홈런을 치고서 모두의 선망 어린 시선을 받는 그런 결말을 말이다. 하지만 목적은 살아서 1루에 나가는 것이지 홈런이 아니다. 그리고 모두가 홈런타자일 수도 없다. 누구는 힘이 좋고, 누구는 발이 빠르고, 누구는 공을 잘 골라내고, 또 다른 이는 운이 좋을 수도 있다. 


취업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가진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서 취업문만 열면 된다. 조금 열든 많이 열든 열고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옆에서 홈런을 뻥뻥 쳐대거나 빠른 발로 단타를 2루타 이상의 장타로 바꾸는 이들을 보고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그런 모습에 기가 죽거나, 따라 하려고 시도하는 순간 내가 가진 무기조차 내려놓고 타석에 서는 결과로 이어진다. 


온몸에 흙을 묻히며 슬라이딩을 해 가까스로 세이프 판정을 받더라도 괜찮다. 목적을 이뤘으니 말이다.



단 한 번만 성공해도 이기는 게임

야구에서는 "3할 타자"를 강타자로 분류한다. 3할을 넘어 4할을 치는 선수는 강타자를 넘어선 전설이 된다. 150년에 가까운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4할 타자는 단 16명만 나왔다. 우리나라는 프로야구 역사상 단 한 명뿐이다. 이처럼 4할 타자라 하면 엄청난 결과를 내는 사람인 것 같지만 확률로만 본다면 고작 40%의 성공률이다. 반대로 말하면 60% 실패하는 선수는 전설, 70% 실패하는 선수는 강타자라는 말이다. 엄청나게 후한 평가다. 세상 어디에서도 이보다 더 후한 평가는 없을 것만 같다. 하지만 멀리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90% 실패도 성공으로 인정해주는 게임이 있다. 바로 취업이란 게임이다.


취업시장에서는 99%를 실패해도 괜찮다. 1%의 성공, 아니 단 한 번의 성공만으로도 이기는 게임이니 말이다. 100곳의 회사에서 탈락하고 101번째 회사에 합격을 하나, 같은 회사에 10번 지원했다 떨어진 뒤에 11번째 채용이 되나 같은 성공이다. 유명 대학에 수많은 자격증을 가진 이가 100곳에 모두 합격해도 어차피 선택은 한 곳만 할 수 있다. 1승을 하건 100승을 하건 결과는 똑같은 승리다. 우열이 나뉘지 않는다.


지금까지 한 실패는 아무것도 아니다. 앞으로 일어날 실패도 똑같다. 언젠가 1승만 올리면 그저 지나간 과정에 불과하다. 하지만 실패한 뒤에 좌절해서 그 자리에 멈춰 선다면 실패는 과정이 아닌 결과가 되어버린다. 꾸준하게 시도하고 도전할 수 있는 이런 마인드가 취업의 성패를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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