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입사하다.

제3장 생활바보의 성장 (1)

by Ryan Choi

군대를 제대하고 나니, 현실이 보였다. 난 소위 '도곡동 키즈'였다. 강남에서 초중고를 다 다녔다. 우리 집은 부유하진 않았지만 가난하지도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부재는 생각보다 컸다.


이제는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기자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었지만, 전공에 맞춰 회사에 들어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3학년을 마치고 군대에 갔고, 1월에 입대해서 1월에 제대했기에 빈 시간은 없었다. 이제 대학교에 남아 있을 시간은 1년뿐이었다. 휴학을 하고 나의 미래를 무엇인가를 준비하고 싶었지만 지금 내가 그럴 형편은 아닌 것 같았다.


내 어릴 적 꿈은 우주를 연구하는 것이었다. 광활한 우주를 바라보며, 로켓을 설계하고, 별을 탐사하며, 외계인을 만나는 것을 꿈꿨다. 문학소년을 꿈꾸던 때도 있었다. 방학 때 도서관에 틀어박혀 하루 종일 시를 읽고 소설을 읽었다. 김현의 문학평론도 좋아했다. 혼자 습작을 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그것들은 한낱 낭만에 불과했다.


대기업에 입사원서를 냈던 그날은 참 쓸쓸했다. 이상하게도 난 단 한 번도 회사원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었다. "내가 회사원이라니..." 내 모습이 마치 관악 교정의 한 귀퉁이에 쌓인 낙엽 같이 느껴졌다. 사람들의 발에 밟혀 으스러지고 때가 묻어 더러워진 낙엽 무더미.


그 낙엽 무더미 중에 하나가 나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대기업에 입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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