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업자 신용평가모형
앞서 말씀드린 개인이나 기업에 대한 신용평가모형은 차주의 특성이 명확하게 구분되기 때문에 데이터나 방법론 측면에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하지만 개인사업자의 경우에는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개인사업자는 대표자가 경영의 모든 책임을 지는 사업자를 말합니다. 사업장이 있다는 점에서는 기본적으로 기업의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대표자 개인의 신용상태와 경영능력이 개인사업자 신용도를 평가하는 절대적인 요인이라는 점에서 개인과 기업의 특성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차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개인사업자 신용평가를 위해서는 '사업장'의 매출액이나 업종, 상권 정보뿐만 아니라, 대표자 개인의 '개인' 신용평가 결과도 함께 반영하여 평가를 진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에 활용 가능한 데이터가 크게 부족한 실정입니다. 사업장의 재무정보는 정리된 자료가 존재하지 않거나 신뢰할 수 없는 경우(개인사업자가 직접 제출한 자료의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현장 실사나 개인사업자와의 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관계형 금융)으로 획득한 비재무정보를 평가에 활용하는 등 주로 추가로 수집한 데이터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은 별도의 개인사업자 신용평가모형을 활용하기보다는 기업 신용평가모형의 틀 내에서 법인과 대비되는 개인사업자의 특성을 반영하거나, 대표자의 개인 신용평점 등을 고려하여 개인 신용평가의 결과를 미세 조정하는 방식으로 평가가 진행되어 온 것이 사실입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최근 몇 년 사이에 등장한 인터넷전문은행이나 핀테크 기업, 개인사업자 신용평가회사 등에서는 앞서 언급한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의 한계점을 극복하고 여전히 수요가 존재하는 개인사업자 대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지금까지 활용되지 않았던 비재무정보를 발굴하거나 모형의 성능을 높일 수 있는 머신러닝 기법 적용 등 새로운 접근방식을 고민해 왔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표준화된 형태의 개인사업자 신용평가모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개인사업자 신용평가 시장은 여전히 회색 지대가 존재하는 영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개인사업자'는 흔히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라는 용어들과 혼용되고 있으나, 실제로는 각각 정의가 다릅니다. 다만, 은행 등 대부분의 금융회사에서는 여신 심사 시 '개인사업자'를 기준으로 삼고 있어 이 글에서도 이 기준을 준용하여 서술하였습니다.
'소상공인'은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의해 상시 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자(제조업, 광업, 건설업, 운수업은 10인 미만)를 의미합니다.
'자영업자'는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정의하고 있는 고용주, 자영자, 무급가족종사자 중 종업원인 임금근로자를 고용하는 고용주와 종업원을 고용하지 않고 혼자 일하거나 무급가족종사자의 도움을 받는 자영자를 총칭하여 부르는 용어입니다.
'개인사업자'는 국세청에서는 납세 주체에 따라 개인사업자와 법인사업자로 구분하고 있으며, 이 중 개인사업자는 납세 유형에 따라 일반사업자, 간이사업자, 면세사업자 등으로 다시 구분됩니다.
기술 신용평가모형
지난 2014년부터 금융당국에서는 신용도는 다소 낮지만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에 대해서는 이를 우대 반영하여 대출, 투자 등의 자금지원을 확대해 보자는 취지에서 기술금융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기술력 평가 등에 참고할 수 있는 TDB(Tech Database; 기술정보 데이터베이스)가 마련되었으며, 실제 기술신용평가를 할 수 있는 TCB사(Tech Credit Bureau; 기술 신용평가회사)가 설립되고 이러한 평가결과를 바탕으로 은행 등에서 기술신용대출이 이루어지는 등 일련의 과정들이 순차적으로 진행되어 왔습니다.
기술 신용평가모형은 이러한 정책적 배경에 따라 만들어진 모형으로서, 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기술력과 신용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여신 심사를 하기 위한 목적에서 만들어진 계량화된 평가도구입니다.
기술 신용평가모형의 체계는 기술력을 판단하는 기술 평가모형에서 산출된 T등급과 해당 기업의 일반적인 신용도를 판단하는 기업 신용평가모형에서 산출된 CB등급을 가중합 하여 기술신용등급, 즉 TCB등급을 산출하는 구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먼저 T등급 평가를 위해서는 먼저 25~35개의 정량적, 정성적 소항목 지표들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며 이를 바탕으로 산출된 평점을 확인하여 평점구간에 따라 10등급 체계의 T등급(T1~T10)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한편 CB등급은 기존 기업 신용평가모형의 결괏값을 대부분 준용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T등급과 CB등급이 산출되면, 두 개의 등급을 표준 평점화하고 이를 가중합 하는 방식으로 18등급 체계의 TCB등급(AAA~D)이 산출되며 T등급과 CB등급 간 가중치는 3:7 비율이 일반적입니다. 다만 이 비율은 평가하는 기관에 따라, 평가대상 기업의 규모나 업종, 업력 등에 따라 유동적으로 적용됩니다.
현재는 이러한 기술 신용평가모형을 은행 내부의 자체 신용평가모형에도 반영하여 은행의 기술력 반영 여신이 관행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평가의 객관성과 일관성을 높이기 위해서 소항목 지표 기준을 보다 정교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타 다양한 모형들
이 외에도 다양한 목적의 모형들이 금융산업 내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통신비 정보(가입, 결재, 청구, 미납 등)를 활용하여 개인의 신용도를 예측하는 모형, 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개인 회생이나 파산 가능성을 예측하는 모형, 기업의 부도를 예측하는 모형, 일반적인 금융거래 패턴과 다른 이상거래를 탐지하는 모형 등이 그것입니다.
오랜 기간 신용평가모형 분야를 연구하신 세 분의 학자가 쓴 저서 Thomas et al.(2017)에 보면, 이런 말이 쓰여 있습니다.
"신용평가모형은 데이터 마이닝의 조상이다."
(It is not unreasonable to call credit scoring the "grandmother" of data mining.)
Thomas, L., Crook, J., & Edelman, D. (2017). Credit Scoring and its applications (2nd edition).
이 말처럼 신용평가모형은 금융산업에서 쓰이는 여러 모형의 기초가 되는 모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신용평가모형에 대해 제대로 알아두신다면, 비단 신용평가 분야뿐만 아니라, 금융산업에서 쓰이는 대부분의 계량 모형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데이터 관점에서의 신용평가모형의 미래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