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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Choi Dec 31. 2024

나의 돈 많은 고등학교 친구

송희구 저 | 서삼독

한때 책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로 온라인상에서 크게 화제가 되었던 송희구 작가의 신작이다. 소설이지만 현실에 있을법한 사람들을 소재로 하여 재테크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전해준다. 소설책은 잘 읽지 않는 편이지만, 요즘은 재테크에 관심이 많아진 탓인지 이런 책들이 부쩍 눈에 들어오는 중이다.


이 책은 고등학교 친구인 영철과 광수가 주인공이다. 영철은 명문대를 졸업하고 광화문에 있는 대기업에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는 영 젬병인 인물이다. 반면에 광수는 지방대를 졸업하고 허름한 골동품 가게를 운영하시는 부모 밑에서 성장했지만, 건축 사업을 하며 부자가 되는 법을 알게 된 인물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영철에 유독 몰입된 것은 나와 비슷한 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 아이의 부모가 되고 40대에 접어들면서 주변을 돌아보니 출신 학교나 커리어만을 중요시했던 내 시야가 너무 좁았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몰랐던 더 넓은 세상이 보였다. 아마 영철도 광수를 만나며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이 책에서 광수는 은퇴 후를 대비한 자산 형성의 필요성, 자본 소득의 중요성, 부동산의 환금성과 입지의 가치, 더 벌고, 덜 쓰고, 잃지 않는 것, 레버리지의 활용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재테크 외에도 인생 전체에 대한 통찰이 엿보이는 내용들도 있어, 내 삶의 관점에 대해서도 새롭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57~58p) "자신의 주장이 잘못되었다는 게 드러나면 '잘못했다, 내가 틀렸다'라고 말하지 않고 온갖 변명과 핑곗거리를 찾으려고 애를 쓰잖아. 좀 더 크게 보면, 내가 이렇게 살아온 게 잘못된 방향이라는 것을 알고 고치면 되는데 '나는 그래도 잘 살아왔다, 이대로 살아도 괜찮다'라며 합리화를 하려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속성이라는 거지."
(58~59p) "불편함을 알면서도 계속 불편함을 안고 가기 때문에 불만이 쌓이는 것. 그게 잘 못 살고 있는 거지. (중략) 불만만 많다는 것은 싫을 것은 많은데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이고, 반대로 불만이 있어서 그걸 어떻게 해보려고 하는 사람은 완전 다른 길을 걷게 되지." 
(91~92p) "학교는 먼저 배운 다음에 시험을 보고, 인생은 먼저 시험을 보고 나서 배워. 배운 것을 외워서 시험 보는 학교와는 달리 인생에서는 마음먹기에 따라 의식을 확장하고 사고를 전환할 수 있다고 생각해."
(140~141p) "돈을 쓰면서 시간까지 허비하는 사람은 돈이라는 것에서 자유로워질 수가 없어. 왜냐하면 시간 역시 돈이기 때문에 돈을 쓰면서 돈을 한 번 더 쓰는 것과 같은 거거든." (중략) "모든 문제를 정의하는 것은 '나 자신'이라고 봐." (중략) "일에 대한 스트레스는 있지만 그것을 내 자아, 인생, 존재 이유 같은 내면의 공간에는 투여하지 않아. 스트레스를 주는 그 과제만 해결하면 되거든." "어떻게 그게 가능할 수 있지?" "관조적 태도, 관조적 시선, 그리고 관조적 삶."
(165p) "부자가 되는 게 서울대 가는 것보다 더 쉽다고요?" (중략) "서울대는 정원이 정해져 있어. 그 정해진 인원수를 두고 한국의 영재들이 경쟁을 해. 하지만 부자가 되는 것에는 경쟁이 없어."
(168p) "얼마나 있어야 부자인가요?" "우선 남들이 인정하는 만큼의 자산은 가지고 있어야 하고, 쓰고 싶은 만큼 쓰더라도 버는 돈이 더 많은 상태를 의미하지."
(288p) "부자가 되는 것은 목표가 될 수 있지만 행복은 목표가 아닌 거야. 돈을 버는 과정에서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뜻이지.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지만 행복을 줄 수 있는 것들은 얼마든지 살 수 있어." "아저씨가 돈으로 산 것 중에 가장 큰 행복을 주는 것은 무엇이었나요?" "그건 말이다. 바로 '자유'란다."
(288~299p) "자유로운 사람은 거절할 때 변명거리를 만들어내지 않아도 되지." (중략) "나타해진다는 건 그 나태함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뜻이고, 여유롭다는 건 내가 내 삶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 의미야. 차이를 알겠니?"
(296p) "그럼 가난한 사람들의 가난한 사고방식은 뭐죠?" "세상은 반드시 공평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란다." "공평은 너무 중요한 거잖아요." "이 세상은 절대 공평하지 않아."
(297~298p)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재정적 여유를 위해 지속적으로 도전하는 모습, 돈과 직업에 대해 스스럼없이 나누는 대화 시간, 비록 현재 소득이 적더라도 비관하거나 좌절하지 않는 단단한 마음가짐 같은 것들을 줄 수 있지. 이런 것들이야말로 부자의 큰 그릇을 가진 사람으로 커갈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을 물려주는 것이야."
(305p) "소비자들이 하는 소비적 레버리지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반면에, 생산자들의 생산적 레버리지는 자신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이뤄졌을 때 가능하단다."
(316p) "안타깝게도 노력은 재능을 따라갈 수가 없어. 재능 있는 사람이 노력까지 한다면 아예 쳐다볼 수 없을 정도까지 높이 올라가 버리지. 이미 성공한 사람들이 노력만이 정답인 것처럼 말할 수 있는 거야."
(323p) "성공했다고 알려진 사람을 보면 위대해 보이지만 사실 위대한 사람은 없어. 용기를 가지고 가슴속 뜨거운 무언가를 향해 도전하는 행위가 위대한 거야. 그렇기에 마음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실행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을 키우는 게 중요하지. 많은 사람들이 '성공'을 도달해야 하는 멀리 있는 목표라고 생각하지만, 그보다는 매일 조금씩이라도 성장하는 것, 그 경험과 과정 자체가 성공이란다."


광수, 영철의 이야기에서 두 주인공의 아들 이야기로 이어지면서 조금 몰입도가 떨어지긴 하지만,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자연스럽게 부에 대한 철학과 마음가짐을 배울 수 있었다. 책을 덮으며, 책에 나오는 무인도와 뗏목의 비유처럼, 나도 늦게나마 부자의 마음가짐을 배운 영철처럼 삶의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고 싶어졌다. 


(136~137p) "무인도에 갇혔을 때, 다른 사람들은 밤마다 모닥불을 피고 빙 둘러앉아 서로를 위로해 주는 동안 나는 큰 나무들을 하나씩 엮어서 뗏목을 만들려고 했어. (중략) 혼자서 뗏목을 타고 열심히 노를 저어 가는데 저 멀리 돛을 달고 가는 배가 보였어. 훨씬 편하고 빠르게 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 그때부터 옷과 이불을 최대한 넓게 펴서 돛을 만들기 시작했어. 추웠지만 더 빨리 내가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 했지. 결국 돛은 완성되었고, 생각보다 더 빨리 도착할 수 있었어."

* 무인도 = 현재의 나, 뗏목 = 종잣돈, 지식, 지혜, 돛 = 자산, 목적지 =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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