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그리고 새 살 돋기

제2장 생활바보의 방황 (3)

by Ryan Choi

내가 군대에서 상병을 달았을 때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군대 가기 전, 어머니는 아버지가 요즘 살이 많이 빠진 것 같다며 걱정을 하셨었다. 결국 정밀검사 결과, 아버지는 '골수성 백혈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백혈병은 멜로 드라마에나 나오는 그런 소재인 줄만 알았다. 그 병이 아버지에게 찾아올 줄은.


그날이 기억난다.


서늘한 공기. 내무반에 앉아 왠지 모를 불안감의 원인을 궁금해하고 있던 나. 그리고 갑작스러운 중대장님의 호출. 허겁지겁 아버지가 계신 병원에 도착했다. 아버지는 이미 중환자실에서 나와 일반 병실로 자리를 옮겨 죽음을 준비하고 계셨다. 산소 호흡기에 의지한 채 아무런 말씀도 하지 못하는 그런 상태로. 의사가 아버지에게 마지막 한 마디를 하라고 했지만, 입이 차마 떨어지지 않았다. 눈물도 나지 않았다.


난 그렇게 아버지의 임종을 맞이했다.


정작 나의 눈물은 장례식날에 터져 나왔다. 영정사진을 들고 우리 집을 한 바퀴 돌고, 묘지에 관을 묻으며 눈물이 터져 나왔다. 남아있는 어머니와 여동생을 잘 돌보겠노라고 이제는 땅에 누워 듣지도 못할 아버지에게 눈물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아버지는 살아생전 단 한 번도 나에게 큰 소리를 내신 적이 없었다. 즐겁고 유쾌한 분이었다. 노래도, 춤도 즐기셨던 그런 분이었다. 난 외모도 성격도 외탁을 했다. 그래서 아버지와 나는 많은 부분에서 달랐지만, 아버지는 나를 이해해주셨다. 많은 말씀을 하시지는 않았지만, 늘 사랑으로 보듬어 주셨다.


아버지를 생각하면 담배를 피우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담배를 참 많이도 피우셨다. 그래서 난 담배가 정말 싫다. 담배연기가 싫기도 하지만, 아마도 그 담배가 나에게서 아버지를 빼앗아 가버린 느낌이 들어서 더 그런 것 같다.


상처가 나면, 처음엔 물만 살짝 닿아도, 손만 살짝 스쳐도 쓰라리고 따갑다. 하지만 새 살이 돋고, 딱지가 생기면 조금씩 조금씩 그렇게 아픔이 사라져 간다. 아버지의 죽음. 이제는 자세히 봐야지만 흔적이 보이는 그런 흉터가 되었다.


새 살은 돋았지만, 나에게 큰 슬픔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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