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계, 결혼과 육아
제4장 생활바보, 눈을 뜨다 (1)
by Ryan Choi Dec 10. 2022
고등학교 친구가 해준 소개팅에서 만난 여자와 결혼하기로 했다.
5년을 만났다. 대학원을 졸업한 직후로 날도 잡았다. 그녀의 밝음과 솔직함이 좋았다. 예민함과 불안함, 인정욕구에 얽매인 나의 불편함을 치유해줄 것만 같았다. 그녀와 함께 있으면 아버지가 없는 우리집에서의 우울과 답답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녀는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여자였다. 그리고 받은 사랑만큼 사랑을 남에게 줄 줄 아는 여자였다.
처음으로 어머니의 뜻을 거역했다.
엄마가 보기에는 자기 말을 고분고분 잘 듣는, 반항 한 번 안하던, 공부 잘하는 착한 아들이 왠 낯선 여자를 데리고 와서는 결혼한다고 하니, 아들을 빼앗기는 기분이라고 하셨던가. 생각보다 빠른 결혼도, 그 낯선 여자도 마음에 들지 않으셨던 것 같다. 난 태어나 처음으로 어머니에게 크게 화를 냈다. 의자를 바닥에 집어던졌다.
우여곡절 끝에 결혼을 하고 1년만에 아이가 생겼다.
아이를 키우며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그동안은 나 혼자만의 세계였다면 이제는 아내와 아이가 합쳐져 나의 세계가 확장되었다. 조금 흐릿했던 나와 외부 세계와의 경계도 매우 명료해졌다. 나는 한 가족의 가장, 남편, 아빠이자 내 어머니의 아들이라는 정체성이 생겼다.
결혼과 육아,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