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Ryan Choi
Aug 23. 2024
요즘 문과 출신의 임원과 함께, 오일러 공식, 벡터의 내적과 외적 등 인공지능과 관련한 이과 수학 지식들을 공부하고 있다. 그래서 중고등학교와 대학 시절에 공부했던 것들을 다시금 새삼스레 떠올려 보는 중이다.
마치 조선 시대에 임금과 신하가 경전을 함께 토론하고 공부했던 경연(經筵)과도 같은 것인데, 문제는 같이 공부하는 신하들이 여러 명이 아닌 나 혼자라는 것이 다를 뿐이다. 부담스러운 자리이자 긴장된 시간인 것.
가끔은 이게 내 원래 업무와 무슨 관련성이 있나 싶어 가슴이 답답해지기도 하지만, 그분이 내는 메시지들 중 나와 공부했던 것들이 종종 나오는 걸 보면, 아직 내가 그분의 높은 뜻을 미처 다 읽어내지 못한 탓이리라.
그리고 이런 시간들이 몇 차례 이어지던 중 얻은 소득이 하나 있다. 그것은 수학을 기초로 만들어진 과학적 모델링 기법을 통해 복잡한 현실 세계의 모습을 단순화하고 추상화하여 설명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어떤 연구든 그 연구대상에 대한 모든 요소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알아낼 수는 없다.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현실 세계의 일부 특성들만으로 현상을 단순화하여 모형을 만들고 이것으로 현실 세계를 설명하게 된다.
성인이 되어 수학 공부를 다시 하며, 학창 시절 무심코 공부했던 수학이 현실 세계를 설명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 중 하나였음을 깨닫는 중이다. 물론 여전히 그 본질의 뜻은 온전히 파악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고달팠던 한 주도 이렇게 지나간다. 잠시 숨을 고르며, 다가올 주말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그리고 이번 주에 있었던 감사한 일들을 떠올리며, 매일의 노력이 헛되지 않음을, 앞으로의 시간이 더욱 빛날 것임을 기억한다.
수학이 무한한 현실의 세계를 유한하고 단순한 수식으로 담아내듯, 이번 주의 고된 시간들을 글로 쏟아낸다. 그리고 복잡다단한 현실 속에 숨겨진 삶의 본질을 찾으며, 이렇게 금요일 밤을 즐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