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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Choi Apr 02. 2023

좋은 대학 필요 없으니 아프리카로 가라고요?

사교육과 대학입시의 종말을 말하는 사람들

사교육계의 대부라 할 수 있는 메가스터디 창업자 손주은 님의 유튜브 영상을 시청했다.



이 영상의 결론은 이렇다. 지금의 우리나라는 학부모 세대가 경험했던 고도 압축성장의 시기를 지난 지 오래고, 인구구조도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사교육에 시간과 돈을 투자해,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을 목표로 삼는 일이 결코 좋은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


그는 가까운 미래에 사교육과 대학입시의 효용성이 크게 떨어질 것임을 예언하며, 우리나라를 떠나 아프리카나 동남아와 같은 피라미드형 인구구조인 나라로 떠나라고 제안한다. 또한 대학을 잘 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아이가 천재성을 발휘할 분야를 잘 찾아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결론을 덧붙인다.


이 유튜브 영상 댓글에는 훌륭한 명강의라며 칭송이 쏟아지는 중이다. 하지만 나는 사람들이 이 강의 내용을 자칫 잘못 이해하면 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좋은 대학을 가는 것, 학벌의 중요성이 예전보다 낮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그 가치보다는 삶의 만족도와 행복이 더 중요한 가치임을 깨닫는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인구구조가 변해가고 있다 하여, 없던 천재성이 새롭게 찾아지고, 우리나라떠날 만큼의 위기가 갑자기 찾아올 것이라보이진 않는다.


즉, 학벌의 중요성 약화에 대해서는 그 현실을 명확히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지만, 제시된 대안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것이.


특히 나만 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것을 찾으라는 말만큼 허망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나만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거기서 잘하기 위해서는 먼저 남들이 잘하고 있는 분야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 식별해야 하고, 남들이 하고 있는 최소한의 수준은 할 줄 알아야 나만이 할 수 있는 분야를 개척해 볼 수 있다.


뜬금없이 놀라운 천재성이 찾아지고 나만 할 수 있는 분야가 뚝딱 나오는 게 아니라는 의미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남들이 하는 수준을 따라가기도 벅차다. 그리고 자신이 남들보다 무엇을 더 잘할 수 있는지 찾아가는 탐색 비용은 꽤나 비싸다.


만약 천재성이 발견되었다 하더라도, 그 천재성을 효과적으로 발휘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물론 열심히 노력한다고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공부해서 좋은 대학을 들어갈 만큼의 노력 정도도 하지 않고, 특정 분야에서 성공하길 바라는 것은 놀부 심보가 아닐까. 그 분야에서 뛰어나게 성공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노력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그리 학벌의 중요성이 낮아졌다고는 하나, 좋은 학벌을 갖추는 것이 현실적으로는 현명한 선택이다. 실제 부딪혀 보면 모든 것이 현실이다. 특정 분야에 천재성을 보이는 소수를 제외하면, 좋은 학벌을 가진 사람은 좋은 직장에 들어가거나 자격증을 취득하는데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또한 직장에서도 쉽게 우위의 위치가 보장되, 후광 효과나 인맥 형성 등의 측면에서유리할 수밖에 없다. 때론 일정 수준 이상의 학벌을 가지지 못하면 기회조차 가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좋은 학벌을 갖추는 것이 다.


일 머리와 학벌은 상관없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냉정히 다시 살펴본다면, 학벌이 좋다는 것은 학창 시절의 성실함과 일정 수준 이상의 지능을 갖추고 있음을 증명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이다. 학벌이 좋은 사람 중에 일 잘하는 사람의 비중이 높을까? 학벌이 좋지 않은 사람 중에 일 잘하는 사람의 비중이 높을까? 조금만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오는 당연한 결과 아닐까.


학벌이 좋은 사람 중 일부가 회사생활에 잘 적응 못하는 것을 보고, 자기 말의 정당성을 부여하려 하는 사람은 기본적인 수학적 사고의 불가능함과 본인의 편향된 선입견을 증명하는 꼴이다. 일을 잘하고 못하는 사람을 결정하는 것은 '학벌' 외에도 많은 요소들이 있는데 학벌 하나에 얽매어 판단하는 것도 우습다.

  

손주은 님이 예로 든 천재 조카딸도, 결국 그 변호사 그룹에서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니까 그렇게 사는 거다. 예원예고에서 예술을 전공한 것이랑 변호사 업계에서 월 300만 원 받는 것이 도대체 무슨 상관이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예원예고 수석졸업, 서울대 수석입학, 경영학과 복수 전공하여 수석 졸업 후, 고려대 로스쿨까지 갔지만 뼈 빠지게 공부해서 변호사 되어도 월 300만 원 밖에 못 받는다."


가장 답답한 것은 이런 영상을 보고 어떤 전략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 같다는 데에 있다. "! 맞는구나. 내 아이에게 공부 안 시키고 학원 안 보내는 게 맞는 거였구나."라고 안심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기 위안을 삼는 사람들. 그게 아니면 "그래, 우리나라는 노답이야. 유학 보내야겠어."라고 덮어놓고 우리나라 입시를 부정하는 사람들 말이다.


결국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대중에게 강의하는 사람의 말을 무지성으로 들을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생각을 가지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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