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사회를 생각하다
S는 사회(Social)를 의미합니다. 기업이 내부 구성원과 외부 공동체에 어떤 책임을 지고, 어떤 관계를 만들어가야 하는지를 살펴보는 영역입니다. 기업은 사회적 존재로서 단순히 이윤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공동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방향으로 운영되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사회적 합의와 규범을 존중하고, 기업 활동이 전체 사회의 신뢰와 복지에 기여하도록 설계하는 것이죠.
물론 기업이 생명체가 아닌 만큼 ‘사회적 존재로서 관계를 맺는다’는 표현이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이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려면,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자선이나 일회성 기부 같은 부수적 활동으로만 바라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기업의 사회성은 기업 운영 전반에서 사람과 관련된 위험을 줄이고, 새로운 가치와 기회를 만들어가는 과정 전체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사회적 책임의 구체적 요소는 무엇일까요?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노동자의 권리’입니다. 기업은 법과 계약이 규정한 노동 기준을 지켜야 하고, 정당한 보상과 안전한 근무 환경, 산업재해 예방, 직원 복지 보장 등 기본적인 약속을 책임 있게 이행해야 합니다. 여기에 더해 성별·연령·인종 등 불합리한 기준으로 차별하지 않고,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구성원이 존중받을 수 있는 조직 문화, 즉 다양성과 포용성(Diversity & Inclusion)도 오늘날 기업의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소비자에 대한 책임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는 단순한 거래가 아니라, 소비자의 일상과 안전, 삶의 질을 직접적으로 좌우하는 요소입니다. 우리 인간은 본질적으로 ‘예측’을 선호하는 존재입니다. 왜 그럴까요? 바로 우리 뇌가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끊임없이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뇌는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를 추론하고, 가능한 한 안정적인 패턴을 찾으려는 강력한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인지 영역에서 미래를 내다보고, 예측하며, 대비하고, 기대를 형성하는 과정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예측 활동은 원시 시대부터 생존에 필수적이었고, 현대 사회에서는 복잡한 사회생활과 경제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기초가 됩니다.
불확실성은 본능적인 불안과 스트레스를 유발합니다. 아무리 좋은 기업이라도 내일 당장 큰 문제가 생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투자를 망설이게 만들죠. 반대로 예측 가능성은 심리적 안정과 신뢰를 만들어냅니다. 투자자들이 기업의 재무 성과뿐만 아니라 ESG와 같은 지속 가능한 요소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ESG는 기업이 10년, 20년 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며, 장기적인 예측 가능성을 높여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와 맞닿아 있습니다. 우리는 결국 조금이라도 확실한 미래에 베팅하고 싶은 존재인 셈입니다.
이 때문에 소비자는 자신이 사용하는 제품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할지, 서비스가 어떤 경험을 줄지, 기업이 어떤 태도로 움직 일지를 가능한 한 안정적으로 예상하고 싶어 합니다. 신뢰하는 브랜드를 반복적으로 찾는 이유도 바로 이 브랜드가 예측 가능한 품질과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제품의 안전성과 품질 보장, 그리고 개인정보·데이터 보호는 단순한 기술적 의무를 넘어, 소비자에게 ‘이 기업은 예측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주는 핵심 요소가 됩니다. 작은 결함 하나가 개인의 안전을 위협하고, 단 한 번의 정보 유출이 기업의 신뢰를 크게 흔들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데이터 보안은 기술적 문제를 넘어서 기업의 철학과 태도를 보여주는 지표가 되었습니다. 이렇듯, 제품의 안전성, 품질 보증, 데이터 보호는 기업과 소비자 사이에 놓인 신뢰의 기둥입니다. 이 기둥이 흔들리면 기업의 사회적 가치 역시 함께 약해집니다. 소비자를 존중하는 태도와 투명하고 책임 있는 행동이야말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떠받치는 또 하나의 토대입니다.
마지막으로, 기업이 자신들의 울타리 밖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도 중요합니다. 기업 활동이 지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긍정적인 부분은 어떻게 키우고 부정적인 요소는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를 꾸준히 성찰하는 태도 역시 S의 중요한 축입니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지역사회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기부나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누군가는 이런 활동이 ‘위선’이라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사회적 책임은 완벽함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려 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기업보다, 비록 완벽하지 않더라도 조금씩 변화를 만들기 위해 움직이는 기업이 사회에 더 큰 기여를 한다는 점은 분명하지 않을까요? 이것도 역시 소비자들의 선택입니다.
G: 지배구조를 생각하다.
마지막으로 'G'는 지배구조(Governance)를 의미하며, 이는 기업을 운영하는 방식, 규칙, 시스템에 관한 문제를 주로 다룹니다. 'E'와 'S'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라면, 'G'는 그 책임을 어떻게 이행하고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아무리 잘 짜이고 훌륭한 시스템과 계획을 짜더라도, 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실행하는 지배구조가 투명하지 않고 비윤리적이라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은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투명성을 높이고,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독단적으로 회사를 운영하지 못하도록 견제와 균형을 맞추는 데 어떤 노력을 하는지 지켜봐야 합니다.
첫 번째 핵심 요소는 이사회의 독립성과 다양성입니다. 건강한 기업일수록 이사회가 경영진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며 감시와 조언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창업주나 CEO가 모든 권한을 쥐고 있는 구조는 빠른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지만, 그만큼 내부 견제가 약해질 위험도 함께 커집니다. 반면, 다양한 배경과 전문성을 지닌 이사들이 모여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할 때, 기업은 돌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더 적절하고 책임 있는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기업들이 경영진과 이해관계를 가지지 않는 사외이사(Outside Director)를 두어, 이사회가 독립적인 관점에서 기업 운영을 점검하고 견제하도록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위에서도 간략히 언급했지만, 기업의 투명성과 책임은 지속 가능한 경영의 핵심입니다. 투명성이라고 해서 모든 내부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공개하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의사결정의 기준과 과정이 일관되고, 필요한 수준에서 추적 가능하게 공개되느냐입니다. 예를 들어, 대규모 투자 결정이나 조직 개편과 같이 기업의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 있을 때, 어떤 데이터를 근거로 판단했는지, 어떤 리스크 시나리오를 검토했는지가 명확히 기록되고 공유되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정보가 정기적으로 보고되고 업데이트되면 투자자와 고객은 기업이 어떤 원칙과 프로세스에 따라 움직이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는 예상치 못한 변화가 생겼을 때도 기업의 판단을 신뢰하는 기반이 됩니다.
명확하게 규정된 윤리강령 (Code of Ethics)도 필요합니다. 윤리강령(code of ethics)에서 말하는 강령(code)이란 단순한 규칙의 나열이 아닙니다. 이는 어떤 조직이나 직업 집단이 스스로 무엇을 가치로 삼고, 어떤 행동을 기준으로 삼을 것인지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약속에 가깝습니다. 구성원들이 의사결정을 내릴 때 어떤 방향을 따를지,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무엇을 우선할지, 외부와 소통할 때 어떤 태도를 유지해야 할지를 안내하는 하나의 기준점이 되는 것이죠. 이러한 규칙은 조직의 목적과 존재 이유를 더 선명하게 만들고, 구성원들 사이뿐 아니라 외부 이해관계자와의 신뢰를 쌓는 기반이 됩니다. 동시에 전문성을 유지하게 하는 최소한의 장치이자, 더 높은 수준의 행동을 촉진하기도 하죠. 그렇기에, 문제를 덮거나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는 단기적으로 조직 내부에선 쉬운 선택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훨씬 큰 비용과 회복 어려운 평판 손상을 초래합니다. 그에 비해 신속한 인정, 명확한 대응 계획, 후속 조치에 대한 투명한 보고는 위기를 오히려 신뢰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이런 일련의 노력들은 외부 이해관계자들과의 신뢰를 구축하는 토대가 됩니다. 그리고 이 신뢰는 변화가 많은 시대에도 기업이 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성장할 수 있게 해주는 가장 강력한 자산입니다. 투명성과 책임은 위기가 닥쳤을 때 더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숨기려는 유혹을 이기고 사실을 밝히는 용기,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다음 행동을 명확히 제시하는 리더십이 기업의 진실된 저력을 보여주는 순간입니다. 그리고 이런 일관된 선택들이 쌓여 기업의 평판, 브랜드, 그리고 궁극적으로 기업가치를 지탱하는 기반이 됩니다.
이런 기업들을 알아보는 방법으로는 뉴스나 일반 미디어만으로는 균형 잡힌 정보를 얻기 어렵기 때문에, MSCI ESG 등급(MSCI ESG Rating)과 같은 기업 평가 시스템을 참고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 등급은 기업이 ESG 관련 위험과 기회를 얼마나 잘 관리하고 있는지를 측정하며, 특히 기업의 장기적 지속 가능성과 회복력에 초점을 맞춥니다. 평가 과정에서는 기업의 수익성과 장기적 가치와 같은 재무적 요소도 함께 고려됩니다. 또한, 각 기업은 같은 산업 내 다른 기업들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등급을 받기 때문에, 산업별로 직면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을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새로운 투자 언어
최근 몇 년 동안 계절이 바뀔 때마다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뜨거운 여름, 물에 잠기는 도시, 화마에 휩싸인 숲에 대한 뉴스를 접하는 것 같습니다. 한 끼 식사조차 힘겹게 벌어야 하는 아이들, 그리고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기업들에 대한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기술의 발달로 기업이나 사업체의 부당한 행위는 순식간에 온라인 세상에 공개됩니다. 이러한 정보의 투명성 덕분에, 기후 변화로 인한 재앙이든,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이든, 이러한 문제들은 더 이상 먼 미래나 정부 차원의 일로 치부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기업이 이러한 문제들을 무시하거나 은폐할수록 대중의 신뢰는 걷잡을 수 없이 떨어지는 것을 봅니다 그리고 그런 기업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충성도는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이러한 시대적 흐름 앞에서, 기존의 구호였던 ‘이윤 극대화’는 더 이상 기업의 장기적인 생존을 보장하지 못합니다. 기업의 존재 목적이 오직 주주(Shareholder)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믿었던 주주 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 시대는 막을 내리고 있습니다. 기업이 주주뿐만 아니라 직원, 소비자, 협력사, 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Stakeholder)의 가치를 고려해야 할 시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