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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Choi Aug 01. 2024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

그것은 과연 손에 잡히지 않는 파랑새인 것일까

여름휴가에서 돌아온 지난주말의 어느 저녁, 다음 주면 일상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착잡하고 싱숭생숭해진 마음을 붙잡으려, 이나모리 가즈오의 책 <왜 일하는가>를 집어 들었다.


저자인 이나모리 가즈오는 교세라의 창업자이자 일본에서 살아있는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아마도 왠지 이런 분이라면 나의 답답한 속을 풀어줄 수도 있겠다는 기대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지난 몇몇 글들에서도 속내를 내비친 것처럼, 최근 들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을 속해야 하는지, 내가 정말 좋아하는 그 무엇을 찾아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하는  아닌지 몹시 고민이 되던 차였다.


당연히도 현실적인 문제를 들여다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일만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또한 설령 좋아하는 일만 할 수 있다 해도 이를 통해 누릴 행복은 생각보다 제한적일  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더 늦기 전에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강해졌다. 특히 40대가 되고, 내게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끼게 되면서 그 생각은 더욱 커졌다.


이런저런 생각이 이어지던 중, 최근에 읽었던 두 권의 책, 황농문 교수의 <몰입, 두 번째 이야기> 이나모리 가즈오의 <왜 일하는가> 모두가 결국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큰 충격을 받았다.




<몰입, 두 번째 이야기>에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을 추구하지 말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을 좋아함으로써 행복을 추구하라는 말이 나온다. 그렇게 함으로써 누릴 수 있는 행복은 무제한이라고 하면서.

 

내가 하는 일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가 해야 하는 일이 좋아지도록 노력하는 것이 진정 행복을 누리는 비결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나를 성장시키고 성공적인 삶으로 이끈다는 것.

사실 내가 깨달은 행복의 비법은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함으로써 행복을 추구하지 말고, 내가 해야 할 일을 좋아함으로써 행복을 추구하라"는 것이다. 이는 이미 오래전 미국의 사상가 랄프 알도 에머슨이 한 이야기와도 일맥상통한다. 이 말의 의미를 깊이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흔히 "행복해지려면 정말로 좋아하는 일을 하라"라고 조언한다. (중략) 반면 해야 할 일을 좋아하고 그 일을 하면서 행복을 찾는다면 누릴 수 있는 행복은 무제한이 된다. 이는 자신의 역량을 키워주고 더욱 성공적인 삶으로 이끈다. 삶이 곧 천국이 되는 것이다.
 
- 황농문의 <몰입, 두 번째 이야기> 중에서 -


<왜 일하는가>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책은 더 강한 어조로 말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헤매는 것은 어쩌면 손에 잡히지 않는 파랑새를 쫓아다니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이다.


환상을 좇기보다는 눈앞에 놓인 일부터 좋아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훨씬 중요하다면서, 일을 좋아하게 되면 성과도 좋아지고 좋은 평가도 받게 되면서 하는 일이 더 좋아지는 선순환을 누릴 수 있다고 말한다.

가치 있는 인생을 살아가려면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미리 알고 그 일을 선택해 자신의 평생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어쩌면 거의 모든 사람이 인생의 중요한 출발을 '좋아하지 않는 일'을 맡으며 시작하는 게 아닐까? 하지만 문제는 많은 사람이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고 있다며 스스로를 비하하고 마지못해 계속한다는 사실이다. 왜 자신이 가진 잠재력을 의심하면서 아까운 인생을 헛되이 보내는가? (중략) 누군가에게 지시받아서 어쩔 수 없이 일하고 있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는 한, 일하는 고통에서 영영 벗어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일터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기보다는, 우선 주어진 일을 좋아하려는 마음부터 갖길 바랍니다."

- 이나모리 가즈오의 <왜 일하는가> 중에서 -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하는 일을 좋아해야 한다는 결론. 


 사실을 깨달은 후의 충격은 실로 컸다. 어쩌면 이것이 그간 찾아 헤맸던, 좋아하는 일 찾기' 여정의 뻔하디 뻔한 결말일 수 있다. 허무한 결론일 수도, 현실적인 대안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내게는 이 말들이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을 해야 성공하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말들보다 훨씬 더 와닿았다. '이것이 인생의 진리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야가 환해지는 느낌이었다.


두 책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우선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좋아지도록 강한 의지로 끊임없이 노력하면 내 인생에도 선순환이 생기고 더 풍요로운 삶이 만들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생겼다.




이 글을 쓰며, 얼마 전 읽었던 호텔 도어맨에 대한 기사 하나가 떠올랐다. 이 분도 처음부터 도어맨이라는 직업이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43년간이나 이 일을 진심으로 대하며 행복을 찾았다.


이 기사를 읽으며, 그 일을 좋아하려는 마음을 먹고 수십 년간 노력하며 그 일에서 행복을 찾았던 인생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다. 특히 아들이 아버지의 삶을 닮고 싶다 했다는 부분에서는 나도 마음이 먹먹해졌다.


평생 한 가지 일에만 전념하고 일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그 사람에 대한 깊은 존경심이 저절로 생긴다. 스스로를 갈고닦으며 자신의 일에만 몰두한 사람의 인격은 얼마나 고귀한 것인가.

"매일 출근 전 조간신문 3개를 정독합니다. 동정 란은 한 자도 빼지 않고 봅니다. 장차관, 대기업 임원 인사는 꼭 챙기고 변화가 있으면 메모합니다. 직장 바꿨을 때 제일 먼저 인명 정보를 만들어서 컴퓨터에 저장하는 일을 했습니다. 요즘 친구들은 그런 걸 신경 안 쓰는데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그래서 이제 나도 생각을 바꿔보려 한다. 좋아하는 일을 찾는 여정도 중요하지만, 두 책의 조언과 인생 선배들의 모습을 기억하며, 무턱대고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이 아닌, 지금의 내 일을 먼저 좋아해 보려 한다.


순수한 마음으로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몰두하는 가운데 내면을 닦고 삶의 가치와 행복을 찾는 여정을 시작해 보는 것, 그것이 바로, 책 <왜 일하는가>에도 나왔던 '일에 대한 이유'이기도 하니까.

"... '대체 무엇을 위해 일하는 걸까?' 그럴 때는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려보라. 일하는 것은 우리의 내면을 단단하게 하고, 마음을 갈고닦으며, 삶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한 행위라는 것을. 그러한 사실을 잊지 않았기에 나이 어린 목수가 1,000년의 울림을 깨닫고, '이나모리 가즈오'라는 한 청년이 흔들림 없이 지금의 교세라를 세웠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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