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마케팅, 길을 묻다 (2)

by Dr Ryan



3. 공급/유통 (Place)


세 번째 P는 Place입니다. 어떻게, 어디서, 누구에게 파느냐를 다루는 부분이에요. Place는 흔히 “유통”이나 “공급”으로 번역되지만, 제 개인적인 느낌에는 다소 뉘앙스가 좁다고 느껴집니다. ‘유통’이라는 단어는 주로 생산지에서 소비자에게 상품이 흘러가는 물리적인 과정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Place는 상품이 고객에게 어떻게,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전달되고 경험되는가까지 모두 아우릅니다. 다시 말해, 단순한 공급망(distribution)을 넘어 접근성(accessibility), 입지(location), 고객의 경험(experience) 등 모든 요소를 포함하는 개념에 가깝습니다.


먼저, Place의 가장 직관적인 개념인 공급망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대부분 상품은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방문 판매나 도매상 같은 유통 방식도 있었지만, 상품이 고객에게 닿는 경로는 오프라인 매장 중심의 단순한 구조였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상황은 매우 달라졌습니다. 온라인 쇼핑, 모바일 앱, 구독 모델, 거기에 더해 해외 직구까지, 다양한 채널이 등장하며, 고객들은 더 이상 매장에서만 물건을 사지 않습니다. 마트에서 장을 본 뒤 집에서는 온라인 쇼핑을 즐기고, 넷플릭스나 전자책처럼 콘텐츠를 구독하는 일도 일상이 되었죠. 구매합니다 뜬 핫딜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제 고객들은 이처럼 여러 채널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소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이 그다음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바로 접근성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상품이 있고 가격 경쟁력이 좋아도, 고객이 그것을 구할 수 없다면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비 오는 날 꼭 필요한 우산을 정작 살 수 없거나, 특정 매장에서만 판다면 소비자는 불편함을 느낄 것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편의점 커피, 지하철역 자판기, 배달 앱을 통한 즉시 주문 등은 모두 이 '접근성'을 극대화한 사례입니다. 현대의 소비자는 단일 채널에 묶이지 않기에, 기업에 접근성이란 단순히 '가까운 곳에 매장이 있다'는 물리적 의미를 넘어, 언제 어디서든 고객이 원하는 방식으로 닿을 수 있게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음은 입지(location)입니다. 접근성이 고객과의 거리를 좁히는 개념이라면, 입지는 그 거리를 어떤 장소에서 좁힐 것인가에 대한 전략입니다. 단순히 ‘매장이 어디에 있느냐’를 넘어, 브랜드가 고객과 만나는 맥락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핵심이죠. 일상 속에서 우리가 자주 찾는 카페나 마트를 떠올려 보세요. 대부분은 우리의 생활 동선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습니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곳, 그래서 '역세권'이라는 말이 괜히 비싼 게 아니죠. 이는 고객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전략적 입지입니다. 반면, 럭셔리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는 입지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활용합니다. 이들은 번화가의 핵심 상권 한복판이나 최고급 백화점에만 자리 잡습니다.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라, 브랜드의 위상과 가치를 상징하는 무대로 입지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결국, 입지는 ‘고객이 어디에서 우리 브랜드를 만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같은 상품이라도 동네 슈퍼에서 파는 커피와 고급 호텔 라운지에서 제공되는 커피가 전혀 다른 가치로 인식되는 것처럼, 입지에 따라 브랜드 경험과 가치가 매우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물건을 사는 과정에서 경험은 Place의 중요한 전략이 됩니다. 우리는 때때로 사소한 이유로 구매를 망설이거나, 반대로 충동적으로 물건을 사기도 합니다. 겉으로는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이 작은 차이가 실제 구매 여부를 결정짓는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매장이 복잡하거나 직원의 태도가 불친절하고 조명이 어두워 제품이 잘 보이지 않는다면 고객은 쉽게 마음을 닫습니다. 반대로 쾌적한 공간과 세심한 안내, 편리한 동선은 고객이 머물고 싶은 분위기를 만들고, 이는 자연스러운 구매로 이어지게 합니다. 고객은 이 과정에서 '꼭 사야 한다는 느낌이 들었어'라고 자신을 설득하거나, '지금은 굳이 필요 없어'라며 자신의 선택을 합리화합니다. 일부 브랜드는 의도적으로 경험을 제한하는 전략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누구나 쉽게 살 수 없도록 오프라인 플래그십 스토어나 특정 온라인 채널에서만 상품을 선보이는 것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예약이나 오픈런을 해야 하기도 하죠. 많은 기업이 고객은 단순히 상품을 사는 것을 넘어, 그 장소에서만 누릴 수 있는 희소성과 상징적인 가치를 함께 구매하게 됩니다.


요즘 Place 전략은 단순히 ‘어디서 판다’를 넘어서 고객이 어떤 여정을 거쳐 상품과 만나는가를 설계하는 과정이 되었습니다. 기업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옴니채널 경험을 제공하거나, 일부러 채널을 제한해 희소성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결국, Place란 공급망을 넘어, 브랜드가 고객과 만나는 방식 전체를 기획하는 무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4. 홍보 (Promotion)


마지막은 흔히 ‘촉진’ 혹은 ‘홍보’로 번역되는 Promotion입니다. 하지만 Place에서 그랬던 것처럼, 촉진과 홍보라는 표현만으로는 의미가 다소 협소하게 느껴집니다. Promotion은 단순히 제품을 알리거나 세일을 하는 활동에 그치지 않습니다. 고객에게 제품의 가치를 이해시키고, 관심을 행동으로 연결시키며, 브랜드와의 관계를 형성하는 모든 소통 활동을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다시 말해, Promotion은 기업이 고객에게 말을 걸고, 고객이 브랜드와 대화에 참여하게 하는 과정인 셈입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내가 판매하는 상품을 구입하게 만드는 것이죠. 여기서는 ‘프로모션’이라고 칭하겠습니다.


과거의 프로모션은 일방적인 소통이었습니다. 텔레비젼이나 라디오, 그리고 우체통을 가득채우는 판촉물 등이 있었죠. 기업이 메세지를 던지면 고객은 그저 수신하는 역할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피드백이 즉각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효과를 가늠하기도 어려웠고, 불필요한 예산 낭비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고객이 브랜드와 상품을 기억하고, 신뢰하며, 나아가 구매까지 이어지게 하는 방법이 훨씬 다양하고 정교해졌습니다. 전통적인 광고를 넘어, 기업 대표의 직접적인 소통, 인플루언서 및 크리에이터와의 협업, 그리고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생성하는 후기와 입소문까지 모두 프로모션의 영역에 속합니다. 무엇보다 피드백이 즉각적으로 이뤄진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입니다. 인플루언서나 연예인들이 라이브 방송을 통해 제품을 홍보하면 '좋아요'와 댓글이 실시간으로 쏟아집니다. 이제 프로모션은 단순히 '말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과 '대화하는 것'이 되었습니다.


프로모션은 단순히 고객의 주목을 끌고 구매를 유도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고객 여정(Customer Journey)의 각 단계마다 다른 역할을 수행합니다.


인지(Awareness): 고객에게 브랜드를 처음 알리고 호기심을 일으킵니다.


고려(Consideration): 신뢰를 쌓고, 우리 브랜드만의 차별적 가치를 설득합니다.


구매(Purchase): 즉각적인 전환을 이끌어냅니다.


구매 이후: 만족과 충성도를 높이는 소통을 이어갑니다.


이처럼 프로모션은 고객이 브랜드와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충성 고객으로 자리 잡을 때까지의 전 과정을 연결하는 핵심적인 장치입니다. 오늘날 프로모션의 초점은 단순 판매를 넘어, 고객 경험과 브랜드 관계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또한, 프로모션의 초점은 단순 판매를 넘어서, 고객 경험과 브랜드 관계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오늘날 고객은 ‘이 제품이 싸다’는 말보다 ‘이 제품이 내 삶을 어떻게 바꿔줄까’라는 메시지에 더 강하게 반응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데이터 기반 개인화를 촉발했습니다. 쇼핑앱이나 사이트에서 수집되는 고객 행동 데이터는 프로모션을 더욱 정밀하게 만들고, 맞춤형 메시지를 통해 고객에게 ‘당신만을 위한 서비스’라는 인상을 줍니다. 마지막으로, 오늘날의 프로모션은 더 이상 기업만의 무대가 아닙니다. 고객은 리뷰, 언박싱 영상, 해시태그 챌린지를 통해 브랜드의 적극적인 홍보자가 됩니다. 브랜드는 메시지를 던지고, 고객은 그 메시지를 증폭하며 다시 공유합니다. 즉, 프로모션은 기업과 고객이 함께 만들어가는 관계적 장(場)으로 진화한 것입니다.


무엇을 팔 것인가에서, 어떻게 함께할 것인가로


이처럼 4P는 따로따로 존재하는 네개의 요소가 아닙니다. 좋은 제품이 있어도, 그 가치를 반영한 가격이 없으면 고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습니다. 아무리 가격이 적절하다 해도, 고객이 닿을 수 없는 채널이라면 무의미하고, 설령 그 모든 조건이 갖춰져도, 올바른 방식의 소통이 없다면 고객은 브랜드를 기억하지 못합니다.

마케팅은 4P라는 네 개의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과정입니다. 이 톱니바퀴들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브랜드는 고객에게 일관된 가치를 전달하고,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당신이 기획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어떤 상품인가요? 그 가치를 가장 잘 드러낼 가격은 얼마인가요? 고객은 어디서, 어떻게 당신의 브랜드를 만나게 될까요?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고객과 소통할 건가요?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바로 성공적인 마케팅의 시작입니다.



keyword
이전 10화마케팅, 길을 묻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