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사람을 공부하는 시간

제2장 생활바보의 방황 (2)

by Ryan Choi

결국 3학년까지 버티다 군대에 가게 되었다. 카투사는 그만 똑 떨어졌다. 조금 더 높은 토익 점수였다면 가능성이 더 높아졌겠지만, 공부할 의욕이 없었다.


추운 어느 겨울날, 가족들이 떠나간 논산훈련소에 나 홀로 덩그러니 남았다. 훈련소에서 조교가 눈을 치우라고 했다. 수백 명의 훈련생들과 운동장에 가득 쌓인 눈을 빗자루로 쓸면서 '내가 왜 여기서 이걸 하고 있을까'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순간 조교와 눈이 마주쳤다. 조교가 말했다.


"그렇게 대충 할 거면 때려치우라고!"


그의 목소리가 차가운 공기와 함께 매섭게 귀에 꽂혔다.


훈련소에서의 생활을 끝내고, 후반기 교육을 받았다. 후반기 교육을 받는 첫날, 담당 조교가 나를 따로 불렀다.


"네가 다른 애들보다 나이도 많고 학벌도 좋으니 구대장을 해라."


난 또 속으로 기뻤다. 군대에서도 나를 인정해주는구나. 그리고 바로 다음날, 생애 처음으로 뺨을 맞았다.


구대장은 교육생의 인원을 체크하고, 줄을 세우며 오와 열을 맞춰 숙소에서 교육장까지 이동시키는 그런 역할이었다. 그날 아침, 교육생 1명이 비었다. 혼자 중얼거렸다.


"아깐 분명 다 있었는데..."


조교가 나를 단상으로 올라오라고 했다. 열심히 뛰어갔다. 그리고 순간 귀 한 쪽에서 윙하는 소리가 들렸다. 뺨을 맞고 비틀거렸다. 볼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처음이었다. 지금껏 살면서 내가 따귀를 맞을 일 따윈 없었다. 눈물이 핑돌았다.


군대에서 사람은 한 사람의 인간 그 자체로 결코 대우하지 않는다. 1명, 2명... 인원 수의 그 '1명'일뿐이다. 저기 멀리서 바로 그 비어있던 1명이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바로 그 1명이었다.


자대 배치를 받았다. 경상남도의 시골 어느 곳. 그곳에서 눈치를 배웠다. 묻어가는 것도 배웠다. 그곳에는 정말 다양한 배경과 성격의 사람들이 있었다. 내가 그동안 얼마나 좁은 범위의 사람들을 경험해왔는지 새삼 깨달았다. 사람을 공부하고 인내심을 배웠다.


내 인생의 가장 밑바닥을 맛본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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