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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Choi Oct 23. 2024

다정함은 삶의 여유에서 온다.

바쁨은 악(惡)이다.

이동진 기자의 글에서 '선한 사마리아인 실험'에 대해 읽은 적이 있다. 이 실험의 결과는 우리의 행동이 단순히 개인의 성향이나 종교적 신념보다 '시간적 여유'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여기서도 이동진 기자가 같은 이야기를 한다. (라플위클리 4화)
프린스턴 신학대학원에서 진행된 이 실험에서 신학생들은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에 대한 설교를 준비하고 다른 건물로 이동해야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길가에 쓰러져 있는 사람(연기자)을 마주치게 된다. 사전에 연구자들은 신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에는 "서둘러야 한다."라고 말했고 다른 그룹에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라고 전달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생각한 학생들은 대부분 멈춰 서서 도움을 주었지만, 급하다고 생각한 학생들은 대부분 쓰러진 사람을 그냥 지나쳤다. 심지어 그들이 준비하던 설교의 주제가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였음에도.


진정한 다정함은 마음의 여유에서 시작된다. 매일을 분주하고 조급한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내 주변에 있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보지 못하고 외면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선한 면과 악한 면을 함께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악함이 발현되는 것이 바쁨의 순간일 수 있는 것이다. 분주함 속에서 악이 발현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삶의 여유를 가진다는 것을 단순히 편안함을 누리려는 욕망 정도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내 안의 선함을 발견할 수 있는 수단으로써 생각해보아야 한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삶에서 선한 사마리아인이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돌아볼 시간적 자원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시간에 쫓기며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때로는 잠깐 멈춰 주변을 돌아보고 그들에게 작은 친절을 베푸는 여유, 그것이 진정한 다정함의 시작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삶의 여유를 갖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유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그것은 몸의 여유와 마음의 여유다.


먼저 몸의 여유는 체력의 확보에서 온다. 적절한 양과 질의 식단, 규칙적인 운동, 그리고 충분한 수면은 쉽게 피곤해지거나 지치지 않는 체력을 길러준다.


한편 마음의 여유는 조급해하거나 불안해하지 않는 내면의 단단함이 있어야 한다. 쉽게 흔들리지 않을 확고한 인생 철학뚜렷한 기준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가지 여유는 서로 무 자르듯 분리되지 않는다. 몸의 여유가 있어야 마음의 여유가 생길 수 있고 마음이 건강해야 몸도 여유를 찾을 수 있게 되므로. 




삶이 분주하여 여유가 없다고 느껴질 때마다 '선한 사마리아인 실험'을 떠올린다. 그리고 나를 돌아본다. 바쁘다는 핑계로 내 안의 선함을 외면하지는 않았는지.


나의 선함이 발현될 수 있는 토대는 삶의 여유에서 시작됨을 깨닫는다. 만약 하루를 돌아볼 몸과 마음의 여유 없이 살고 있다면 그것은 잘못 살고 있는 것이다.


바쁨 속에 빠져 허우적대지 않기 위해, 그래서 나도 모르게 악함이 드러나지 않기 위해 매일 조금씩이라도 나를 돌아보며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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