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확하게 말해보자.
대화를 나눌 때 답답함을 느끼는 경우 어떤 것이 문제인가 한 번쯤은 생각해 봤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화법이 대화의 답답함을 느끼게 하고 나아가 신뢰까지 잃게 만드는 것인지 같이 살펴보자.
자신의 의지를 명확하게 표현하지 않는 것
연인 혹은 친구 사이에 어떤 것을 결정할 때에 가장 좋지 않은 대화법은 바로 '애매한 상태'이다. 예를 들어 저녁 메뉴를 고르는 상황이라고 가정해보자. 나는 제육볶음을 먹고 싶고 친구는 뭐든 상관없으나 전날에 제육볶음을 먹은 상태라고 가정해보자. 어떻게 해서든 제육볶음을 먹고 싶은데, 친구가 전날에 먹었다고 하니 나는 애매하게 "아.. 제육볶음 먹고 싶긴 한데.. 뭐 괜찮아 아무거나 먹자"라고 대답했다. 친구는 이 말을 듣고 "제육볶음 먹고 싶으면 먹어 난 괜찮아". 이에 나는 "아니야.. 먹고 싶긴 한데 네가 전날 먹었으면 어쩔 수 없지" 라며 괄호 안에 혼자만의 어필을 하고 있다.
이런 경우 참 애매하다. 친구는 나를 배려하여 제육볶음을 먹어도 된다고 하였지만, 애매하게 나는 배려랍시고 애매하게 얘기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선택이 필요한 대화에 있어서는 단호함이 필요하다. 배려를 할 거면 배려를 하고 나의 의지를 어필할 거면 확실하게 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자신만의 괄호를 만들어 속으로만 생각을 한다면 상대방도 답답함을 느끼고 자신도 답답함을 느끼는 대화의 흐름이 만들어지게 되니 주의해야 한다.
선택을 상대방에게 미루는 것
위의 자신의 의지를 명확하게 표현하지 않는 것과 비슷한 이 유형은 좀 더 답답한 결과를 만들게 된다. 예를 들어 평일에 휴일이 껴있어 남자는 피곤해서 쉬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여자는 당연히 내일 쉬는 날이니 만나서 시간을 함께 하고 싶었다. 남자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그 둘이 만나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서 늘어놓았다. 여자는 명확한 의사 표현이 없어서 답답함을 느꼈고 만나지 말자라는 것을 자기 입으로 해야만 하는 상황이 싫었다. 이 대화의 흐름에서도 볼 수 있듯 본인의 의지가 반영되는 선택은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애매하게 선택을 떠넘기게 된다면 그것은 대화 그리고 관계를 망치는 지름길인 것이다. 꼭 명심해 두자.
선택 장애는 별개이다
친구 중에 한 명은 매번 자신의 의견이 없다. "뭐 먹을래?". "아무거나~". "어디 갈래?", "난 상관없어~". 이런 식의 대화가 항상 반복되는 친구이다. 처음에는 매번 이런 대답을 하는 친구의 화법이 싫었다. 왜 매번 의견은 없고 '아무거나'를 외치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러다 한 번은 진지하게 물어봤다. "너는 왜 맨날 아무거 나야?". "난 선택 장애거든". 이 말을 듣자 모든 것이 이해가 됐다. 선택 장애는 무엇을 선택해야 좋을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이다. 그럴 땐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보기로 주어 선택하게 하면 둘 다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종종 연인 관계에서는 조금 다른 류의 답답한 대화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연인 A, B가 점심 메뉴를 고를 때다.
A : 점심 뭐 먹을래?
B : 아무거나~ 입맛이 없어
A : 그럼 카레는 어때?
B : 카레는 별로 안 당겨~
A : 음.. 그럼 쌀국수는?
B : 국물이 먹고 싶긴 한데 쌀국수는 별루당.. 헿
A : 그럼 그냥 자기가 골라~
B : 아니야~ 자기가 먹고 싶은 거 먹자~
이 경우 A는 굉장한 답답함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입맛이 없는데 A가 말하는 것은 다 당기질 않을 수도 있으니 다양한 메뉴를 준비하여 선택지를 줘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마무리
'대화'라는 것은 흐름이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가 '물길'을 만들 때 물이 가야 하는 방향으로 땅을 파듯 대화를 할 때에도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 내가 원하는 것을 명확하게 표현을 해야 한다. 물이 남쪽으로 가길 바라면서 길은 북쪽으로 파고 사실은 남쪽으로 가기를 바랐다 한다 해도 물은 절대로 남쪽으로 가질 않을 것이다. 혼자만 생각하는 괄호 안의 의미를 알아주리라고는 생각하지 말자. 대화는 일방적인 것이 아닌 쌍방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