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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연군 Oct 21. 2020

GPS를 무료로 쓸 수 있는 이유

항공 역사를 바꾼 열두 가지 사건 사고. 세 번째 이야기

스마트폰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기능을 뽑아보자. wifi, 카메라, OLED 액정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사람들이 잘 모르는 핵심 기능은 바로 GPS다. GPS는 Global Positioning System의 약자로 지구 상에서 내 위치를 찾아주는 역할을 한다. GPS가 없으면 내비게이션은 쓸 수 없고, 지도 어플도 종이 지도와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증강현실이나 '포켓몬 고' 같은 게임을 하려 해도 GPS 기능은 필수적이다.


우리에게 너무 익숙해서 당연하게 느껴지는 이 기능의 원리는 단순하다. 3개 이상의 인공위성과 나의 휴대전화 신호 지점을 삼각측량을 통해 정확한 위치를 구한다. 문제는 이 단순한 원리는 구현하는 데는 24대의 인공위성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당연히 천문학적인 돈과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전 세계에서 이 정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국가는 단 하나. 미국이다.


우리가 쓰는 GPS는 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그럼 미국은 왜 이 기능을 무료로 제공했을까? 우리가 이렇게 편리하게 GPS를 쓸 수 있는 이유가 항공기 사고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사상 최악의 민항기 격추 사고

때는 1983년 9월이다. 대한항공 007편은 미국 JFK 공항을 이륙해서 알래스카 앵커리지 공항을 거쳐 김포 국제공항으로 향하고 있었다. 항공기는 B747로 246명의 승객과 23명의 승무원이 탑승했다. (앵커리지를 거친 이유는 당시 항공기 기술력으로는 뉴욕에서 서울까지 직항으로 연결이 불가능해서, 중간 경유지인 앵커리지에 잠시 내려 연료를 보충했기 때문이다.)


여느 비행과 같았다. 뉴욕을 떠나 잠시 앵커리지에 내렸고 다시 이륙해서 서울로 기수를 틀었다. 착륙을 몇 시간 남기지 않았을 때, 항공기 옆으로 소련 전투기가 따라붙었다. 그리곤 얼마 지나지 않아 경고사격이 이뤄졌다. 이를 인지하지 못한 항공기는 속도를 줄이며 고도를 높이자 이를 적대행위로 받아들인 소련 전투기는 미사일을 발사했다. 전투기를 떠난 미사일은 여객기 동체를 때리며 그대로 공중에서 폭파시켰다. 소련 영공에서 민항기가 격추된 것이다. 이 사고로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다.



(출처: National Geographic Society)
사고 예방책은  GPS

사고는 소련 영공 침입으로 인해 벌어졌다. 조사 결과 소련은 영공을 침입한 민항기를 미국의 정찰기로 오인해서 격추한 것으로 밝혀졌다. 냉전으로 공산진영과 자유진영이 서로 으르렁 거리고 있는 그때, 왜 007편은 소련 영공으로 들어간 것일까? 원인은 길을 잘못 들어서였다. 


당시 항공기는 관성항법으로 운항했다. 관성항법이란 INS(Inertial Navigation System)으로 물체의 움직임과 속도를 감지하여 최초 입력한 값을 기준으로 위치를 파악하는 방법을 말한다. 관성항법의 단점은 최초의 입력값이 올바르더라도 중간중간 오차를 수정해줘야 원하는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최초의 입력값이 잘못되었거나 오차 수정을 하지 않으면 엉뚱한 장소로 갈 수 있는데, 대한항공 007편이 그 대표적인 예였다.


이 사고로 인해 미국은 발칵 뒤집혔다. 자유진영의 민항기가 공산진영 전투기에 격추된 사실에 더해 자국의 하원의원이 탑승해 사망했기 때문이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동일한 사고가 다시 발생하는 일을 막기 위해 미국에서 군사용으로만 사용되는 GPS를 민간에 개방했다. 이때부터 항공기는 관성항법장치와(INS) 위성항법장치를(GPS) 함께 사용하면서 정밀한 운항이 가능해졌다.


(출처: 조선일보)
 GPS의 대안

GPS가 공짜 서비스가 되면서 민간에서 그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 기능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만약 미국이 GPS 서비스를 끊거나 가격을 매긴다면 어떻게 될까? 특히 GPS는 군사용으로도 널리 쓰이기 때문에 미국이 특정 국가의 GPS 서비스를 막아버리면 모든 유도무기는 쓸모가 없어지게 된다. 


그래서 EU와 중국 그리고 러시아는 자체 GPS 체계를 구축하기 수년간 고심했고, 그 결과 EU는 '갈릴레오', 러시아는 '글로나스', 중국은 '베이더우' 시스템을 구축해 자체 GPS 망을 운영 중이다. 


점점 정교 해지는 위성항법 체계 덕분에 항공기가 길을 잘못 들어 사고가 나는 끔찍한 비극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는 과거의 일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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