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과 위로 사이
무엇을 위한 상담인가?
어렸을 때부터 항상 또래보다 등치가 컸던 나는 친구들에게 '상담가'라는 호칭을 얻었었다. 그럴 때마다 속으로 "사실 나도 너네랑 똑같아"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너는 나에게 답을 줄 거야"라는 초롱초롱한 눈빛을 쉽게 떨칠 수는 없었다. 고등학교를 지나 대학교 시절에는 본격적인 상담 릴레이가 시작되었다. 이제는 키도 다들 비슷해졌지만 사람들은 나에게 고민을 많이 털어놓고는 했다. 몇 년이 지난 후에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는데, 친구들끼리 모여 낯간지러운 칭찬 타임에 "너는 내 말을 참 잘 들어줘, 그래서 좋아"라는 말을 듣고 나서 이다. 사실 그랬나 나는 상대방에 말을 경청하고 상상해보고 나였으면 어땟을 거고 하면서 액티브한 리액션으로 이야기를 들어주곤 한다. 일부러 그러는 것은 아니다 디폴트 값이 그러하다.
이 말을 듣고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면, 좋은 상담은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나는 전문 상담가는 아니다. 친구들, 가족들, 연인, 동료들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일 뿐이다. 최근에는 고민상담 어플인 <윌슨>에서도 상담가 윌스너로 활동 중인데, 대부분의 상담 대상자들은 본인의 이야기를 꺼내놓으며 그것을 들어주는 것 자체에서 많은 위로를 느끼는 것 같았다. 나도 비슷한 경험이 많다. 가족한테 이야기하고 싶진 않고, 친구는 딱히 도움이 안 되는 말을 할 거 같고, 연인에게는 이야기하기 조금 그런 주제의 고민이라면 누구라도 좋으니 내 말을 들어줬으면 하는 마음인 거다.
최근에는 연애의 시작, 유지에 대한 상담들이 주를 이루는데, 사람마다 정말 다양한 고민들이 존재한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주제들도 있고, 나였으면 포기했을 만한 사연들도 있다. 연애 상담을 하면서 가장 중요시 생각하는 것은 바로 "지속할 만한 감정과 의지가 있는가?"이다. 착한 사람 콤플렉스로 헤어지지 못하고 관계만 근근이 이어나가는 사람들 혹은 자신의 감정은 뒷전으로 하고 자신의 감정이 뭔지도 이해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은근히 많기 때문이다. 의지가 없다면 그것을 끝내야 하는 것이 맞기 때문이다.
상담을 해주다 보면 나의 마음도 위로가 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 아이러니한 경험이지만, 상대방의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주고, 공감해 주며, 나의 생각들을 말해주고 상담에 만족하는 것을 보며 얻는 만족감과 정서적 안정이 나에게 위로가 되는 것 같다. 오늘은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