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볼> 스토리
드디어 돌아 온 야구 시즌 !!
매년 봄 바람이 불 때면 어김없이 프로야구가 개막을 합니다.
아직 조금은 쌀쌀한 봄 날씨이지만 올해도 만원 관중을 동원한 야구시즌이 시작 되었는데요.
본격적인 야구 시즌이 시작 된 기념으로 야구를 소재로 한 영화 이야기를 나눠 보려고 합니다.
야구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하거나 인생의 축소판으로 비유들을 많이 합니다.
그만큼 변수도 많고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았다는 말까지 나오는 스포츠가 바로 야구라서 별별 수식어가 많이 붙는 듯 합니다. 그만큼 영화 소재로도 매력적인 요소가 많아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야구 영화들이 많이 개봉 되었습니다.
이번에 소개 드릴 영화는 여느 야구영화와는 조금 다른데요. 야구 영화이지만 야구 경기 플레이 하는 장면이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대부분 스포츠 영화 특성상 숙명의 라이벌 간의 팽팽한 긴장감을 묘사하거나 막판 역전과 같은 드라마틱 한 경기 장면에 많이 집중하게 되는데요. 이 영화는 심지어 주인공도 야구 선수가 아닌 야구팀의 단장 입니다. 바로 <머니볼> 이라는 영화 입니다.
<머니볼>은 논픽션 원작으로 출간 당시 베스트셀러를 기록 했습니다. 메이저리그의 오클랜드 에슬레틱스 팀의 선수단 단장인 빌리 빈이라는 인물이 팀을 꾸려가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입니다. 원작 역시 스포츠 분야 서적 보다 최고의 경영서로 꼽힐 만큼 설령 야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충분이 흥미를 느낄 아주 매력적인 역작입니다. 저 역시 처음에 “이거 실화야??” 라고 경악했고 제 인생의 바이블로 간직하며 원서와 번역서를 몇 번씩 읽었고 영화도 정말 열 번 이상 봤습니다. 어쩌면 너무 <머니볼> ‘덕후’스러운 제 주관적인 견해만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좋아하셨고 이미 다른 매체에서도 여러 번 소개가 된 작품입니다.
우선 주인공인 빌리 빈 단장은 헐리우드 최고 스타 브래드피트가 역을 맡아서 더욱 화제가 되었습니다. 브래드피트는 <머니볼>의 실제 인물들이 현실에 의문을 제시하고 관습에 대항해 싸우 방식을 다룬 원작에 매료되어 배역을 결정했다고 합니다. 실제 빌리 빈 단장 역시 영화 배우 뺨치게 훤칠한 외모라서 브래드피트가 역할을 맡는 것이 전혀 어색함이 없을 정도 입니다.
영화 내용을 간단하게 소개 드리면 메이저리그 팀 중 제일 가난한 야구팀이 리그에 속해 있는 뉴욕 양키스 같은 최고 부자 구단들과 경쟁하기 위해 기존 팀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파격적인 혁신을 시도합니다. 한 마디로 현대판 다윗과 골리앗 대결을 그린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빌리 빈은 적은 예산을 가지고 타율이 높은 타자나 에이스 투수들을 확보할 수 없어 새로운 선발 방식을 도입합니다. 야구라는 게임이 작전도 많고 룰도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단순하게 보면 타자들이 최대한 루에 많이 나가서 홈으로 많이 들어오면 이기는 게임 입니다. 루에 많이 나갈 수 있는 방법은 물론 안타를 치고 나가는게 가장 좋지만 포볼을 얻어서 걸어 나갈 수도 있습니다. 포볼을 얻기 위해서는 공을 골라낼 수 있는 선구안이 있어야 하는데 빌리 빈은 아무도 눈 여겨 보지 않은 그런 좋은 선구안을 가진 선수들을 영입합니다.
영화에서도 잘 묘사가 되어 있는데 그 대표적인 예로 스콧 헤티스버그라는 선수 입니다. 배역은 크리스 프랫이 맡았는데 작년에 개봉한 <쥬라기월드>의 주연 배우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아무튼 빌리 빈은 스콧 헤티스버그라는 포수 출신이지만 어깨 부상으로 더 이상 선수생활이 어려운 그를 출루율이 좋다는 이유로 팀에 영입을 합니다. 이미 포수로서의 가치를 상실한 그를 1루수로 포지션 변경하여 트레이닝을 시킵니다. 동네 야구도 아니고 메이저리그에서 이런 발상은 상식적으로 또 현실적으로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지요. 거의 만화 <공포의외인구단> 인물 중 최관이라는 외팔이 타자에 비유해도 될 만큼 만화적인 실화입니다.
이 모든 상황을 빌리 빈 혼자서 헤쳐나가는 것은 아닙니다. 예일대 경제학과 출신의 피터 브랜드(조나 힐)를 영입해 피터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치가 저평가 된 선수들을 발굴하기 시작합니다. 그들에게는 선수의 이미지, 명성, 야구 스타일, 팬덤 등은 가치 판단의 기준이 아닙니다. 영화 속에서도 기존의 고정관념에 따라 선수를 선발하는 노회한 스카우터들과 팽팽한 의견 대립을 하게 됩니다. 이미 기득권을 차지하고 있는 집단에 새로운 변화와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것은 많은 잡음을 유발하게 됩니다. 이건 영화 속 한 장면만이 아니고 우리가 생활하고 속해 있는 어느 사회에서든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현실입니다. <머니볼>은 무한경쟁의 시대에 우리가 가진 능력과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시장에 맞서는 방식을 야구라는 특정 분야를 통해 현재 우리들의 삶에 많은 의미를 시사 합니다.
결국 빌리 빈의 오클랜드 에슬레틱스는 월드시리즈라는 최종 목표 도달에는 실패하지만 20연승이라는 경이로운 대기록을 세우고 메이저리그 다른 팀들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오클랜드와 승수가 같은 뉴욕 양키스는 경기에 이길 때 마다 140만 달러를 썼고, 오클랜드는 겨우 26만 달러를 썼습니다. 일반적으로 어떤 회사가 다른 경쟁사보다 비용을 5배나 더 쓰고도 결과적으로 같은 수익율을 얻었다면 그 회사 사장님이 열 받지 않겠습니까? 다시 영화로 돌아오면 2002년 파격적인 시즌을 마친 빌리 빈에게 1918년 이후 한번도 월드시리즈 우승을 못한 명문 구단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단장 자리로 100억 원에 영입 제안을 합니다. 보스턴과 같은 체계적인 부자 구단에서 조차 빌리 빈과 같이 기존의 틀을 깨는 혁신적 변화가 필요 했던 것이지요.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빌리 빈이 보스턴의 거액 제안을 거절하는 부분입니다. 만약 빌리 빈이 보스턴의 제안을 수락하여 보스턴 구단주 자리로 갔다면 <머니볼> 이야기는 어느 돈을 좆는 야망 있는 한 사람의 성공담으로 밖에 될 수 없었을 겁니다. 빌리 빈 자신도 이런 불공정한 경쟁이 일반화 된 현실에 맞서기 위해 고군분투 해왔는데 정작 본인이 추구해온 신념을 져버리고 거액을 받고 부자 구단으로 간다는 것을 받아 들이기 쉽지 않았을 겁니다.
영화의 엔딩은 빌리 빈이 운전하면서 떨어져 지내는 딸 케이시가 Lenka 의 ‘The Show’를 직접 연주하여 녹음한 CD를 듣는 장면 입니다. 노래를 시작하기 전 케이시는 아빠가 오클랜드에 남아서 자주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하는 메시지를 전달 합니다. Lenka의 ‘The Show’가 흘러나오면서 빌리 빈을 연기한 브래드피트의 눈이 클로즈업 되고 그의 고인 눈물을 보여 주면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갑니다.
Life is a maze and love is a riddle.
I don't know where to go, can't do it alone
결국 영화 <머니볼>은 야구를 소재로 했을 뿐 세상의 오랜 관습에 맞서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하는 우리들의 현 주소와 한 가정의 아빠라는 삶의 무게감을 아주 균형있게 연출한 저의 아니 우리 모두의 인생 영화가 될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