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친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내가 23살, 이 친구가 19살 때였다. 오랜 기간을 함께 있지는 못했지만, 함께 했던 기간 동안은 가족처럼 지냈던 친구였던 터라 이 친구의 결혼 소식에 더 기뻐했던 것 같다. 그리고 몇 개월 후. 이 친구는 아기가 생겼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초음파 사진과 함께 기쁨과 설렘을 가득 담은 메시지가 나에게도 전달되어 덩달아 내 기분도 좋아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바로 어제, "형, 늦어서 미안해!".라는 메시지가 카톡 알림 창에 떠있었다. 그 메시지를 본 순간 "아, 아기가 태어났나?"싶었다. 두근 거리는 마음에 아내와 함께 메시지를 눌러보았다. 축축하게 젖어 있지만, 친구를 닮아 오뚝한 콧대와 긴 손가락을 가진 귀여운 아이의 사진이었다. 사진을 보고 기분이 참 좋았다. 저녁 운동을 위해 산책을 나선 나는 이 친구와 통화가 하고 싶었다. 그리곤 밖에 나가 바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라고 친구가 전화를 받았다. "축하해!"라며 통화를 시작했다. 그동안 밀린 이야기, 아이를 낳았을 때 아내가 고생한 이야기, 이름을 무엇으로 지을 것이고, 본인이 얼마나 행복하고 설레는지 등의 이야기를 나눴다. 오랜만에 통화여서 인지, 기쁜 소식이 있어서 인지는 몰라도 오랜만에 참 즐거운 통화를 했었다. 통화 중에 이 친구는 얼큰하게 취해있었다. 아내가 산후조리를 위해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기쁨의 샴페인을 한 잔 했던 것 같다. 한 창 수다를 떨고 있었는데, 이 친구가 대뜸 "내가 아버지가 됐다는 거, 놀랍지 않아?"라며 말했다. 통화 중엔 "그러게!"라며 맞장구를 쳐 주었는데, 통화를 끊고 나서 생각해 보니 정말 놀라울 따름이었다. 19살 때 만난 친구가 이제는 한 가정의 가장이자,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다니 말이다.
<생, 삶 그리고 死>라는 주제로 글을 쓰는 나에게 있어서는 참 어울리는 글감이 아닌가 싶었다. 집에 돌아와 기쁨마음으로 샤워를 하고 냉장고에서 시원한 흑맥주와 하이볼 얼음을 꺼내 식탁에 턱 올려두었다. 그걸 보자 아내는 "당신도 신났네~?", "친구가 아기 생겼다는 소식 들은 것 중에 가장 기뻐하는 것 같아"라고 했다. 하이볼 얼음 두 덩어리 위에 흑맥주를 부으며, "그런 것 같네,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라며 실실 웃어댔다. 친구에게 마지막으로 내가 마시는 맥주 사진을 보내고 굿 나이트 인사를 남겼다.
우리 삶에 있어서 첫 번째 생(生)은 나의 탄생이다. 두 번째 생(生)은 아마 나와 아내를 닮은 2세의 탄생으로 생각한다. 우리의 인생은 태어남과 죽음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이다. 그 중간의 새로운 생을 경험하는 것은 정말이지 위대하고 벅찬, 감동의 순간이라 감히 생각해 본다. 오늘은 나에게 멋진 여행을 선물해 준 부모님께 안부인사를 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