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그리고 찾아온 우울

제4장 생활바보, 눈을 뜨다 (3)

by Ryan Choi

다시 불안증이 도졌다.


무엇인가를 하지 않으면 나의 불안과 인정욕구가 채워지지 않았다. 그동안의 인정욕구는 '나를 바라보는 남의 시선'이 그 방향이었다면, 이제는 '나 자신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그 방향이 되었다.


여러 번의 이직을 거치면서 커리어를 쌓아갔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했다. 내가 생각한 내 모습은 이것이 아니었다. 더 큰 사람이 되어 있어야 했다.

결국 박사과정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회사를 다니며 수업을 듣고, 새벽까지 과제를 하고, 논문을 쓰고 또 고치며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무엇을 위해서 이것을 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깊은 고민은 뒤로 미뤘다. 시작한 이상 끝을 봐야 했다. 박사까지 하면, 더 이상의 공부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계속 달렸다. 그리고 4년 만에 졸업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박사가 되어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자기만족이 전부였다. 나의 미래도 여전히 밝아 보이지 않았다. 이제 분명 공부는 그만이라고 생각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이제 겨우 '연습생'에 불과했다. 대가들의 논문을 읽으며 좌절도 느꼈다. 그리고 늘 그래왔듯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제대로 하려면 SCI급 논문도 더 많이 써야 했다. 학술대회 발표며, 강의며... 끝이 보이지 않았다.


공허함이 찾아왔다.


나도 모르게 우울감이 생겼다. 이번에는 이전과는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와이프와 아이에게도 별 것 아닌 일에 짜증을 부리고, 직장에서도 그렇게 대단한 일이 아닌데도 스트레스와 분노가 올라왔다. 불투명한 미래, 나의 욕심에 비해 아직 부족하게만 보이는 나 자신이 초라하고 답답했다.


우울감이 밀려왔다. 이제는 전과는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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