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냉면 찬가

겨울에 먹는 평양냉면의 맛

by Ryan Choi

대부분의 사람들은 냉면을 여름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무더운 여름날, 시원한 육수에 면을 말아먹는 것. 분명 그것도 맞다. 하지만 평양냉면은 좀 다르다. 평양냉면은 사실 겨울에 먹어야 제맛이다. (순전히 내 생각이다.) 혹시나 추운 겨울에 왜 차가운 냉면을 먹어야 하는지 의문을 품는다면, 한번 드셔보시고 판단하길 권한다.


평양냉면의 본질은 '시원함'이 아니라 '담백함'있다. 여름에 먹는 냉면은 더위를 식히기 위한 것이지만, 겨울에 먹는 평양냉면은 그 깊은 맛을 온전히 느끼기 위한 것이다. 차가운 육수 속에 담긴 고기 육수의 깊은 풍미, 메밀면의 쫄깃한 식감과 감칠맛. 이 모든 것이 겨울의 찬 공기와 만나면 그 맛이 더욱 또렷해진다.


그 이유는 여름엔 더위 때문에 그저 시원하다는 것에만 집중하게 되지만, 겨울에는 냉면 본연의 맛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가운 음식은 꼭 더운 날 먹어야 한다는 통념. 하지만 평양냉면만큼은 그 통념에서 벗어나 겨울에 먹을 때 비로소 그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계절과 음식의 조화가 주는 의외의 발견이다.


문득 생각해 본다. 슴슴한 냉면은 평범한 일상이 받쳐주는 인생과도 닮았다고. 인생은 때론 지루하고 반복되는 일상의 연속이지만 그 단단한 일상의 바탕이 있기에 우리는 서 있을 수 있다. 슴슴한 맛 속에서 발견하는 감칠맛도 그렇다. 슴슴하지만 때론 빛나는 인생, 그것이 바로 일상 속 즐거운 재미와 행복 아닐까.


나는 이번 겨울에도 평양냉면을 먹으러 갈 것이다. 추운 날씨 속에서 천천히 음미하며 먹는 그 한 그릇. 차가운 육수 한 모금, 쫄깃한 면발 한 젓가락에서 겨울만이 주는 깊은 맛을 만끽할 것이다. 그리고 여름의 냉면과는 전혀 다른 그 경험이 왜 평양냉면은 겨울에 먹어야 제맛인지를 새삼스레 다시 내게 알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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