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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Choi Dec 04. 2023

진짜 어른이 된다는 것

2023년 다소 이른 회고 그리고 2024년 계획

팀장이 되고 난 첫 해를 '내 나름대로' 무사히 마무리해가고 있는 중이다.


이제 초보 팀장으로서 대략 1년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3월의 인사발령 이후부터 시작했으니 정확히는 10개월 정도다. 정말 힘들 때마다 올해까지만 어떻게든 버텨보자는 심정이었는데, 시간이 흘러 이렇게 연말을 맞이하게 되었다.


사실 그동안 바깥에서 바라본 '경영기획'이라는 업무는 전문성은 별로 필요 없는 업무라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간 내가 해왔던 일은 데이터 분석이나 자료를 조사, 정리하여 보고서를 작성하는 업무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팀장을 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기획 업무는 또 다른 의미에서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일이었다. 기획 업무가 무슨 전문성이냐며 혼자만의 좁은 생각을 했던 것은 큰 오산이었다.


제대로 알지 못하는 분야의 업무를 리딩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내 스타일대로 해보려 노력했지만, 사실상 상당 부분을 기존 업무에 익숙한 팀원들에 의지해 진행했었다. 그리고 그런 팀원들 덕택에 순조로운 팀장 생활이 가능했다.


팀장이 된 후 인내심이 많이 없어지고 성격도 급해졌다. 위에서 쫄리다보니 아래에서 빨리빨리 결과물을 가져오길 바라게 되었다. 업무지시도 배경 설명을 상세하게 곁들이며 하고 싶었는데 실제로는 급한 마음에 그러질 못했다.   


돌이켜보면, 나의 윗사람을 챙기는 데 급급한 나머지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의 관계에는 소홀했다. 업무적으로도 단기간의 좁은 시야로 바로 눈앞의 일들을 처리하는데 열중했고, 그것 때문에 쓸데없이 부산하기만 했었다. 내년에는 능숙하게 좀 더 중요한 장기 미션을 찾고 그것을 해내는 한 해로 만들겠다고 다짐해 본다.


직장 내 갈등도 여러 사건들로 인해 직접 또는 간접으로 경험했다.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며 직장생활에서는 능력보다는 태도가 훨씬 더 중요함을 알게 되었다. 자기중심적인 사람(나르시시스트)의 특성에 대해 나름의 공부도 해보고, 평소에는 그렇지 않았던 사람들이 이해관계 앞에서 드러내는 민낯도 지켜보며 '인간에 대한 공부'도 반강제로 해볼 수 있었다. 유익한(?) 시간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고민하고 있는 주제는 '진짜 어른이 되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인가'라는 것이다. 진정한 어른으로서 성숙하게 행동하고 생각하는 것은 어떤 것인지 몹시도 궁금해졌다.


성숙한 어른이 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찾고 싶다. 평정심을 유지하며 잔잔한 물결처럼 나의 자아를 다스릴 수 있는 것. 그럼으로써 외부 자극에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감정과 기분이 나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하는 것. 그리고 이것에서부터 시작해 넓은 시야와 지혜로운 판단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후배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하는 것. 과연 그런 것들이 맞을까. 


내가 20~30대일 때는 나이가 들면 자연히 저절로 성숙함과 노련함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나이가 많아도 아직도 어린 아이 같은 미성숙한 모습을 보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이는 다소 어리더라도 결혼도 일찍 하고 자녀도 있어 인생의 여러 중요한 순간들을 먼저 경험한 사람에게서 성숙함을 엿본 경우도 있었다.


주변의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보며, 진정 성숙한 모습을 갖춘 사람 또한 만나보며, 어른이 된다는 것은 정말 나이와 무관한 것임을 깨달았다. 시간이 지난다고 어른이라는 자격이 공짜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면을 성실하게 가꾼 사람만이 성숙한 어른이 되는 것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그래서 내년 계획은 성숙한 진짜 어른이 되어보는 것으로 정했다. 물론 내년 한 해만으로는 부족할지 모른다. 하지만 내년부터라도 큰 시야와 넓은 포용력을 가진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조금씩 노력해 가면 언젠가는 그 목표를 이룰 날이 있으리라.


가끔 브런치 작가들의 출간 소식이나 강연 초청 소식을 전해 들으며, '난 아직도 멀었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연말을 맞아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주변 친구들의 승승장구 소식들을 전해 들으며 조바심이 날 때도 있다.


하지만 2024년에도 오로지 나만의 페이스로 꾸준히 정진해보려 한다. 누군가와의 비교보다는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비교하며, 그렇게 하나둘 성장해가며, 진짜 어른이 되고 싶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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