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성장과 자녀 교육에 대하여
최근에 ≪다윈이 자기계발서를 쓴다면≫이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은 하버드대에서 행동경제학과 진화생물학을 가르치는 두 명의 교수가 찰스 다윈의 진화론에 근거하여 쓴, 과학적 증거 기반의 자기계발서이다. 주말 오후의 나른한 시간, 책장을 넘기다 우연히 발견한 이 부분에 마음이 닿았다.
(53p) "완벽한 세상을 꿈꾸라고 하면 사람들은 보통 '게으름'과 '여유'를 그 이미지 속에 넣는다. (중략) 하지만 게으름이나 여유가 아니라, '성취'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았다. 특히나 '몰입'은 그 성취의 과정을 요약하는 단어였다. 사람들은 자신이 상황을 통제하고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기술을 사용하며 거기에서 목표를 달성했을 때 몰입을 경험했다. 어떤 순간에 몰입을 경험할까? 그건 섹스에서부터 스포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올 때이다. 이해할 수 없는 모순 중에 하나는 사람들이 여가를 즐길 때보다 일을 하는 가운데 긍정적인 결과를 더 많이 경험한다는 사실이다."
행복은 쉬고 놀고 게으름 피우는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일하고 배우며 그것에서 느끼는 성취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바로 저자의 주장이다. 심지어 우리 인간의 진화된 유전자 시스템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도록, 향상과 성취를 향해 끊임없이 달려가도록 디자인되어 있다는 것이다.
초등학생 때 반 대항 달리기 대회에서 가장 먼저 들어와 손바닥에 받았던 1이라는 도장, 반장을 하며 배웠던 리더십, 전교 1등을 했던 경험, 원하던 대학의 합격 소식을 들었던 짜릿했던 순간, 그 하나하나의 성취가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나의 열심으로 이뤄낸 여러 성취들은 다 내게로 모여 자신감이 되었다.
돌이켜보면 그 자신감이야말로 내 삶에서 가장 큰 자산이었다. 새로운 도전 앞에서 주저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어릴 적부터 쌓아온 작은 성취들이 만들어준 믿음 덕분이었다. '할 수 있다'는 감각은 성취의 크고 작은 경험을 통해서만 체득되는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부모가 된 지금, 나는 자연스럽게 아이에게도 그 경험을 물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녀 교육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도 이 '성취의 경험'을 배우는 것에 있다. 꼭 공부가 아니어도 좋다.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이뤄내는 경험을 배울 수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좋다.
악기를 배워 한 곡을 완성하는 것, 운동장 한 바퀴씩 뛰기로 한 약속을 지키는 것, 책 한 권을 끝까지 읽어내는 것, 레고 설명서를 보며 끝까지 완성해 내는 것 등등. 작은 성취는 자신감을 만들고, 그 자신감은 더 큰 도전을 향한 용기가 된다. 그리고 더 나은 성취를 찾게 된다. 이것이 연속적인 성장의 경험이다.
다만 그 성취로 가는 여정은 결코 양지바른 길이 아니다. 불안과 초조, 땀과 눈물, 고통과 번민의 연속이다. 새벽에 홀로 책상 앞에 앉아 있던 시간, 풀리지 않는 문제 앞에서 끙끙거리던 순간들, 포기하고 싶었지만 참아낸 그 마음들. 그 모든 순간들이 쌓여 비로소 한 사람의 진짜 실력이 된다.
오직 자기 자신만이 그 과정의 소중함과 힘듦을 알고, 그것을 해냈을 때의 희열을 온전히 경험하게 된다. 남들에게 보이는 것은 완성된 결과물뿐이다. 그 이면의 고통와 인내, 수없이 반복한 시도와 좌절의 순간들은 알지 못한다. SNS 따위에는 절대 공개되지 않는, 그러나 가장 값진 경험들이다.
그래서 나는 아이에게 성공의 결과보다 노력의 과정을 더 많이 이야기한다. 실패해도 괜찮다고,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고 한 발 더 나아가려 했느냐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 작은 성취들의 축적이 아이의 인생에서 가장 단단한 토대가 되어줄 것이라 굳게 믿기 때문이다.
자신감을 갖게 하고, 성취를 이끌어 내며, 더 나은 성취를 찾아가며 성장의 경험을 느끼는 것. 그 소중한 경험들이 바로 '행복'이다. 그래서 나 스스로에게도, 아이에게도 매번 강조한다. 게으름 속의 안락함, 가벼운 즐거움만을 추구하는 사람이 아니라, 몰입과 성취 속의 진짜 행복을 알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