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집안 일 하기. 받은 메일 회신하기. 은행 계좌 관리하기. 운전 배우기. 등등.
위에 열거한 것들의 공통점은 이렇다.
내가 잘하는 것. 그러나 시작하기 어려워했던 것.
하지만 시작하면 끝까지 해냈던 것. 그럼에도 시작부터 끝까지 나를 괴롭혔던 것.
잘 하려고만 생각했었다. 빈틈을 보이기 싫었다.
왠지 모르게 내가 부족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었다.
거울 속 내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모든 걸 완벽하게 해내야 해.”
아무도 나에게 그렇게 말했던 적이 없다.
오히려 측근들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처럼 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어. 자신에게 조금 관대해져보는 건 어때?”
나는 그때 그 말들을 텍스트 자체로 읽었어야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날 인정했던 것 그 자체로.
그 텍스트를 찢어서 내 마음대로 다시 한 글자, 한 글자씩 부쳐서 왜곡하지 않았어야 했다.
지난 13년 동안 나는 반복하고 반복했다.
너처럼 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어. 너처럼 하는 건 부족한 거야. 너처럼 하려면 시작을 하면 안 돼.
저녁이 되고 침대에 누우면 불현듯 눈 앞에 떠올랐다.
집안 일 하기. 받은 메일 회신하기. 은행 계좌 관리하기. 운전 배우기. 등등.
“모든 걸 완벽하게 해내야 해...”
그렇게 수많은 밤이 흘렀다.
그러다 문득 가슴이 시원해진 날, 텍스트 자체로 읽게 되었다.
나처럼 해내는 사람은 본 적이 없어. 나는 나에게 관대해.
잘 해낼 필요가 없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거야. 나의 인생은 소중해.
거울 속 내가 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