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키드에서 뚝딱이형까지

<김부장>을 보고 각성하다

by Jinu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작년 연말 내 또래 또는 선배 회사원들의 심금을 울리는 드라마였다. 대부분 드라마 전체 회차를 완주하지 못하는 내가 마지막 회까지 본 몇 안 되는 작품이다.

드라마 보면서 실제 내 모습을 보는 듯 한 느낌을 받은 건 처음이다. 누군가는 서울 자가도, 대기업도, 김부장도 아니어서 전혀 공감하지 못한다는 사람도 있다. 맞는 말이다. 어쩌면 김부장도 회사생활은 나름 힘들었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잘 살아온 삶을 살았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전하는 메시지는 그 이후의 삶이다. 대기업이든 좋소 기업이 든 회사원이라면 누구나 김부장이라는 타이틀을 떼고 김낙수라는 자기 자신의 인생을 찾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현실로 대입하면 상당히 받아들이기 어려워진다. 대부분 회사원들이 퇴사 이후의 삶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아닌가? 대부분 다~ 계획이 있는데 나만 개념 없이 정신 놓고 살고 있는 것인가?


김부장 이야기가 하루하루 무탈한 회사생활을 영위하는 나에게 경종을 울렸다. 막연하게나마 회사생활 은퇴 후의 삶을 생각해보기는 했었다. 거기까지였다. 구체적인 계획이나 준비는 하지 않았다. 책만 읽고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절박하지 않고 게을렀다. 하지만 이제라도, 뭐라도, 시작이라도 해보려고 한다. 시작에서 그치지 않고 넘어가는 걸 목표로 잡아본다.


첫 시작은 [할리우드 키드에서 뚝딱이형까지]이라는 내 브런치 연재 매주 1회 발행이 목표다. 제목이 딱히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제목 정하다 시작 못하는 불상사를 또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그냥 Go 한다. 제목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어려서부터 영화를 ‘무척’ 좋아했던 나를 할리우드 키드에 빗대고 싶었다. 영화 <할리우드키드의 생애>를 미처 보지 못했지만 그 줄거리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 그리고 ‘뚝딱이형’은 최근 내가 가장 흥미롭게 보는 <1분 요리 뚝딱이형>의 그 뚝딱이형에서 따왔다. 영화를 무척 좋아했던 할리우드 키드와 1분 클립으로 요리 영상을 올리는 뚝딱이형. 무척이나 뜬금없이 괴리감이 크다. 하지만 일단 시작을 위해 뜬금없더라도 넘어가기로 한다.


할리우드 키드라고 자평해 온 나는 결국 영화를 업으로 시작하여 지금까지 밥줄로 이어오고 있다. 사회생활의 첫 발을 나름 좋아하는 분야에서 시작할 수 있었던 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어려서부터 신문지면 맨 뒤에 위치했던 지상파 TV 편성표에서 이번 주 ‘주말의 명화’는 어떤 영화를 방송하는지 궁금해했고 내가 고등학교 때쯤 발간된 <씨네21> 영화 전문 잡지는 신문 지면과는 차원이 다른 풀컬러 신세계였다. 이 콘텐츠 업에 첫 발을 들인 것도 <씨네21> 에 올라온 구인광고를 통해서였다. 이 정도면 할리우드 키드라 할만하다.

그렇게 영화와 영상 콘텐츠를 좋아하던 나의 취향이 언 20년이 다되어가는 지금은 조금 많이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유튜브를 많이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언제가부터 <1분 요리 뚝딱이형>이라는 클립이 계속 알고리즘에 뜨게 되면서 한 번씩 보게 되었다. 실은 꽤 오래전부터 요리에 관심이 있었다. 업종변경까지 심각하게 고민해 볼 정도였다. 언제부터 어떤 동기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다. 하나 떠오르는 생각은 ’ 뚝딱이형‘ 이전에 ‘제이미 올리버’라는 영국 출신 스타 요리사의 영상을 아주 많이 찾아봤다. 나에게 요리라는 작업에 대해 쉽게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을 깨우쳐줬다. 이때부터 영상을 보면서 그의 레시피를 따라 했다. 특히 그의 ‘15분 요리‘ 클립은 어렵지 않게 따라 할 수 있게 심플했다. 그때부터인지 와인의 맛을 알아가게 되어 영상 보고 따라 만든 요리와 와인 한잔을 즐기는 게 일상이 되었다. 요리라고 거창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대부분 안주할 만한 스타일을 좋아해서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는 메뉴만을 골라서 했다. 가끔 지인들과 반복적으로 즐겨 먹던 메뉴 몇 가지로 홈파티를 했다.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요리가 우선 맛이 있어야겠지만 내가 전문 셰프도 아니고 너무 맛에 힘을 주는 것보다 분위기와 플레이팅만 잘해도 홈파티 하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영상을 보고 따라 하다가 요리책을 찾아보며 새 메뉴들을 시도했다. ‘뚝딱이형‘이 영상으로 따라 하기 제일 좋은 레시피였다면 요리책에서는 ’마포농수산센타’의 <밥 챙겨 먹어요. 행복하세요>의 레시피가 정말 단순 명쾌한 훌륭한 레시피라고 생각한다. 이제 와서 전문 요리사가 되기에는 늦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요리하는 일에 무척 관심이 많고 또 그 요리와 맞는 술을 매칭시키는 일을 상당히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 맛있는 것 먹으면서 어울리는 술 마시는 일은 누구나 좋아할 일 아니냐고 하겠지만 이것은 내가 어려서부터 다들 좋아하는 영화를 조금 더 관심있게 바라보며 좋아했던 느낌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다시 김부장으로 돌아가면 김부장은 은퇴 후 세차업을 한다. 생각해보면 통신사에서 기관망 영업을 하던 사람이 퇴사해서 동일 업종에서 찾을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어 보인다.

나 역시 좋아하서 시작한 일을 아직 하고 있지만 어느 시점에서는 다른 일을 해야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김부장 처럼 자의적이지 않은 선택으로 2막으로 넘어가고 싶지는 않다. 계속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매번 시작만 하다가 멈춘 브런치를 다시 열었다.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아직도 모르겠지만 그냥 써본다. 할리우드 키드는 뭐고 뚝딱이형은 뭔지 연결고리가 있기나 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일단 시작한다. 뭐라도 시작하게 해준 김부장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거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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