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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u Sep 14. 2018

[아재가 된 할리우드키드 2]

<JSA 공동경비구역> : 18년 전 그날 이후 ... 

올해 들어서 참 시간 빨리 간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주변에 많은 일들이 일어나다 보니 얼마 전에 있었던 일들도 까마득 하게 느껴집니다. 잠깐만 앞으로 돌아 보아도 남북정상회담이 올 들어서 두 차례나 있었고 북미정상회담까지 있었는데 한참 전에 있었던 일들 같이 생소합니다. 아마 너무나 영화 같은 현실이어서 그런 착각이 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JSA 공동경비구역 남북 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를 나누는 두 정상의 모습, 게다가 깜짝 이벤트로 선을 넘어 월북하고 다시 돌아오는 모습은 거의 영화로 연출된 모습이었습니다. 

거, 잘 왔습네다. 분단의 반세기, 그 고통과 오욕의 시간을 넘어
통일의 물꼬를 트러오신 리수혁 병장 동지를 열열히 환영합네다.  
-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中 -

우습게도 영화가 아닌 실시간 생방으로 'Real' 전해지고 있는 그 감동적인 장면을 보고 있으면서도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이었습니다. 일반인은 JSA에 출입할 수 없는 실정에다 TV 영상으로도 영화 <공동경비구역> 만큼 판문점 주변을 자세하게 보여준 사례도 없어서 더욱 더 영화의 장면이 떠오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영화도 마침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 이후에 개봉하여 엄청난 흥행으로 이어졌고 덩달아 '초코파이'와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가 다시 유행하는 신드롬을 일으켰습니다. 당시 저는 호주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군복무를 위해 휴학을 하고 귀국한 상태였습니다. 이미 개봉 후 몇 주차 흥행몰이가 지난 시점이어서 여자 친구(지금의 와이프)와  종로의 어느 단관 극장에서 겨우 시간대를 찾아 관람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역시 개념이 없었던 나이여서 그런지 오로지 남북 화해 모드 바람을 타고 군복무 기간이 단축되기만을 고대하고 있었던 듯 합니다. 하지만 이후 제가 복무하는 기간 동안만 하더라도 연평해전 사태 등 남북 간 크고 작은 충돌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18년이 지난 지금 다시 남북 간 화해 모드로 들어서는 모습을 보며 남북 상황을 다룬 영화 중에서 가장 현실적으로 분단의 비참한 단면을 잊지 못할 휴먼드라마로 묘사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인간이 있지. 빨갱이와 빨갱이의 적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中 -


영화 속에서 남측 장성이 중립국감독위원회 감시관(이영애)에게 하는 대사입니다. 18년 전 영화에 나온 대사이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는 이렇게 둘로 나뉘어 있는 듯 합니다. 물론 이전과 같이 이념적인 관점으로 보수냐 진보냐로 나눠지는 분위기는 많이 바뀌었습니다. 정치적으로 지지하는 정당이나 정치인도 이런 이념적인 차원보다 나름 정책과 도덕성을 기준으로 선택하는 시대로 들어선 기분입니다. 우리 역시 전후 세대에 태어나서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지 못해서 그런지 부모님 이상 세대에서 이념적으로 보수와 진보 진영으로 나뉘는 것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아직도 선거철만 되면 보수와 진보, 막말로 빨갱이의 적과 빨갱이로 나뉘어 난리들 일까요.  올해 들어 세번째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평양에 함께 방문하자고 하는데도 보수 진영은 결국 참가 거부들을 하셨습니다. 아무래도 끝끝내 우리나라에서 보수의 이미지는  '빨갱이의 적'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서는 안되나 봅니다. 


 그림이 삽입 된 청소년 판 <태백산맥>

그래서 저도 같은 민족 간 다른 이념을 가졌다고 이렇게 철천지원수지간으로 바라보고 적대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일지 한 번 생각해봤습니다. 물론 어려서부터 역사 시간에 배운 내용과 살아 오면서 주변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도 많았지만 거의 무의식적으로 남북한 분단의 현실을 잊고 지내온 듯 합니다. 왜냐하면 정말 단순하게도 현재 제 개인의 생활이 위협될 정도로 분단의 현실이 살벌한 분위기도 아니고 친척 중에 이산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분단의 현실은 군복무를 했을 때나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지고 있는 TV 영상에서나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을 읽고 있습니다. 장장 10권 분량의 광복 이후 남북분단을 소재로 한 대하소설입니다. 항상 읽어야겠다만 생각하고 그 엄청난 분량에 기가 질려 완독을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역사 교과서나 다큐멘터리 보다 현재 우리 분단의 현실을 가슴에 와 닿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다 알다시피 해방이 되고나서 남측에는 미군정이 들어섰고 친일파 청산이 이루어지기는 커녕 친일에 가장 앞장섰던 관료들을 최우선으로 다시 고용했습니다. 반면에 무장 독립운동을 했고 소작인들이나 못 사는 사람들 편에 서서 그들을 대변해온 공산주의자들은 빨갱이로 몰려서 다시 친일세력이었던 그들과 맞서게 됩니다. 서로 총칼을 들이대며 죽이고 고문하고 그 가족까지 복수하는 끔찍한 과거를 우리 세대는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아직도 할머니 할아버지 또는 우리 부모님 중에는 그 당시 역사의 현장에 계시다가 억울하게 돌아가신 분들이 많이 계실겁니다. 근거 없이 빨갱이로 몰려서 또는 빨갱이로 몰리기 싫어 무조건 빨갱이의 적의 편에 붙었다가 해를 입으신 분들은 수도 없이 많을겁니다. 그 분들의 한이 몇 십년간 대대손손 전해져 내려왔을 것이고 우리의 무의식 속에 아직도 빨갱이와 빨갱이의 적이라는 말이 자리잡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따뜻하구만 ... 
-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中 -


영화 속 장면에서 북측 오경필 중사(송광호)가 남측 남성식 일병(김태우)를 처음 북한 측 초소에서 포옹하면서 맞이하는 대사입니다. 영화 개봉 후 18년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 영화의 한 장면이었던 이 대사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남북 두 정상도 서로 포옹하면서 따뜻한 기분을 느꼈을 겁니다. 이 장면을 보면서 7살 된 제 아들 녀석이 우리나라 대통령과 껴안고 있는 저 사람은 누구냐고 물어봤습니다. 뭐라고 대답할지 고민하다가 '북한의 대통령'이라고 짧게 답해줬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은 왜 우리나라는 남한과 북한으로 되어있냐고 물어봤습니다. 솔직히 뭐라고 답을 해야할지 막막해서 답을 해주지 못했습니다. 문득 십여년 후에 우리 아들 녀석들이 군대에 갈 나이가 되었을 때 우리는 어떤 세상에 살고 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언젠가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이 고전 영화가 되어 남북 통일 이전의 기념비 적인 영화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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