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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Choi Aug 21. 2024

나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영화 <인사이드 아웃 2> 리뷰

꼭 보고 싶었던 영화 <인사이드 아웃 2>를 가족과 함께 광복절 휴일에 관람했다. 요즘 이런저런 일들로 마음혼란하기도 했고, 회사 업무도 신경 쓸 것이 많아 여유가 없었는데 휴일을 맞아 정신을 차려 보았던 것.


영화를 보며 두 번 눈물을 흘렸다. 한 번은 '기쁨이'가 "어른이 된다는 건 기쁨이 줄어드는 건가 봐."라고 말한 장면에서, 다른 한 번은 '기쁨이'가 라일리의 긍정 자아(I'm a good person.)를 부수는 장면에서였다.


요즘의 내 모습을 되돌아보면, '불안이'가 지배하는 상태인 듯하다. 불안은 걱정과 염려를 앞세우기에 미래에 대해 계획을 세우고 준비를 한다는 점에서 유익하기도 하지만, 그 반대급부로 마음은 피폐해진다.


영화 속 '불안이'는 라일리를 위해 수많은 노력을 하지만 상황은 더 나아지지 않았고 이를 해결하려 애쓰다가 통제할 수 없는 소용돌이 속에서 패닉에 빠진다. 그리고 '불안이'의 눈에는 눈물이 차오른다.


매일매일조급해하고 초조해하며 불안한 마음에 자꾸만 무엇인가를 시도하는 삶. 그러면서  스트레스를 달고 살며 행복과 기쁨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는 그런 인생. '불안이'를 보며, 나를 보았다.


수천수만 가지 상황의 미래를 걱정하고 두려워하며 그 상황을 준비해보려 하는 '불안이'처럼, 나 역시도 그렇지는 않았는지, 계획대로 되지 않는 현실 속에서 무력감을 느끼진 않았는지 생각해 봤던 것이다.


'기쁨이'가 했던 말처럼, 내가 뭘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름대로는 '회고-반성-개선'이라는 긍정적 루틴을 이어간다고 생각했지만 그 과정에서 불안과 초조는 다스리지 못한 것이 아닌가.


라일리의 부정 자아(I'm not enough.)가 외치는 음성이 너무나도 떨리기도 했지만 그 말이 마치 내게 하는 것처럼 느껴져 조금 섬뜩하기도 했다. 나 역시도 스스로를 닦달하며 부족함을 채우려 애써왔기에.


결국 '기쁨이'가 뒤늦게 깨달은 것처럼, 긍정적으로만 살아가는 것도, 그렇다고 불안의 소용돌이에만 휩싸여있는 것도 올바른 모습은 아니었다. 있는 그대로의 다양한 내 모습 모두를 인정해야 했던 거다.


와이프, 아이와 함께 보러 갔기에 눈물을 찔끔거리다 말았지, 혼자 보았다면 펑펑 울었을지도 모르겠다. 영화를 보며 내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불안이'가 폭주하는 모습을 보며 나를 보았다.


이젠 아마 영화관에서는 막을 내렸을 거다. 혹시나 아직 못 보신 분이 계시다면, 마음이 힘들 때 넷플릭스 같은 것으로 홀로 봐도 좋을 듯하다. 그리고 반드시 더빙이 아닌 자막 버전으로 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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