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가 말해주는 것

서로의 냄새를 인정할 수 있는가

by Ryan Choi

영화 <기생충>을 보며 인상 깊었던 장면은 박 사장이 냄새를 말할 때였다. 지하철 냄새와 삶은 행주 냄새 같은 것들. 단순히 청결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건 반지하에서의 삶, 가난 그 자체에서 배어 나오는 냄새였다. 아무리 세탁하고 청소해도 지워지지 않는, 지울 수 없는 계급의 표식 같은 것. 봉준호 감독은 냄새라는 감각적이면서도 추상적인 소재를 통해 한국 사회의 계급 갈등을 섬세하게 포착했다.


냄새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기택 가족이 아무리 박 사장 가족의 집에 스며들어도, 아무리 그들인 척해도, 냄새는 그들의 진짜 정체성을 드러낸다. 박 사장이 "선을 넘지만 않으면 괜찮다"라고 하면서도 냄새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는 것은 표면적 관용 뒤에 숨은 본능적인 계급적 혐오다. 우리는 말로는 평등을 이야기하지만, 몸은 정직하게 반응한다. 냄새라는 것은 그렇게 은밀하면서도 폭력적으로 경계를 긋는다.


결국 기택이 박 사장을 칼로 찌르는 결정적 순간도 냄새 때문이었다. 박 사장이 불쾌한 냄새에 얼굴을 찡그리는 그 순간, 냄새는 존엄성의 문제이자, 억눌린 분노가 폭발하는 지점이 되었다. 아무리 참아도,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그 찡그린 표정 하나가 모든 것을 무너뜨렸다. 냄새는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더 직접적이었다. 냄새가 인간의 존엄을 짓밟는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 장면은 보여주었다.


문득 생각해 본다. 나와 내 주변의 삶에도 이런 냄새가 있지 않았을까. 학벌, 직업, 사는 동네, 입는 옷. 겉으로는 평등하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서로에게서 어떤 냄새를 맡고 경계를 긋는다. 그리고 그 냄새는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다. 아무리 노력해도, 아무리 꾸며도, 어딘가에서 배어 나오는 그 무언가. 그래서인지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고 해도 냄새 이야기는 쉽사리 말해주기 어려운 주제다.


사실 최근에 나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 코를 찌르는 묘한 냄새를 풍기는 사람을 만났는데, 그 순간 강한 불쾌감이 밀려왔다. 그 사람의 됨됨이나 인격과는 상관없이, 냄새 하나만으로 거부감이 생겼다. 그게 옳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몸은 정직하게 반응했다. 작은 것 하나로 사람을 판단하고 경계를 긋는 나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 영화 속 박 사장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냄새는 결국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말해준다. 그리고 그것을 감추려 하거나 혐오하는 순간, 폭력이 시작된다. 우리는 서로의 냄새를 인정할 수 있는가. 아니면 여전히 코를 막고, 얼굴을 찡그리며, 선을 긋고 있는가. 나 역시 누군가에게는 지워지지 않는 냄새를 풍기는 사람은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냄새는 단순한 감각이 아니라, 우리가 서로를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여주는 거울과도 같은 것이었다.


어쩌면 남의 냄새에는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정작 내게서 풍기는 냄새는 맡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나의 그것은 더 지독한, 타인을 함부로 재단하고 구별 짓는 오만함의 악취였을지도 모른다. 나는 부디 내 표정이, 내 눈빛이 누군가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렇기에 지금은 낯선 냄새 앞에 코를 막거나 인상을 찌푸리는 대신, 서로의 냄새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견뎌주는 작은 인내를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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