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지 않으나 해야만 하는 존재
골프는 내 개인적 성향과 정말 맞지 않는 스포츠다.
먼저 게임 시간이 오래 걸린다. 주말 서울 근교에서 필드를 나간다고 하면 아침에 나서서 저녁에 들어오게 된다.
들인 시간만큼이나 비용도 만만치 않다. 필드 값, 캐디피, 식대에 내기라도 하면 몇 십 만원이 하루 만에 나간다.
굳이 이 핑계는 대고 싶지 않지만 이처럼 反환경적인 스포츠가 있을까 싶다. 시간과 비용 대비 너무나 비효율적이고 자연 훼손까지 겸한 사치스러운 운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주변에는 골프를 취미로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 집만 보더라도 부모님이 골프를 무척 좋아하신다. 두 분이 부부동반으로 게임도 많이 하셨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도 어머니는 지인들과 골프를 즐기신다. 어떻게 보면 나이 들어서도 힘 많이 들이지 않고 사교 활동 할 수 있는 좋은 취미생활로 볼 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나에게는 정 붙이기 쉽지 않은 운동이다. 골프에 이렇게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기 마련이다. 내가 몸 담고 있는 업계에서 골프는 사교와 영업이라는 명분 하에 있는 필수 아이템이다. 회사에서도 골프 영업을 권장하고 있고 오히려 못 하는 것이 회사에 폐가 되는 상황이라 나 싫다고 안할 수 만은 없다. 결국 나는 싫지만 어쩔 수 없이 사회생활을 위해 골프를 하고 있다며 주변 핑계를 대며 투덜대고 있다.
인간이 참 간사하다. 골프 안 좋은 것에 대해서 여기저기 떠들고 다니지만 막상 또 필드에 나가서 게임을 하다 보면 승부욕도 생기고 조금만 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TV 골프 채널에 시선이 가게 되고 내 스윙폼을 대입해서 이미지 트레이닝까지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이기적인 존재이다. 정말 싫으면 안하면 되는데 이런저런 핑계로 계속 발을 들인다. 가족과 함께 치는 골프가 아니면 골프에서 가족은 철저하게 피해자 범위에 해당된다.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주말에 골프 약속이라도 잡히면 그 하루는 그대로 날리는 셈이다. 그만큼 가족과 여행이나 다른 외식으로 쓸 수 있는 돈도 골프 한번 나가는 것으로 한방에 날라간다. 골프라는 스포츠가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철학적이고 심리적인 요인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처럼 골프는 아주 본인 개인만을 위한 성향이 강한 분야이다. 골프에 대한 마음이 이러니 스코어가 좋을 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