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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연군 Oct 20. 2020

코로나에도 객실 승무원이 필요한 이유

항공 역사를 바꾼 열두 가지 사건 사고. 두 번째 이야기

코로나 19로 인해 전 세계 항공업계는 아우성이다. 이름만 대면 알법한 유럽의 대형 항공사들이 파산을 앞두고 있다거나 국유화가 되었다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심지어 우리나라 항공사들은 여객기 좌석마저 떼어내고 화물을 실어 나를 정도다. 

남아있는 여객기의 운항 편수도 급격하게 줄어들어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의 10% 밖에 안 되는 실정이다. 자연히 탑승하는 승객도 적어 대부분의 비행기가 텅텅 빈 채로 이륙하고 있다. 이쯤 되니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객실 승무원을 태우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직접 조종을 하는 운항승무원을 안태울 수는 없으니 승객이 줄어든 만큼 객실 승무원 탑승을 줄이거나 아예 태우지 말자는 소리다. 일부 항공기에는 탑승한 승객보다 승무원이 더 많은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지기 때문에 일리 있는 말로 들리기도 한다.


정말 객실 승무원 없이 여객기를 띄워도 될까? 여기에 답을 하려면 먼저 객실 승무원이 비행기에 타게 된 역사를 알아야 한다.



비행선 vs 비행기

항공산업이 발달하기 시작한 1900년대 초기에는 비행기와 비행선이 항공운송의 주도권을 두고 치열하게 각축전을 벌이고 있었다. 비행기는 많이 들어 봤지만 비행선은 조금 생소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지금은 비행선이  가끔 플래카드를 걸고 날아가는 이벤트용으로만 사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엔 제1차 세계대전에서 영국 하늘로 날아가 폭탄을 떨어뜨리는 전쟁용으로도 큰 성과를 냈고, 그 이후엔 유럽과 미국을 오가는 여객운송의 역할도 담당했다. 비행선이 갖는 경제성과 비행기의 느린 발전 속도를 비추어 보면 앞으로도 비행선이 하늘의 패권을 차지할 것이 자명했다. 1937년 뉴저지에서의 사고가 있기 전까지는 말이다. 


최악의 항공사고

당시 최대 항공기는 힌덴부르크 비행선이었다. 길이만 해도 전 세계 최대 여객기로 꼽히는 A380의 3배에 이른다. 한 번에 백 명 가까운 사람이 탑승할 수도 있었고, 1936년에 대서양을 수차례 가로질러 미국과 유럽을 드나들었다. 1936년이면 우리나라가 일제강점기를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던 시기로 교통수단은 자동차도 아닌 인력거였다. 같은 시기 서구에서는 비행선을 띄워 여행을 다닐 정도였으니 경제력 차이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그렇게 창창한 날만 가득하던 비행선의 역사는 단 한 번의 사고로 모래성처럼 무너지게 된다. 1937년 프랑크푸르트를 떠나 뉴저지 상공에 다다른 힌덴부르크 비행선이 착륙하면서 화염에 휩싸였다. 이 사고로 탑승한 97명 중 승객 13명과 승무원 22명이 사망했다. 사고 원인은 작은 정전기로 시작된 화재였는데, 비행선에 가득 채워진 수소가 급격히 반응하면서 순식간에 불타버렸다. 

당시에 거대한 비행선을 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공항을 찾았기 때문에 사고 당시 모습이 생생히 카메라에 담겼고, 그 모습 그대로 전 세계에 보도되었다. 

결국 안전성이 의심되는 비행선은 시장에서 퇴출되었고 그 자리는 비행기가 메꿨다. 


최초의 승무원

당시 힌덴부르크 비행선에는 하인리히 쿠비스라는 이름의 승무원이 탑승해 있었다. 최초의 승무원의 왜 남자였을까? 고급 서비스는 남성이 담당하는 유럽 풍습에 따라 여성보다 남성이 선호되었기 때문이다. 하인리히의 임무는 기내 서비스였지만 사고 현장에서 탑승객들의 탈출을 도와 수많은 목숨을 살렸다. 현대의 승무원이 하는 일과 같은 역할을 100년 전에 한 셈이다.


항공산업의 주류가 비행기로 옮겨가면서 자연히 비행기 내에서의 기내 서비스 수요도 높아졌다. 1930년 엘런 처치라는 미국의 간호사는 조종사의 꿈이 좌절되자 항공사에 객실 담당으로 채용해 줄 것을 요구했고, 현재의 유나이티드 항공이 이를 수용해서 한시적으로 객실 여승무원 제도를 운영했다. 당시 생소했던 객실 여승무원은 모두 간호사로 구성되어 비행 공포증을 호소하는 승객들을 안심시키면서 기내 서비스를 하자 큰 호평을 받아 이후 전 세계 모든 항공사의 표준이 되었다.


법으로 정해진 숫자

기내 서비스와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객실 승무원은 운항승무원만큼이나 항공운항의 필수적인 역할을 차지한다. 하지만 항공사에게 "객실 승무원 숫자를 알아서 태워라"라고 한다면 지금 같은 시기엔 1~2명만 탑승시키거나 그마저도 태우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기내에서의 객실안전이 중요해짐에 따라 ICAO 같은 국제기구나 미국의 FAA는 객실 승무원 탑승에 대한 법적 기준을 제시했다. 우리나라는 1993년부 항공법에 기내에 탑승해야 할 객실 승무원의 숫자를 명시하고 있는데, 항공기에 장착된 좌석 숫자를 기준으로 한다. 전체 좌석수가 20석을 넘으면 무조건 1명 이상의 객실 승무원을 태워야 하고 그다음부터는 50석 당 1명씩 인원을 추가한다.예를들어 301석의 좌석이 장착된 항공기라면 최소한 7명의 객실 승무원을 태워야 한다는 소리다.


이것이 바로 코로나 19로 승객이 줄어든 것과는 상관없이 비행기에 탑승하면 늘 객실승무원을 만날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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