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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Choi Oct 21. 2024

'이소라의 프로포즈'를 추억하며

Lonely Night과 그때 그 시절

중고등학교 시절을 생각하면, 매일 학교 가서 수업 듣고 공부하고 학원과 집을 오고 갔던, 그런 쳇바퀴 돌듯 반복된 일상의 모습들이 떠오른다. 하지만 그런 일상 속에서도 종종 내게 설렘을 안겨 주었TV 프로그램들이  개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토요일 늦은 밤 시간에 방송했던 '이소라의 프로포즈'라는 프로그램이었다. 가창력 있는 가수들의 수준 높은 공연도 볼 수 있었고, 가수와 MC 간의 티키타카 근황 토크도 나름 꿀잼이었던 그때 그 프로그램. 매주 그 시간을 손꼽아 기다렸었다.


프로그램에는 게스트로 나오는 가수의 공연 외에도 사연을 읽어주거나 현장에서 관객을 참여시키는 코너가 있었는데, 그걸 보고 나면 꽤 오래 그 장면이 기억에 남았었. 아마도 나도 대학생이 되면 저런 자유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으리라.


그리고 꽤 시간이 흐른 최근의 어느 날, 유튜브 영상을 뒤적거리다 <이소라의 프로포즈>의 한 장면을 보게 되었다. 젊은 시절의 가수 박완규 님이, Lonely Night에 나오는 그 엄청난 고음을 마음껏 뽐내던 바로 그 레전드 영상이었다.


1997년 8월 31일, KBS '이소라의 프로포즈' 중에서


그리고 그 영상을 보며 똑똑히 기억이 났다. 가족 모두 잠든 시간 나 혼자 소파에 앉아 두근거리며 보았던 바로 그때 그 시간의 나의 모습이, 나 홀로 Lonely Night을 즐기며 바로 그 동명의 노래를 감상했던, 늦여름 어느 날의 습습했던 그때의 순간이.


시간이 흘러 대학생이 된 후, 나는 다른 MC로 바뀐 그 프로그램에 사연을 보냈고 그것이 뽑혀 방청권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정작 내가 오랜 기간 상상했던 그 자리에 앉아 보니 낭만이나 설렘좀체 느낄 수가 없었다. 먼발치에서 보는 것이 더 나았으려나.


비가 한 차례 내린 이후, 날씨가 많이 서늘해졌다. 아직은 많이 춥지 않은 기분 좋고 시원한 서늘함이다. 유독 옛날 생각이 떠오르는 계절, 가을이다. 지금의 여러 좋고 싫은 기억들도 시간이 지나면 또 아름다운 추억으로 포장되어 내 머릿속에 기억될 테지.


이제는 나 홀로 밤에 Lonely Night을 설레는 마음으로 시청하던 학창 시절의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는 아내와 아들이 함께 하는 이 집에서 가장의 무게를 짊어진 채 과거의 낭만을 추억하는 40대의 내 모습만이 있을 뿐이다.


시원한 가을바람을 느끼며, 오래 전의 낭만을 추억해 본다. 또 이렇게 내 인생의 한 순간쉼 없이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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