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종택 Aug 24. 2019

결혼에 '왜'를 붙이면 안 되나요?

세상에서 어떤 사람이 태어나자마자 '난 독신주의자로 살거야!' 혹은 '결혼은 미친 짓이야!'라고 선언할 수 있을까? 


나를 바라보던 여러 사람들의 시선은 마치 태초부터 나는 비혼 주의자로서 운명을 타고난 것처럼 보았다. 그 시선이 어느 정도 납득이 되었던 이유는 '남성이 비혼을 당당하게 선언한다.'라는 것이 나름 생소한 현상이었을지도 모른다. 일반적으로 남성이 결혼을 포기하는 이유는 '경제적 이유'라고 언론 기사들이 말하지만, 내가 비혼을 선택하고, 납득하게 된 이유는 아주 단순했다. 바로 결혼에 '왜?'라는 단어 하나를 붙였다. 



왜 결혼을 해야 하나요? 저에게 왜 결혼이 필요한 거죠?라는 질문은 당돌하거나 혹은 철없는 청년의 투정처럼 보였나 보다. 


결혼에 '왜'라는 질문을 던진 것은 우리나라에서 남성으로서 결혼에 대한 일반론에 대한 질문이었다. 작년 서울신문에서 기획한 '서울식당'이라는 유튜브를 촬영할 때 개인적인 이야기를 조금 꺼냈다. 그중에서 내가 대학 입학 후 아버지에게 들었던 말을 얘기했다. 


"아버지가 저에게 하신 말씀은 세 가지였어요. 군대 잘 다녀오고, 직장 잘 잡고, 결혼하는 것이다."

(출처: 서울식당, "나 혼자 산다" 결혼보다 비혼이 좋은 이유 바로가기)


20살 대학생이 뭘 알았을까? 그저 부모님의 가르침은 항상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예,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했지만, 나이가 들고, 사회생활을 해보면서 생각이 변했다. '내 인생에 여러 가지 선택지가 놓여 있고, 나는 이 선택지 중에서 내가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그중에서 어릴 적부터 주입식으로 들어온 '결혼'을 생각해보기로 했다. 


선택의 기준은 아주 단순했다. '이것이 나에게 필요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먼저 던져보는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선택을 하는 과정은 '필요성'이 중심이었다. 공부를 하더라도 '왜 공부가 필요한가? 무엇을 위해서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부터 던지고 시작했다. 여담이지만, 이 질문법 덕분에 성적이 굉장히 좋지 않았다. 


이 질문법은 결혼에도 예외는 없었다. 그리고 수차례 자문자답을 하면서 '결혼의 필요성'을 피부로 느낄 수 없었다. 누군가는 솔로일 때 생각했기 때문에 정확한 답을 찾지 못했다고 말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누군가를 만날 때에도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왜 이 사람과 결혼을 해야 하는가?


20대 시절의 나는 굉장히 매정한 사람, 사랑을 모르는 사람이었다고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왜 결혼을 하고 싶은지, 왜 이 사람과 함께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지, 왜 나에게 결혼이 필요한지, 왜 내 인생에서 결혼을 선택해야만 하는지 등등 내 머릿속을 휘젓고 다녔다. 물론 지금도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이 질문들이 반사적으로 튀어나온다. 예전처럼 결혼에 대한 방어기제가 아니라 지금은 순수한 질문에 가까워졌다. 


누군가는 결혼의 이유가 '행복', '가족'이라고 말할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가족으로부터 얻는 행복, 안정감, 사랑은 결혼이 줄 수 있는 유일무이 한 가치다. 그러나 그 가치가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지 궁금하다. 모든 사람이 결혼을 통해서 행복해지고, 화목한 가정을 이룰 수 있다면 왜 우리는 뉴스를 통해서 '불행한 가정'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지 궁금했다. 


이런 현상들을 관찰하면서, 나는 결혼에 대해서 막연하게 생각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오히려 내 인생의 절반 이상을 바쳐야 하는 일이라면, 스스로 설득이 되는 요소를 찾아보자고 생각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런 나의 질문은 누군가에게 철없는 소리로 들릴 것이다. 심지어 부모님조차도 왜 내가 결혼에 대하여 질문을 던지는지 이해하지 못하신다. 


이런 나의 모습을 이상하게 바라보시는 부모님께 최근 이런 대답을 드렸다. "냉정하게 말하면, 엄마와 아빠는 길어봤자 15년~20년이면 내 곁을 떠나시겠지만, 내가 결혼을 한다면 그 사람은 앞으로 40년~50년을 함께 살아가야 한다. 그 긴 시간 동안 내 인생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오로지 결혼뿐인지 알고 싶다. 그래서 지금처럼 결혼 앞에 '왜'라는 질문을 붙이는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 또 다른 질문이 떠오른다. "우리는 왜 결혼이 행복을 보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마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내가 평생 혼자 살거나 혹은 결혼을 해서 반려자와 함께 살더라도 평생 가지고 가게 될 질문으로 생각된다. 

출처: https://www.bulsuk.com/2009/07/5-why-analysis-using-table.html


작가의 이전글 결혼에 거리를 두니 비혼이 되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