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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민 Jan 28. 2021

이직을 했더니 헤드헌터가 실수를 했다네요.

이 글은 헤드헌터 직종을 비하 하려는 글이 아님을 밝힙니다. 


2017년 나는 이직을 결심한다.


4년 전 두 번째 직장에서 2년 정도 일을 하고 이직을 하기로 했다. 두 번째 직장은 월급을 연봉 나누기 17을 하여 월급으로 주었으니 한 달에 받는 금액은 정말 아르바이트 수준의 금액이었다. 비전도 없었고 월급도 적었으니 젊은 나에게는 2년 이상을 이 직장에 할애하기는 낭비라는 생각이 확실해져 이직을 준비하였다. 


그 당시 취업포털 사이트에 올려둔 이력서를 보고 헤드헌터에게 연락이 왔었다. 대학교 시절 지도 교수님께서 헤드헌터에 대한 인상을 나쁘게 심어주셔서 '머리 사냥꾼' 같은 이미지였다. 하지만 이력서를 검토해 주고 직접 만나 이것저것 코칭을 해주니 나쁜 인상보다는 오히려 취업 도우미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헤드헌터와 직장 몇 군데를 알아보던 중 일본계 기업의 포지션이 나와 연결을 하게 됐다. 강남에 위치했던 일본계 상사였던 것으로 기억이 나는데, 가장 좋았던 것은 그 당시 직장의 연봉 나누기 17이 아니라, 이곳은 정상적으로 나누기 12를 해서 준다는 것이었다. 특히 이 부분에 대해서는 헤드헌터 담당에게 확실하게 확인 요청을 하였다. 나에게는 그것이 중요했으니까 말이다. 헤드헌터는 그 부분은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니 안심이었다.



스타벅스에서 면접을 본다.


이 회사는 특이하게도 면접을 스타벅스에서 봤다. 회사는 강남인데 그 당시 인천에 살았던 나를 배려하여 인천에 사는 담당자의 퇴근 시간에 맞춰 카페에서 면접을 본 것이다. 나도 그렇고 그분도 그렇고 카페에서 치르는 면접은 처음이라 민망하고 어색했지만, "그것이 문제랴 당장 새로운 곳으로 이직을 하는 것이 중요하지". 카페의 한구석 테이블에 마주 앉아 자기소개, 지원 동기, 일본어 자기소개를 했다. 꽤나 내가 맘에 들었는지 바로 언제부터 나올 수 있는지 물었다. 


그렇게 나의 첫 카페 면접이 끝나고 새로운 회사에 합격했으니 현재 직장에 퇴사 의지를 밝혔다. 사장님께서는 나를 많이 아끼셨는지 많이 붙잡으셨다. 하지만 이미 정한 나의 마음은 내 생각보다 단단했고 그렇게 1달간의 인수인계 기간을 무사히 마치고 새로운 직장에 갈 준비를 했다. 



계약서를 작성하다 이상함을 발견한다.


새 직장에서 근무 예정일 보다 조금 일찍 나를 불렀다. 계약서를 작성하기 위함이었다. 헤드헌터 담당자에게 전화를 하고 강남으로 향했다. 카페에서 봤던 분이 나를 반겼고 자그마한 사무실로 안내했다. 본부장이라 쓰고 한국 대표라 읽는 분이 나에게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하고 계약서를 내밀었다. 계약서가 온통 일본어라 집에 가서 확인해 보겠다고 했는데 지금 온 김에 서명을 하라고 했다. 그냥 막 서명을 할 수는 없어서 빠르게 읽어보았는데 어디서 많이 본 숫자들이 적혀 있었다. 


"월급은 연봉 나누기 17이며.....". 나는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니.. 이게 무슨..?" 당황해하는 나를 본 본부장은 나에게 "돌민씨 계약서에 문제가 있나요?"라고 물었다. 이에 나는 "연봉 나누기 17이라고 되어 있는데, 저는 헤드헌터에게 나누기 12라고 들었습니다" 라고 답했다.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손으로 머리를 감싸더니 "헤드헌터랑 통화해보세요"라고 단호하게 말하며 사무실을 나갔다. 황당하기도 하고 당황하기도 한 나는 바로 헤드헌터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헤드헌터의 실수가 드러난다.


"담당자님 여기 계약서를 보러 왔는데 월급이 연봉 나누기 12가 아니라 17이더라고요". 5초 동안 정적이 흘렀다. 이에 담당자는 "제가 실수를 한 것 같아요..". "일단 계약 조건 다시 읽어보시고 본인이 결정 하셔야 할 것 같아요". 당황스러웠다 당황을 넘어 어이가 없기까지 했다. 내가 그토록 월급 부분을 강조하며 얘기했었는데 확인했다고 하며 좋은 게 좋은 척 넘어가더니 이제 와서 '본인의 선택..?'. 그렇게 월급 부분이 어그러지자 직장의 거리, 연봉 등의 문제점들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그렇게 나는 이직에 실패했다. 아니 이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당시 직장에는 인수인계도 마쳤고, 돌아갈 구실도 없었다. 다행히 나의 후임이 뽑히지 않아 한 달 정도 더 일을 할 수는 있었다. 한 달 후에 나는 다시 구직활동을 해야 했는데, 그 당시에는 정말 그 헤드헌터 담당자를 원망했다. 잘 다니고 있는 회사도 그만둬야 했고, 이직에 성공하지도 못했고, 공백도 생기니 말이다.

헤드헌터는 자기 과실을 인정하며 그 이후로도 몇 개의 회사를 소개해 줘 면접을 봤었지만 모두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 당시 나의 문제였는지 지금의 이 일을 하려고 그랬는지 인생은 알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 당시의 경험이 인생의 터닝포인트였고 지금의 일을 하기 위한 밑거름이라고 생각한다. 




마치며


지금 구직활동을 하고 계시는 분들에게는 반드시 '자신의 처우와 관련된 것은 가능한 직접 확인해야 한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보통 취업을 할 때에는 나의 질문이 합격 여부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에 무조건 "네!"라는 대답만 하는 분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처우와 관련된 것을 물어보는 것은 절대 문제가 아니니 반드시 직접 확인해야 한다. 


또한 헤드헌터 라는 직종이 모두 저런 실수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현재도 나의 직종에서 제안이 오는 헤드헌터 담당자들은 정말 감사할 만큼 열심히 해주시는 분들도 많이 있으니까 말이다. 다만 위에서 말했던 것 처럼 직접 확인 할 수 있는 부분들은 직접 확인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대비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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