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소중함

세네카의 ≪인생론≫에서 찾은 '시간'의 의미

by Ryan Choi

최근에 세네카의 ≪인생론≫을 읽다가 한 구절에 시선이 머물렀다. "인간의 수명이 짧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대부분의 시간을 낭비한다는 것이 문제다. 인생은 충분히 길고 제대로 잘 활용한다면 위대한 과업을 이루고 남을 정도로 충분하다." 날카로운 지적이었다. 늘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하지만, 정작 그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보면 할 말이 없다. 인생이 짧은 것이 아니라, 시간을 낭비하고 있을 뿐이다.


세네카는 말한다. "우리가 진정으로 살아가는 것은 그저 일부분이다. 나머지 것들은 진짜 인생이 아니라 그저 시간일 뿐이다." 뼈아픈 말이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평생 살 수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 내일도 있고, 모레도 있고, 시간은 언제나 충분할 것처럼 살아왔다. 하지만 그렇게 흘려보낸 시간들 중 얼마나 많은 순간이 진짜 내 삶이었을까. 그저 시간만 지나갔을 뿐, 제대로 살지 못한 날들이 너무 많았다.


특히 다른 사람에게 자기 시간을 많이 빼앗기게 되면 내게 주어진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게 된다. 나는 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시간을 남에게 휘둘려 빼앗기는 것이 너무나도 싫다. 의미 없는 회의, 형식적인 모임, 가고 싶지 않은 술자리. 그런 것들로 채워진 시간이 쌓이면 내 인생은 점점 더 공허해진다. 그래서 의미를 찾지 못하는 시간에는 내 시간들을 허비하기 싫다. 내 시간의 주인은 나여야 하니까.


그렇다고 너무 서두를 필요도 없다.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고 억지로 음식을 쑤셔 넣으면 바로 토하기 마련이다. 분주하게 사는 것과 의미 있게 사는 것은 다르다. 일정표를 빽빽하게 채우고, 바쁘게 움직인다고 해서 그것이 진짜는 아니다. 오히려 그렇게 서두르다 보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된다.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서두르거나 머뭇거리지 않고 일정하게 걸음을 내딛는 것이 진짜 시간을 잘 쓰는 것이다.


사실 죽음을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지를 배우는 데도 평생이 걸린다. 결국 우리는 평생을 두고,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어야 하는지를 배워간다. 시간을 아끼고 의미 있게 쓰는 법 역시도 마찬가지다.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매일 조금씩 서서히, 내 시간을 되찾고, 의미 없는 것들을 덜어내며, 오롯이 진짜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 연습이 쌓여 내 삶의 방식이 되고, 나라는 사람이 만들어진다.


특히나 40대 중반에 다가서며, 시간의 소중함을 더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젊었을 때는 시간이 무한하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다르다.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될지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시간을 함부로 쓸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더욱 신중해진다. 이 시간을 누구와 보낼 것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 어디에 에너지를 쏟을 것인가. 이제는 이 모든 선택이 결국 내 삶을 만들어간다는 것을 안다.


이제는 시간의 주인으로 살고 싶다.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의미 없는 것들에 시간을 빼앗기지 않으며, 진짜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삶. 서두르지도 머뭇거리지도 않고, 일정하게 걸음을 내딛는 삶. 매일 조금씩 진짜 나로 살아가는 시간을 늘려가는 삶. 그렇게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 왔을 때, 나는 충분히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세네카가 말했듯, 인생은 충분히 길다. 다만 제대로 잘 활용해야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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